“이제 연예 매체들이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를 중계하는 게 주요 콘텐츠가 됐죠? 네이버의 가장 많이 본 뉴스 대부분이 가세연 내용을 중계하는 기사더라고요.”

가세연에서 연예인 사생활 폭로를 이어가는 김용호씨가 8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용호연예부장’ 라이브 방송을 하며 한 말이다.

김씨는 최근 가세연 유튜브를 통해 배우 전지현 이혼설, 배우 한예슬씨의 남자친구에 관한 내용, 한씨와 함께 가라오케에 갔다는 여성 배우 실명 공개 등 여러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기성 매체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쓰거나 연예인들의 인스타그램 속 입장을 받아 반박하는 식의 보도를 내고 있다. 가세연 주장을 그대로 받은 매체들이 신문윤리위원회에서 ‘주의’ 제재를 받기도 했지만 이런 보도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관련 기사: 가세연 주장 연예인 사생활 검증 없이 받아쓴 매체 신문윤리위 ‘주의’]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가세연의 폭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언론이 가세연발 이슈를 보도하는 것도 지속될 것이다. 김용호씨는 연예인들이 포장된 사생활만 취사 선택해 보여주고 있고 자신은 연예인들이 거짓으로 올리는 사생활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폭로한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8일 라이브방송에서 “나보고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사생활을 공개하는 건 연예인들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집까지 공개한다. 이들이 보여주고 싶은 예쁜 것만이 사생활이냐”며 “나는 그들이 포장한 사생활이나 쇼윈도 커플의 아름다운 모습만이 연예인들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연예인의 인스타그램은 어떤 분들에게는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너무 힘든데 ‘연예인은 딴 세상에서 사는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저는 이런 분들에게 ‘그렇게 생각할 필요없다. 연예인들도 행복한 척, 포장하는 척하는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다. 연예부 기자들이 연예인들의 인스타그램만 한심하게 퍼다날라서 (포장된 사생활 모습을) 더 보이게 한다”며 “저는 균형을 맞추겠다”고 주장했다.

기자들도 고민이 깊어졌다. 가세연이 폭로하는 연예인 사생활 수위가 지나치다고 판단돼도,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연예인 역시 공식 입장을 내놓으니, 기사를 안 쓸 수 없는 상황라는 것이다. ‘가세연 발 이슈’가 포털을 뒤덮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가세연이 화제몰이를 하고 언론이 받아쓰면서 가세연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8일 현재 가세연 유튜브 구독자는 66만명. 김용호씨 유튜브는 55만명이 구독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력이 커지니 제보도 몰린다. 제보가 몰리다보니 가세연 폭로에 “결국 팩트 맞잖아”라는 관점도 있다. 

특히 이번 한예슬씨의 경우 가세연이 한씨 남자친구의 출신에 대해 폭로한 후 디스패치가 “[단독] ‘그 남자의 과거는 소설?’…한예슬 남친 과거 행적 확인”이라는 기사를 통해 사실상 가세연이 언급한 부분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한예슬 배우는 “남자친구가 가라오케에서 일했던 것이 맞다”고 밝혔다.

“연예인 제보 줄어…가세연에 몰리고 있다”

연예매체 A 기자는 “최근 연예기자들이 가세연 폭로를 그대로 기사화하는 아주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작은 매체들이 법적 분쟁을 피하면서도 자극적 소재의 연예 기사를 손쉽게 써서 클릭수를 늘리거나 포털 메인 상단에 노출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며 “가세연의 ‘폭로 저널리즘’도 큰 문제지만 연예 매체들의 게이트 키핑 부재도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김용호연예부장 채널.
▲유튜브 김용호연예부장 채널.

A 기자는 자신이 받는 연예인 제보가 크게 줄었다고도 밝혔다. 그는 “최근 저를 포함, 대다수 매체들에게는 연예인 관련 제보들이 거의 오지 않는다. 가세연에 몰리고 있다”며 “제보자 입장에서는 가세연이 검증 없이 가장 치명적인 방식으로 폭로해주기 때문에 그쪽으로 제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세연은 이런 방식으로 영상 조회수를 올려 수익화하고, 영향력을 높여 더 많은 제보를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A 기자는 “가세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자 했던 연예인도 있었다. 가세연은 작은 팩트들과 여러 추정과 비약을 섞어 연예인에 대한 악의적 소문을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확증편향적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근 사례, 한예슬 사례, 김건모 사례, 서장훈 사례처럼 폭로한 뒤 상대 대처를 보고 대응하겠다며 상대방을 공포와 패닉으로 몰아넣는 방식 역시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연예인들은 자칫 법적 대응이나 강경한 방식으로 반론을 제기했다가 더 폭로가 이어질까 두려워 아무 대처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며 “실제 알고 있는 사례도 있다.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연예 기자로서도 반성할 대목”이라고 밝혔다.

“연예 매체, 가세연과 다른 차별지점 가진 연예 기사 고민해야”

기존 연예매체가 가세연 등과 어떤 차별점을 갖고 기사를 생산할 것이냐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예 분야를 취재했던 현직 B 기자는 “가세연과 디스패치는 다른 결의 매체다. 디스패치의 팩트 선택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가세연과 비교하면) 적어도 디스팩트는 기사에 대한 증거를 함께 내놓는다”면서도 “누군가는 이들 매체들의 취재력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그런 ‘대단한 취재력’을 좀더 공적 이익에 쓰면 좋겠다”고 전했다.

연예 분야를 취재하는 C 기자는 “가세연과 디스패치를 바라볼 때 연예인에 대한 사생활 침해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증거(사진)가 있거나 연예인이 인정을 하게 되면 ‘그래도 취재는 잘하네’라는 이중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딜레마는 가세연이나 디스패치가 굉장히 자극적이고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니 연예인들도 무대응하기 어렵고, 다른 매체들도 가세연이나 디스패치 보도를 받으면서 발언권을 더 키워주고 있다”며 “연예지가 가세연 이슈를 받더라도 자체 취재를 더하고, 덜 자극적으로 쓰는 부분을 고민하며 장기적으로 차별성을 갖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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