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아파트의 공통점은? (1) 도곡동 타워팰리스 (2) 반포 자이 (3) 반포 래미안 (4) 역삼동 아이파크.
정답은 ‘미분양’이다. 현재는 고가 아파트를 상징하는 곳들이지만 완공 당시에만 해도 미분양 사태에 할인 판매까지 이뤄졌다. 이후 고공행진한 가격을 고려하면 당시 할인 판매는 ‘오판’이었다.
“그 후에 저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올라가나?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시장을 보는 관점, 전문가들이 나와서 말하는 관점, 그 관점을 맹신하면 되레 당한다. 계속 의심하고 공부하고 뒤집어 생각해보는 수밖에 없다.” 김원장 경제 칼럼니스트(전 KBS 기자)가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미디어먼슬리’ 행사에서 <투자의 시대, 우리는 왜 돈을 잃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원장 칼럼니스트는 재산이 10년 전보다 늘었어도, 실상은 줄어든 것일 수 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2배 늘었다면 명목 가치로는 올랐다. 그런데 돈의 가치가 1000만 원보다 2000만 원이 두 배 좋은 이유는 두 배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2배 올랐다면 나는 제자리 걸음을 한 거다. 10년 전 은퇴 자금 1억 원을 받아서 그대로 지키고 있다면? 가난해진 거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김원장 칼럼니스트는 “돈이 많이 풀리면 정부가 이익이다. 재정은 세금을 거둬 늘려야 되는데 세율을 올리면 욕을 먹는다. 그런데 물가가 올라가면 정부는 욕을 안 먹고 성장률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텍스’(세금)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돈은 늘었지만 우리에게 체감되지 않는다. 그는 “코스피 상장사 부채비율이 150% 정도일 거다. 자본금 곳간에 있는 종잣돈의 150%만큼 빚이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 중 자산의 150%만큼 대출을 받으실 수 있는 분은 없을 거다. 우리는 기업이나 부자보다 신용이 없는 거다. 그래서 우리에게 굴릴 기회를 안 준다. 풀어봤자 우리에겐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다.

김원장 칼럼니스트는 야후, 아마존, 시스코 세 회사의 로고를 화면에 띄우며 “1999년 상위 1, 2, 3위 종목이다. 야후는 날아갔고 아마존은 어마어마한 기업이 됐고 시스코는 어느 정도 버티고 있다. 우리에게 1999년 시점에서 어디에 투자할지 물으면 어떻게 결과를 알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를 현재 시점으로 바꿔보면 엔비디아와 같은 빅테크 투자 열풍과 다르지 않다.
김원장 칼럼니스트는 “전망이 맞다면 경제학과 교수, 경영학과 교수들이 다 부자여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분석을 못한다. 그러면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 걸까”라고 물었다.
김원장 칼럼니스트는 한 연예기획사 연습생 1000명에게 각각 1만 원씩 투자하는 상황에 빗대며 “이 중 5년에 2명 정도 블랙핑크처럼 성공한다고 치면 높은 수익률을 보장 받을 수 있다”며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1000명 중 누가 성공할지 찾아낼 수 없다. 그래서 똑똑한 애들만 추려서 이 꾸러미를 사라고 하는 게 S&P500지수(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500개의 큰 기업들의 주가 성과를 추적하는 주가 지수)”라며 “1928년부터 지금까지 수익률이 연평균 12%였다. 진짜 오른다”고 했다.
관련기사
단, 조건이 있다. “오래 두고 봐야 된다”는 것이다. 김원장 칼럼니스트는 “이게 관건”이라며 “시간의 분배를 하기 어렵다. 가치란 시간이 결정하는 것이지, 그 본연의 가치가 결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부자들은 기다렸다가 산다. 우리는 한 달 만에 투자를 다 해버려야 하니까 투자할 돈이 없는데 도저히 안 팔리겠구나 생각하니 ‘할인 판매’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투자의 시대에 투자를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면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주식을 조금씩 사면 될 거 같다. 내가 잘 아는 업종이고 싸면 조금씩 사라. 100만 원씩도 괜찮다”며 “이렇게 서너군데 나눠 석달에 한번씩 100만 원에 사서 우리 아들이 대학교 갈 때까지 산다고 생각해보시라. 시계열로 어떤 상황이 생겨도 수익이 난다. 그런데 지금 고점일 수도 있다. 그러니 천천히 사야 거의 손실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후원은 더 좋은 기사에 도움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