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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은수 좋은 날', '트웰브' 포스터

KBS가 토일 드라마를 신설하고 ‘텐트폴’(tentpole) 콘텐츠로 내세운 드라마 두 편의 손실이 1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KBS는 지난달 26일 종영한 ‘은수 좋은 날’(주연 이영애·김영광)로 회당 7억4000여 만 원, 전 회차 88억8000여 만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월 종영한 전작 ‘트웰브’(주연 마동석) 손실은 회당 2억6000여 만 원, 전회차 18억800여 만 원 손실인 것을 감안하면 드라마 두 편으로만 107억 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두 드라마는 KBS가 올해 공사창립 52주년을 맞아 신설한 ‘토일 미니시리즈’ 핵심 콘텐츠들이다. KBS에서 이영애 배우가 26년 만에 KBS로 돌아온다며 홍보한 ‘은수 좋은 날’은 박민 사장 시절 추진되다 박장범 사장 취임 후인 올해 1월23일 2025년도 제1차 콘텐츠투자심의위원회에서 제작 승인이 이뤄졌다. ‘트웰브’는 방영권을 구매한 반면 ‘은수 좋은 날’은 KBS가 IP를 확보해 대규모 투자를 한 사례다.

지난 7월엔 최성민 KBS 콘텐츠전략본부장이 사보를 통해 “주말드라마의 강자인 KBS가 연달아 미니시리즈까지 블록 편성하면 2023년 말 ‘고려거란전쟁’ 편성 때처럼 주말 저녁 시간대 2TV 채널 경쟁력이 더욱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말드라마의 가족 단위 시청자 뿐 아니라 2049 시청자까지 유입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신한 바 있다. 그러나 ‘트웰브’는 2.4%로 종영하고, ‘은수 좋은 날’은 마지막회 4.9% 시청률(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종영한 가운데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KBS 안팎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BS 드라마 사업 전략 등에 참여했던 A씨는 “기획 자체의 힘도 보고 여러가지를 봐야 하는데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캐스팅 같은 것에 치중하다보니 수익성이나 그 자체의 경쟁력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하지 않았나”라면서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KBS 이사회에서도 기대에 비해 두 드라마의 성과가 좋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콘텐츠 분야를 다루는 언론 매체들도 KBS 편성 전략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은수 좋은 날’ 종영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스포츠동아는 “연속된 부진은 KBS 드라마 제작과 편성 전략 전반에 대한 의문을 불러오고도 있다. 톱 배우의 화제성에 의존하면서 내실 있는 기획과 탄탄한 서사를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이 잇따른다”고 지적했다. 맥스무비도 “배우들의 이름값이나 화제성, 규모를 키운 장르 등 ‘외형’ 만으로는 시청률과 흥행을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만을 드러냈다”고 했다. 티브이데일리는 “야심차게 출발한 KBS 토일 드라마 블록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KBS는 지난 7일 미디어오늘에 “두 작품 모두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고 특히 ‘은수 좋은 날’의 경우 가족드라마의 틀 안에서 액션과 스릴러를 결합한 웰메이드 작품으로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작품성에 있어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업적 측면에서도 ‘트웰브’와 ‘은수 좋은 날’의 경우, 지난 5년 간 지상파 3사 광고시장이 40% 정도 축소된 상황에서도 2021년 이후 방송된 KBS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광고판매액을 기록했다”며 “글로벌 OTT의 등장으로 두 배 가량 높아진 제작비 부담과 ‘은수 좋은 날’의 경우 소재의 한계 등으로 예상보다 높은 손실을 기록하긴 했지만 현재 타사 포함 대부분의 드라마가 직접적으로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KBS 측은 이어 “시청자 서비스, 채널 경쟁력 강화, IP 확보 등을 고려하여 드라마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단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고 드라마센터에서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다. 다만 아직 주말 편성이 6개월도 되지 않았고 주말시간대 타 드라마와의 경쟁 등을 고려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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