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 서울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MBC 경영평가단(평가단)이 사내 부장 직급 이상 여성 비율이 약 15%에 그친 점을 지적했다. 평가단은 우수한 여성 인재가 조직의 리더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영진의 적극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27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승인한 ‘2024 MBC 경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MBC에는 정규직 450명, 비정규직 149명의 여성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총 정규직 및 비정규직 여성 인력은 전년 대비 12명 늘었고, 팀장 이상 여성 인력은 20명으로 5명 늘었다.

정규직인 여성 인력은 작은 수치이지만 증가 추세이며, 전체 정규직 중 여성 고용 비율은 약 30%이다. 여성 리더십 역할을 보여주는 부장 이상 여성 고용 비율은 전년 대비 다소 증가했지만 아직 15% 수준이다. 평가단은 “우수한 여성 인재가 조직의 핵심 리더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2024년 MBC 여성 인력 고용 현황 (단위: 명). 표=2024 MBC 경영평가보고서 갈무리.
▲ 2024년 MBC 여성 인력 고용 현황 (단위: 명). 표=2024 MBC 경영평가보고서 갈무리.

전체 비정규직 중 여성 인력은 약 66%로, 전년보다 전체 비정규직 인력 수가 감소했지만 그 중 여성 인력 비율은 증가했다. 또한 비정규직 여성 인력이 비정규직 남성 인력(77명)보다 약 2배 많은 데 반해, 정규직인 경우 여성이 남성(1043명)보다 2배 이상 적었다. MBC 경영평가단은 지난해에도 MBC의 여성 인력 비율이 낮으면서도 비정규직 인력은 대부분 여성인 점을 지적하며, MBC에 성별 불평등을 개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 2024년 MBC 정규직과 비정규직 인력 고용 현황 (단위: 명). 표=2024 MBC 경영평가보고서 갈무리.
▲ 2024년 MBC 정규직과 비정규직 인력 고용 현황 (단위: 명). 표=2024 MBC 경영평가보고서 갈무리.

“고용 형태 이유로 차별 없어야, 인력 제도 개선 필요”

보도 부문 인력은 남성 149명, 여성 184명으로 여성 인력이 35명 더 많았다. 취재, 편집, 디자인 팀에서 여성 인력 약진이 두드러졌다. 평가단은 “인원수, 담당 영역 면에선 성별 다양성이 비교적 조화롭게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사·교양 부문은 정확한 통계 접근이 어려웠는데, ‘PD수첩’의 경우 담당 PD의 50% 이상, 제작진의 약 70% 이상이 여성으로 구성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PD수첩은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 딥페이크 범죄 문제 등 젠더 이슈를 꾸준히 다뤄왔다.

평가단은 이 같은 노력이 방송 제작 현장 전반에서 다양성을 확장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른바 ‘여성’적인 주제, 즉 사적 영역, 문화, 일상 등 ‘연성’ 주제에 여성 출연자가 집중하는 반면 정치, 경제 등 ‘경성’ 분야는 여전히 남성 출연자가 많은 경향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평가단은 “사적 주체로서 여성, 사회적이며 공적 주체로서 남성으로 이분화된 전형적 젠더 역할을 극복하고 보다 다양하고 역동적인 성 다양성을 구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평가단은 MBC 내 직군 구분 현황을 언급하며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평가단은 “MBC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을 체결한 인력(정규직)을 일반직, 전문직, 방송지원직(무기계약직)으로 구분해 운용 중”이라며 “방송지원직은 휴가와 급여, 승급, 인사평가 등에서 일반직과 차이가 존재한다. 전문직은 일반직과 다른 별도의 임금 수준을 적용받고 있다. 방송지원직 인력은 무기계약직 인원 5명을 제외하고 18명이 계약직”이라고 지적했다. 평가단은 “MBC는 조직 내 인력 활용에 있어서 고용 형태를 이유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력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비정형 인력에 대한 처우개선 노력은 MBC의 안정적 경영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소수자 타자화하지 않는 길 모색 필요”…다양성 데스크 점검 당부도 

지난해 MBC의 장애인 고용 비율은 법정 의무 비율인 3.1%에 미치지 못했다. 정규직의 경우 1%, 비정규직의 경우 0.8%였다. 지난해 말 기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총 17명이 고용돼 있는데, 이는 전년보다 더 줄어든 수치다.

▲ 2024년 MBC 장애인 고용 현황 (단위: 명). 표=2024 MBC 경영평가보고서 갈무리.
▲ 2024년 MBC 장애인 고용 현황 (단위: 명). 표=2024 MBC 경영평가보고서 갈무리.

평가단은 “MBC가 사회적 약자 배려 등 공적 책무 수행을 위해 외부적으로 보여주는 노력 대비 자사의 장애인 고용 노력이 아쉽다”며 “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 고용컨설팅(구인신청 등)을 통해 장애인 근로자 고용을 채용하는 관행은 실제 고용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다.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도 크게 나아지는 상황에서 MBC는 최소 법정의무비율을 준수하는 장애인 고용 실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방송 비율도 지적됐다. 방송법은 방송사업자가 장애인의 시청을 도울 수 있도록 폐쇄 자막, 한국수어, 화면 해설 등을 이용한 방송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MBC의 폐쇄 자막 방송은 전체 방송 프로그램 100%를 달성했다. 수어 방송 편성 비율은 11.3%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화면 해설 방송은 주간 편성 비율을 기준으로 16.5%를 기록해 전년보다 1.2%p 올랐다. 그러나 주시청 시간대 교양 장르의 화면 해설 방송은 전년도에 이어 전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는 지난해 경영평가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

지난해 어린이(13세 미만 대상) 프로그램의 연간 편성 비율은 4.1%로 전년도와 같다. 청소년(13세~19세 미만 대상) 프로그램의 연간 편성 비율도 39%로 전년도와 같은 수준이지만, 주시청 시간대 청소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69.5%로 전년도 48.3%에서 대폭 올랐다. 다만, 청소년 대상 정규 프로그램은 ‘심장 울려라 강연자들’ 등 강연 프로그램 외에는 없었다. 평가단은 “드라마나 교양 등 장르에서 청소년이 소재 및 주체가 되는 것에 대한 고려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평가단은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노숙자, 성적소수자, 미혼모 등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두드러지지 않았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드라마, 교양, 오락, 보도 등 장르의 구별 없이 ‘이들의 존재와 삶이 반영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드라마의 인물이어도 되고, 교양이나 보도 프로그램의 진행자여도 좋고, 오락 프로그램의 연기자여도 좋다. 소수자를 타자화하지 않는 길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했다.

MBC는 ‘2020 도쿄 올림픽’ 중계방송 사고 이후 주요 제작 부문에 콘텐츠 다양성과 팩트체크를 담당하는 ‘다양성 데스크’를 설치·운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평가단은 “뉴스룸, 시사·교양국, 라디오국, 스포츠국에 설치되는 것으로 정했는데, 현재는 스포츠국 이외에는 겸직이거나 사실상 전담자가 없는 상태로 파악된다”며 “스포츠국 이외에는 다양성 데스크의 업무나 성과평가 등이 명문화돼있지 않은 상태로서 이 조직 유지 또는 내실화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방문진은 지난해 10월 윤능호·박선아·차기환 등 3명의 이사로 구성된 ‘MBC 경영평가소위원회’ 운영을 의결했다. 소위원회는 같은 해 12월 분야별 외부 전문가 5명을 위촉해 MBC 경영평가단을 구성했다. 경영평가단은 편성·제작, 보도·시사, 방송 인프라, 경영, 재무·회계 등 5개 분야에 대한 평가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고, 지난달 27일 방문진 제9차 정기이사회에서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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