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경영평가에서 공영방송의 가치 실현을 위해 보도에 반영하는 항목으로 ‘국제질서의 급격한 변화’가 추가된다. 기존 ‘환경 위기’ 항목을 제외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방문진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2025년 MBC 경영지침’ 최종안을 의결했다. 박선아, 차기환, 윤능호 이사가 참여한 경영평가소위원회에서 만든 경영지침을 이사들 전체가 공유 및 논의 후 의결한 자리였다.
이날 여권 몫으로 분류되는 차기환 이사는 ‘공정하고 책임있는 보도를 통한 공영방송의 가치 실현’ 보도에 반영해야 하는 항목에 ‘국제질서의 변화’를 추가하자고 했다. 차 이사는 “한국은 국제 정세에 영향를 크게 받는 나라인데 이번에 우리나라의 큰 중앙일간지나 방송사도 미국 대통령 선거 (예측이) 다 틀렸다”며 “미국의 선거 전문 여론조사 기관은 아주 일시적인 걸 빼고는 트럼프가 리더를 지키고 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방송은 CNN,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를 보고 다 보도해서 놓쳤다”고 말했다.
차 이사는 “한국 입장에선 우리나라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나라의 정부가 크게 바뀌고 정책이 반대로 가는 것”이라며 “시민사회의 흐름이 크게 요동을 치는데 한국의 방송이나 신문 매체를 보면 오불관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과연 우리나라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라며 “우리나라의 국제 정치, 경제 흐름을 잘 반영해 보강해야 한다. 우리나라 뉴스만 보면 미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되고있으며 향후 전개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고 했다.
차 이사는 해당 항목에서 ‘환경 위기’ 문구를 제외하자고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 이슈라고 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다루고 있다. 근데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의 위기를 초래하느냐에 관해서는 논의가 많다”며 “환경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면서 유럽 축산업자들이 망한다든지, 청정에너지를 써야한다고 하면서 에너지 가격을 올려 서민의 삶이 어렵게 되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차 이사는 “(환경 위기 이슈가) 전 세계적 트렌드이긴 한데 우리가 굳이 앞서서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면서 “미국의 신임 대통령은 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그게 진짜 과학이 맞는지 따지겠다고 하고 있어서, 그 사람들의 논쟁을 보고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례를 언급했다.
반면 권태선 이사장(야권)은 “환경 위기는 단순히 이산화탄소 배출뿐만 아니라 코로나 등을 포괄적으로 언급하는 것이므로 놔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질서 변화’ 문구 추가에 대해선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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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환 이사(야권)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라는 UN산하 기관이 있다. 세계 약 140개국 정도가 가입돼있고 2년에 한 번씩 리포트를 발간한다. 기후 변화에 대한 과거 숫자는 물론이고 예측까지 반영하는데, 국가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된다”며 “환경 위기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이고 MBC가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이슈”라고 말했다.
이사들은 최종적으로 ‘공정하고 책임있는 보도를 통한 공영방송의 가치 실현’ 항목에 ‘환경 위기’를 유지하고, ‘국제질서의 급격한 변화’를 추가하기로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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