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7월26일 KBS 뉴스에 나온 천호선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KBS 보도화면 갈무리
▲ 2007년 7월26일 KBS 뉴스에 나온 천호선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KBS 보도화면 갈무리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이 브리핑룸에 카메라 4대를 추가로 설치해 대변인의 브리핑뿐 아니라 질문하는 기자들 모습도 공개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X(옛 트위터)에 “댓글을 통해 접한 제안이 의미있다 판단해 실행에 옮겼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질문하는 기자들 모습도 담아 “쌍방향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한쪽에선 ‘수준 미달의 질문을 누가 하는지 감시하겠다’는 시선이 있는 반면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비판적인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 대한 과도한 공격이 있을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지난 8일 “언론인을 공격함으로써 수익을 벌어들이는 체계가 구축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SBS는 지난 9일 “비판적 언론을 공격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대통령실 대변인 브리핑과 기자들 질의응답을 생중계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는 2007년 7월부터 대변인의 정례브리핑 영상을 생중계했다. 천호선 당시 대변인(현 사회민주당 비전위원장)은 2007년 4월20일부터 2008년 2월24일까지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비서관 겸임)을 맡으며 질의응답 생중계 시스템을 경험한 당사자였다. 천호선 전 대변인이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바탕으로 미디어오늘은 지난 10일 천호선 전 대변인에게 생중계의 장단점에 대해 더 물었다. 

일단 2007년 언론계 상황을 떠올려보자. 당시 노무현 정부 국정홍보처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을 추진했다. 그동안 정부 관계자들과 출입기자들 간 보이지 않았던 관계를 수면 위로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였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 무렵 정례브리핑(월~금 오후 2시30분)을 실시했다. 개방형 브리핑제에 대해 청와대가 모범을 보이기 위해 정례브리핑을 생중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때도 미국 백악관에서 정례브리핑이 생중계되고 있어 이를 참고했다고 한다. 

▲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사진=강유정 페이스북
▲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사진=강유정 페이스북

2007년 당시에도 기자들의 반발이 있었다. 천 전 대변인에 따르면 기자들 입장에서는 카메라 없이 대변인이랑 터놓고 얘기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길 원하는데 아무래도 카메라 앞에서는 세세한 것까지 묻기 어려울 수밖에 없어서 생중계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를 두고 천호선 전 대변인은 “과거에는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실에 가서 한 얘기도 앞뒤 빼고 중요한 것만 편집해 보도할 수 있지만 생중계로 나가니까 맥락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며 “어떤 맥락에서, 앞에 어떤 말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고의적으로 맥락을 무시하거나 거두절미 할 수 없으니 왜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천 전 대변인은 또 “카메라로 기자들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어느 언론사 누구라는 것을 밝히기에 충분히 질문의 질이 높아진다”고도 전했다. “카메라로 기자들 얼굴을 비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핵심은 생중계”라는 말이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과 대변인 답변이 통째로 공개되기에 의도에 대한 논란이 없고 서로 질문과 답변의 수준을 높일 수밖에 없고 실제로 질문과 답변의 수준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대변인 입장에서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알 수 없고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 나오더라도 무작정 답을 회피하기도 어렵다. 브리핑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생중계와 함께 청와대의 권위도 실추되기 때문에 최대한 답을 할 수밖에 없다. 정확한 정보과 세세한 표현 정리, 정무적인 판단까지 청와대 전체가 대변인을 지원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천 전 대변인은 “대변인 역할은 개인의 능력보다 대통령실의 지원 능력이 중요하다”며 “기본적인 정비가 되지 않으면 대변인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당시보다 지금 질의응답 영상을 편집하고 공유하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생중계는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천 전 대변인의 경우 오전에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주요 언론보도와 기자들 관심 사안을 보고하고 각 수석들에게 여러 질문을 던져 현안을 파악했다. 정무적인 사안은 비서실장 등과 따로 소통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까지 다듬었다. 이러한 작업을 브리핑 1시간 전까지 마무리하고, 예상 질문까지 준비해서 2시30분 마이크 앞에 섰다. 

대변인 브리핑 생중계를 실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분당샘물교회 교인 23명(2명 사망)이 아프가니스탄에 선교하러 갔다가 탈레반에 인질로 붙잡힌 사건이 터졌다. 7월19일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를 맡았고 대변인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했다. 연일 이 사건이 질의응답 주제가 됐기 때문이다.

천 전 대변인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생중계하면 CNN에서 이를 보도했고 이를 알자지라에서 번역해 보도하면 탈레반이 이를 확인해 자신들 입장을 냈다. 대변인의 워딩이 다음날 인질의 사망자 수와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살얼음판 걷는 긴장상태가 40여일간 지속됐다. 역시나 생중계되고 있으니 질문에는 뭐라도 답을 해야 했지만 어떻게 답을 하든 논란이 끊일 수 없는 시기였다. 그는 “생중계는 대변인한테도 정무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라고 말했다. 

▲ 샘물교회 교인들이 납치돼 관련 뉴스가 쏟아지던 2007년 7월26일 청와대 브리핑에 나서는 천호선 당시 대변인. 사진=KBS 보도화면 갈무리
▲ 샘물교회 교인들이 납치돼 관련 뉴스가 쏟아지던 2007년 7월26일 청와대 브리핑에 나서는 천호선 당시 대변인. 사진=KBS 보도화면 갈무리

2007년 7월 이전까지 ‘무게를 실은 공식 성명’을 제외하고는 청와대 대변인 영상이 뉴스를 장식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천 전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영상을 찍어 내보내는 경우는 있지만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을 영상으로 사후에라도 공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원칙적으로 청와대는 메시지 관리를 신중하게 해야해서 각 주제들에 대해 수석들이 직접 브리핑하고 대변인은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방송활동 중인 윤태곤 당시 프레시안 기자(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매일경제 대표를 지낸 故 서양원 기자, 연합뉴스 대표를 지낸 성기홍 기자, 현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인 박승희 당시 중앙일보 기자 등이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생중계로 남아있다. 천 전 대변인은 이미숙 문화일보 기자(현 논설위원)와 조수진 동아일보 기자(전직 국회의원) 등과 열띤 논쟁을 벌인 기억이 난다고도 전했다. 당시 동시접속자 3000명 정도를 기록했다는 생중계 질의 영상은 현재도 KTV에 남아있다. 

▲ 2007년 당시 청와대 대변인에게 질문하는 박승희 중앙일보 기자(현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사진=KTV 화면 갈무리
▲ 2007년 당시 청와대 대변인에게 질문하는 박승희 중앙일보 기자(현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사진=KTV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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