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했다가 반려된 뒤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냈던 한겨레 기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한겨레 ㄱ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지난 20일 확인한 업무상질병판정서에 따르면, 공단은 “업무 내용, 발병 경위, 과거 병력, 연령, 진료기록, 심리학적 평가보고서 및 신청인과 대리인의 진술 등을 종합하여 검토한 결과, 신청인의 공황장애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고 판정했다.
앞서 한겨레 편집국 국장단은 지난해 9월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한 기자에게 돌봄 대상이 시부모라는 이유로 △가족회의 멤버 △각 형재자매의 간병 순번·기간 △현지 병원 이동 방편 △간병인과 업무 분담 방안 등을 추가 증빙하라며 반려했다. 언론노조는 한겨레지부는 노보를 내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요구”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한겨레 측이 국장단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하자 구성원 100여명이 국장단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공유했고, 이주현 편집국장은 전 사원 사과문을 냈다. ㄱ기자는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한겨레 노사공동 조사 결과 이 국장과 이순혁 부국장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된다며 징계를 요구했지만, 인사위가 이를 뒤집고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는 언론노조 성명과 한겨레 구성원 100명의 연명 등 안팎의 비판을 다시 부르기도 했다. 사측 결론을 받아든 노동부는 지난 5월 회사의 괴롭힘 불인정 결정을 수용하고 행정종결 처리했다.
공단의 질병판정서를 보면, ㄱ기자는 사측의 무리한 인사명령과 휴직 신청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 등으로 인해 업무상 질병을 얻었다며 산재를 신청했다. 질병판정위원회는 “신청인의 업무 과정에서 관계 갈등 요소가 확인되는 점, 업무 중 발생된 일련의 경험이 해당 상병의 유발 및 악화에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공황장애는)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심의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한겨레에서 정신 질환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첫 사례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한겨레지부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이번 판정은 그간 피해자 보호와 회복이라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원칙을 저버리고 조직 내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데 실패한 회사의 책임은 물론, 지난 5월 회사의 일방적 주장만을 수용하여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라고 결론내린 노동부 진정 결과까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겨레지부는 “경영진은 관리 실패의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이번 교섭의 의미가 피해자 보호와 회복의 원칙을 제도화하는 데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1년여 기간 회사를 상대로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외롭게 싸워온 ㄱ조합원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지부는 유사 사례 재발을 막고자 사규와 단협을 개정하기 위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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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노사공동위의 직장 내 괴롭힘 결정을 뒤집은 인사위의 처사가 부당했다는 점을 질병판정위에 성실하게 소명했다”며 “이후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의 산재 인정에 길을 열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결정이 후배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ㄱ 기자 측 노무사는 이번 산재 인정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을 재조사해달라는 진정을 노동청에 제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미디어오늘에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사내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조와 사규 개정 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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