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원자력발전소 문제를 안정적 전기공급 필요성과 위험성이 병존하고 있다며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이용하게 만들겠다면서 모호한 표현을 썼다. 과거 “원전은 미친 짓”, “원전 제로”를 주장하다 “감원전(減原電)”으로 수정한 것과 비교할 때 점점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 환경단체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에 RE100도 모르냐고 면박을 주던 이재명이 어디 갔느냐”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전북 새만금 한국농어촌공사를 방문해 재생에너지 현장 간담회를 한 뒤 백브리핑에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두고 김동연 후보의 경우 원점 재검토를 언급했는데, 후보 입장이 궁금하다’는 질의에 “향후 우리 사회가 이제 AI 중심의 첨단 기술 산업 중심 산업 사회로 바뀌어야 하고, 또 재생 에너지도 매우 중요하지만, 안정적 전기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이어 “근데 원자력 문제는 이런 전기 공급의 필요성에다가 또 한편으로는 위험성이라고 하는 게 동시에 병존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문제 중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며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4년에는 “원전은 미친 짓”, “원전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호언장담했고, 문재인 정부 시절엔 “탈원전으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다 지난 대선 때인 2022년엔 문재인 정부 ‘탈원전’ 대신 원전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쓰고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감원전’을 공약했다. 이제는 더 나아가 원전 전기공급의 안정성(친원전-원전 확대론) 위험성(감원전-원전 감축론) 어느 일방도 선택 못 하겠다고 한 상태까지 이르렀다. 언론은 탈원전과 거리두기라고 평가했다.
TV조선은 24일 ‘뉴스9’ 리포트에서 “처음으로 원전 관련 언급도 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 기조에는 선을 그었다”고 평가했고, SBS도 ‘8뉴스’에서 “원전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는 거리를” 뒀다고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24일 기사 <이재명 “신규 원전, 필요한 만큼 안정적 이용할 수 있게”···탈원전 정책과 차별화>에서 “차별화했다”, “이념 논쟁화한 ‘탈원전’과 선을 그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봤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내내 탈원전 정책 규탄에 앞장섰던 조선일보는 이런 이 후보에게 흔들리지 말라고 독려하기로 했다. 조선일보는 24일 자 사설 <원전 정책 언급 피한 이 후보, 상식적 판단 하길>에서 “AI(인공지능) 경쟁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전력 확보”라며 “탈원전 혹은 감원전을 하자는 것은 AI 경쟁을 스스로 포기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민주당 내에도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AI 산업 발전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 후보가 공언한 ‘AI 3대 강국’론을 두고 “원전 제로화나 감원전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AI 강국이란 목표가 진심이라면 진영 정치 논리에 흔들리지 말고, 상식적 에너지 정책을 약속하고 지켜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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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선거대책본부 이은창 대변인은 한술 더 떠 “이 후보는 원전 산업과 AI 산업을 살릴 듯 말 듯, 모호한 말장난으로 업계를 기만하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결국 그의 공약은 ‘탈원전의 재포장’이었고, 민주당은 더 이상 원전 육성이나 산업 전략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이영경 탈핵시민행동 집행위원은 지난 22일 민주당사 앞 규탄 기자회견에서 “RE 100도 모르냐며 면박을 주던 이재명은 어디로 갔나”라며 “원전만 사랑하던 윤석열이 파면되자 이제라도 ‘사실은 나도 원전 사랑했다’고 고백할 참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위원은 “핵 예산 깎았다고 생각하며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과 뭐가 다른지 정확히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날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재명 후보의 ‘원전 수명 연장’ 등 에너지 정책 구상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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