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윤석열 정권 주도로 민영화된 YTN에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발언이나 성명을 쓰지 말라는 보도국 지시가 내려진 사실이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YTN이 유진그룹에 인수된 직후 ‘김건희 보도’ 사과방송으로 시작해 김 여사와 관련해 보도 축소가 이어진 데에도 질의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YTN 졸속 민영화’ 관련 청문회에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고인으로 출석한 전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에게 “경영진이, 여기 옆에 계신 노종면 의원, 과거 YTN 직원이었던 분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하는 지침이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전 지부장은 시인하면서 “(노사 동수로 이뤄진) 공정방송위원회를 통해 확인했고, 노조는 누가 지시했는지 확인 작업을 벌였다. 당시 국회팀 반장급과 정치부장급 사이에서 그와 같은 지시가 내려갔고, 영상편집부에도 비슷한 지침이 내려가 (노종면 원내대변인이 나오는) 화면을 사용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노종면 의원은 과거 YTN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08년 공정방송투쟁에 나섰다가 해직된 경험이 있다.
전 지부장은 이어 “사측은 일정 기간 우리 회사 출신 정치인의 화면 사용을 자제한다는 이유를 댔고, 일부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에 대한 패널티 측면도 있었으며, 특정 사감이 작용한 부분도 있다는 이유를 댔다”며 “노조는 이에 특정 정치인을 뉴스에서 배제할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법적 문제가 있으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 법적 대응을 해야 하고,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면 이를 절차를 거쳐 바로잡아야지 그런 이유로 뉴스에서 특정 정치인을 배제하는 것은 공정성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김백 사장에게 “경영진이 제작 가이드라인 통해 특정 정치적 의견을 가진 그룹이나 개인을 보도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나”라고 물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백 사장은 “그런 지시를 하지 않는다”며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전권을 맡기고 소신에 따라 원칙을 정해서 실시하는 걸로 이해한다”고 했다. 김백 사장은 2008년 인사위원으로 노종면 YTN 기자를 해고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지부장은 이에 “경영진이 보도에 개입할 문을 활짝 열어젖힌 게 김백 사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보도전문채널로 보도와 경영을 엄격히 분리해왔다. 그 핵심 제도가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라며 “김백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완전히 무시하고 본인 마음대로 보도국장을 두 번이나 갈아치웠다”고 했다. 이어 “보도국장이 결국 사장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보도국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지금 YTN은 경영파트뿐 아니라 지주사 유진그룹의 영향력도 심각하게 받고 있다”고 했다. 반면 김백 사장은 “우리 보도가 편향되었다는 건 일선 기자에 대한 모독이다. 자율적으로 제작하는 모든 기자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과거 유진그룹 인수 전부터 있었던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복원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복원할 용의가 있느냐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 질문에 “제가 사장하는 동안에는 다시 부활할 생각이 없다. 모든 제도가 갖는 장단점이 있다”며 “보도국장 임명동의를 한다고 공정보도가 이뤄지고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정 의원은 “궤변”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노종면 금지령, 김백판 보도지침이라 생각하는데 인정하기 쉽지 않겠죠”란 정 의원 질문엔 “네”라고 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주도로 유진그룹이 YTN을 인수한 뒤, YTN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대한 보도 축소·금지 지침이 여러 차례 이뤄진 데 지적이 나왔다. YTN에선 김백 사장 임명 사흘 만에 윤 대통령을 다룬 돌발영상이 불방 조치됐다. 김백 사장은 같은 날 김건희 여사 관련 YTN 과거 보도를 거론하며 사과방송을 했다. 이후 김 여사가 찍힌 일명 ‘명품백 영상’ 사용 금지도 내려졌다. 언론노조 YTN지부에 따르면 명품백 수수 영상은 현재까지 방영되지 않고 있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개입 의혹 기사에선 제목에서 ‘김건희’란 글자를 빼고 내용도 대폭 수정하는 데스크 조치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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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노종면 의원이 “왜 김건희 관련 보도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까”라며 사과방송에 대해 묻자 김 사장은 “앞으로 YTN 보도를 공정하게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답했다.

한편 유진그룹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 직후인 지난달 유진이엔티를 주주로 특정한 유상증자를 의결해 방송법상 최대치에 가깝게 지분율을 높였다. 그런데 유진 측이 방통위에 일반공모 방식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유진이엔티가 방통위에 YTN 최대주주 변경승인을 구하면서 제출한 증자방식 계획서에서다. 노 의원은 강희석 유진이엔티 사장에게 “(일반공모를) 검토한 자료조차 없다고 유진이엔티에서 의원실에 공식 답변했다. 왜 거듭해서 거짓말을 하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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