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관 재판장이 19일 한덕수 전 총리 재판에 방청하러 온 이하상 변호사가 돌연 발언을 요청해 거부하다가 감치명령을 내리고 있다. 사진=서울중앙지법 영상 갈무리
▲이진관 재판장이 19일 한덕수 전 총리 재판에 방청하러 온 이하상 변호사가 돌연 발언을 요청해 거부하다가 감치명령을 내리고 있다. 사진=서울중앙지법 영상 갈무리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변호인들이 한덕수 전 총리 재판에 방청권 없이 참석해 발언 요구를 했다가 감치당하자 해당 재판장에 욕설과 조롱을 퍼부어 논란이다. 법원은 위법 부당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엄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JTBC 앵커는 “직업 윤리의 파기이자 포기와 같으며, 변론이 아닌 선동에 가깝다”고 질타했고, MBC 앵커는 “법원을 군홧발 아래 두려 했고 내란을 지금도 옹호하는 자들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이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19일 한덕수 전 총리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에서 벌어졌다. 이진관 재판장이 법정소란과 증인 불출석 선서거부시 처분에 대해 설명하자 돌연 방청석에서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장관의 변호인인 이하상 변호사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느냐”라고 발언권을 요청했다. 이 재판장이 “누구시냐, 왜 오신 거냐”라고 묻자 이 변호사는 “신뢰관계 동석 신청인”이라고 답했다. 이 재판장이 “(발언권 부여) 거부한다. 이 법정은 방청권 있어야만 볼 수 있다. 퇴정하라”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 변호사가 “한말씀 드리겠다, 나가겠는데요, 말하는데 감치하는 경우가 어디있느냐”고 거듭 발언하려 하자 결국 이 재판장은 “말씀하시면 감치한다, 자 감치하겠다, 구금 장소에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건 직권남용하는 행위”라며 “제 권리를 위해 한말씀 드린다는데 감치한다고?”라고 항의했다.

이 변호사와 함께 있던 권우현 변호사도 ‘옆에 계신 분 왜 있느냐’는 재판장 질의에 경위가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왔다. 공개재판이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재판장이 “법정을 그렇게 운영하지 않는다. 나가라”라고 했지만 거듭 권 변호사는 “공개재판인데 왜 방청권 갖고 판단을 하느냐, 빈 자리가 있지 않느냐”라고 이의제기했다. 감치되자 권 변호사는 “감치처분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한 뒤 나갔다.

이후 이하상 변호사는 이날 ‘진격의 변호사들’ 유튜브에서 “이진관이 이놈 죽었어 이거. 여러분들 이진관이가 벌벌 떠는 걸 보셨어야 돼요. 걔 약한 놈입니다. 그거 이진관이 그거 전문용어로 뭣도 아닌데 엄청 위세를 떨더라”라고 욕설과 막말, 조롱을 퍼부었다.

이를 두고 방송사들도 이 변호사들을 비판했다. 오대영 JTBC 앵커는 21일 ‘뉴스룸’ ‘앵커 한 마디’ <변론인가 선동인가>에서 이 변호사의 욕설과 자신의 행동이 저항이라는 주장을 두고 “법정은 감정의 전장이 아니다. 진실을 다투는 공적 공간”이라며 “감정적 언행으로 제재를 받고 그곳에서 쫓겨난 변호인이 마치 막말을 투쟁의 서사인 양 쏟아냈다. 그들이 법정 안팎에서 보인 행태는 직업 윤리의 파기이자 포기와 같으며, 변론이 아닌 선동에 가까워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한덕수 전 총리 재판에서 발언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한 뒤 이진관 재판장에 의해 감치명령을 받은 이하상 변호사(김용현 전 장관 변호인)가 유튜브 진격의 변호사들에서 이 재판장을 향해 욕설과 조롱을 퍼붓고 있다. 사진=진격의 변호사들 유튜브 인용, JTBC 영상에서 재인용
▲한덕수 전 총리 재판에서 발언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한 뒤 이진관 재판장에 의해 감치명령을 받은 이하상 변호사(김용현 전 장관 변호인)가 유튜브 진격의 변호사들에서 이 재판장을 향해 욕설과 조롱을 퍼붓고 있다. 사진=진격의 변호사들 유튜브 인용, JTBC 영상에서 재인용

조현용 MBC 앵커는 21일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에서 “법원이 내란수괴를 풀어주고 가담자와 주변인 상당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내란옹호자들을 방치한 결과가 무엇이냐”라며 “사법부를 우습게 보는 법원 습격과 폭동, 죽음을 들먹이는 법관 협박, 재판부 조롱, 그리고 이제는 방청을 빙자해 법정까지 들어와 부리는 난동”이라고 지적했다. 조 앵커는 “시민들과 정치권의 움직임 전에 사법부 스스로 직시해야 한다”라며 “법원을 군홧발 아래 두려 했고 그런 내란을 지금도 옹호하는 자들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저들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되레 사법부를 질타했다.

조 앵커는 전날인 20일 ‘클로징 멘트’에서도 “사법부에 대해 말을 아끼려 했지만 이번엔 물어야 할 것 같다”라며 “내란 관련자와 주변 인물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줄줄이 기각하는 가운데, 주요 혐의자들 측에선 이제 아예 재판을 업신여기고 재판장을 향해 죽음까지 운운하며 협박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법부를 계엄군 밑에 두려 했던 내란 수괴를 법원 스스로 풀어주고, 그 재판은 늘어지게 방치하고, 이제는 이런 일까지 벌어지는데 저들을 언제까지 내버려둬야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민들은 잊은 게 아니라 참고 있는 것”이라며 “이젠 사법부가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윤수 채널A 앵커는 22일 ‘뉴스A’ <석방 직후 판사에 욕설…고발 검토> 앵커 멘트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이 판사에게 감치 명령을 받았다가 석방된 뒤 유튜브에 출연해 욕설을 섞어가며 재판장을 비난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널A는 20일 ‘뉴스A’ <‘감치 선고’ 김용현 변호인…4시간 만 석방, 왜?> 리포트에서 이들이 4시간여 만에 석방된 경위를 두고 법원은 “구치소가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수용을 거부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사공성근 SBS 앵커도 20일 ‘8뉴스’ 리포트 <“뭣도 아닌 게”…풀려나자 재판장에 ‘막말 조롱’> 앵커멘트에서 이들 변호인을 두고 “이들은 유튜브 방송에 나가서 재판부를 향해 조롱과 욕설을 쏟아냈다”라고 전했다. SBS는 19일 리포트 <“증인선서 거부”…“선서 거부 처음 봐 과태료”>에서도 “내란 혐의 피고인들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거나, 법정 선서나 진술을 거부하는 일이 계속되면서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YTN은 22일자 ‘뉴스나이트’ <선서 거부 증인·변호인 다그친 증인...내란 재판 진풍경>에서 “최대 사형에 이르는 내란죄를 다루는 재판에서 희화화될 일들이 잇따르는 건, 결코 가볍게 웃어넘길 일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고 분석했고, MBN도 21일 ‘뉴스7’ <김용현 변호인 욕설…법원 “용납 불가”> 리포트를 내놓았다.

▲조현용 MBC 앵커가 21일 뉴스데스크에서 클로징 멘트를 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조현용 MBC 앵커가 21일 뉴스데스크에서 클로징 멘트를 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서울중앙지법 형사공보관(판사)이 23일 미디어오늘에 전한 서울중앙지법 입장을 보면, 서울중앙지법은 21일 “감치재판을 받은 변호사들이 재판장을 상대로 욕설 등 인신공격적 발언을 한 것은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법관의 독립과 재판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위법부당한 행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법조인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품위와 책임을 저버린 이들에 대해 향후 관련 법률과 절차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법부가 내란수괴를 풀어주고 재판을 방치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라며 재판부를 질타한 MBC 앵커의 목소리를 두고 이 공보관은 23일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 답변에서 “21일 공지와 같이 현재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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