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봉. ⓒGettyimages.
▲판사봉. ⓒGettyimages.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4일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노종면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해 논란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11일 기자회견에서 “당에 ‘언론만을 타깃으로 하지 마라,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만들지 마라’ ‘배상에 대해 언론중재법을 건드리지 말자’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언론중재법에 제동을 걸었는데 두달 만에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비춰질 대목이 포함된 법안을 재추진하기로 나섰기 때문이다. 

법원에 의해 허위조작보도가 확정된 사안을 반복적으로 보도를 통해 인용·매개한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이번 개정안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대목은 반론보도 관련 신설 조항이다. 현재 언론중재법 제16조(반론보도청구권) 1항은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는 그 보도 내용에 관한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인데 개정안에서는 그 뒤에 “이 경우 언론보도 등은 사실관계에 관한 내용에 한정하지 않는다”를 추가하기로 했다. ‘사실’이 아닌 ‘의견’에도 반론보도를 허용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취지다. 

언론중재뿐 아니라 명예훼손 소송에서도 그 대상은 ‘의견’이나 ‘평가’ 부분이 아닌 ‘사실’ 영역이다. 허위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해야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언론중재위에도 사실관계를 다룬 기사가 주요 조정 대상이 되고, 의견이나 평가를 담은 칼럼은 청구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칼럼은 의견을 담은 글이기 때문에 실제 기자들 중에선 칼럼이 언론중재위에 제소되고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민주당은 왜 굳이 반론보도 대상을 ‘의견’이나 ‘평가’ 영역까지 확대하기로 했을까. 칼럼에 대한 반론보도는 정치인 등 권력자들이 많이 청구하게 될 수밖에 없다. 보통 스트레이트 기사의 경우 시민들도 언론보도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시민 피해 구제’는 언론중재법의 목적이며 그동안 개정안 추진의 명분이었다. 이에 반해 대부분 사설이나 칼럼은 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작성되지 않는다.

칼럼이 언론중재위 조정 대상이 되는 건 아래와 같은 사례가 일반적이다. 스카이데일리 정치부장은 지난 9월24일 <국힘, 어쭙잖은 프레임 전환 시도 멈춰야>란 칼럼을 통해 국민의힘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보다는 프레임 뒤집기에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칼럼에는 다양한 사실관계들이 나온다. 그중 특검 수사대상에 오른 피의자들을 거론했는데 실제로는 참고인인 한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피의자라고 잘못 표기했다. 언론중재위 조정에 따라 이를 바로잡는 정정보도문이 실렸다. 

이처럼 언론중재위에 칼럼 조정을 신청하더라도 주요 ‘사실관계’ 때문에 조정 대상이 된다. 뉴데일리는 지난 7월 한 지자체 공무원이 근무시간에 폭탄주를 마셨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해당 지자체 공직기강이 붕괴됐다는 내용의 칼럼도 내보냈다. 해당 기사와 칼럼에 대해 정정보도문이 게재됐다. 실제 해당 공무원이 유연근무제를 적용받았기 때문에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 기사와 칼럼은 삭제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민희 언론개혁특위 위원장.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민희 언론개혁특위 위원장. ⓒ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이 조정을 신청한 사례 중 ‘의견’과 ‘평가’ 영역에 대한 반론보도문 하나가 눈에 띈다. 한국경제가 지난해 12월19일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란 정치부 기자의 칼럼을 실었다. 해당 칼럼에는 “‘출산 직후 아기를 사흘간 굶겨라’는 유사 과학을 신봉하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유튜버 김어준 씨를 국회로 불러들여 ‘계엄군이 주한미군을 사살해 북한과의 전쟁을 촉발하려 했다’는 말을 전 국민이 듣게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최 위원장은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했다. ‘최 위원장이 유사과학을 신봉한다’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다. 언론중재위 조정에 따라 실린 반론보도문을 보면 칼럼의 해당 부분에 대해 최 위원장은 “과거 저서를 통해 그런 표현을 한 적은 있으나 유사과학과 관계가 없으며 신봉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출산 직후 아기를 사흘간 굶겨라’라고 표현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정정보도가 이뤄지진 않았고, 관련 ‘평가’에 대한 반론보도만 반영된 것이다. 

위 사례들을 종합하면, 통상 의견과 평가가 주 내용인 칼럼도 사실관계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가 이뤄진다. 신청자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필요도 없고, 사실과 의견의 구분이 모호한 영역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언론중재위 조정을 진행하다보면 사실 영역뿐 아니라 의견에 대한 반론보도가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미 사실적 주장을 넘어 ‘의견’ 영역까지 언론중재 대상이 되고 있는데도 왜 굳이 법제화를 시도할까. 법 조항에 규정하는 것은 이를 공식화하고 장려하는 효과를 지닌다. 그동안 허위사실이 아니라면 뭐든 자유롭게 칼럼을 썼던 이들도 법 개정 이후 자기검열이 작동할 수 있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언론 자유 영역에 있던 부분까지, 다른 말로 자신들에 대한 평가 영역까지 언론중재위를 통해 문제제기하기 수월해 질 수 있게 된다. 

반론보도의 범위를 법에서 확장하는 문제는 ‘허위조작정보’나 ‘과징금’,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이 최근 각계에서 우려를 표하며 갑론을박이 벌어질 만한 주제로 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미 발언권이 큰 정치인들에게 조금 더 큰 스피커를 주는 게 타당한지, 정치인이나 정당을 비판한 칼럼마다 그 하단에 반론보도문을 첨부하도록 하는 게 지금 시급한 문제인지 토론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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