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7일 국방과학연구소에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캠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7일 국방과학연구소에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캠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너지전환 정책)이나 지난 대선 때 자신의 ‘감원전’ 정책도 사실상 폐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이재명 캠프 정책 책임자는 탈원전이나 감원전이 아닌 에너지믹스로 해야 하지 않느냐고 밝혔다. 수명이 다한 원전도 안전성이 보장되면 연장 운행한다는 방침이라고 캠프 측은 설명했다. 과거 이재명 후보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절 “원전은 미친 짓” “원전 제로 시대를 열겠다” “탈원전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재명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백브리핑에서 ‘이 후보가 탈원전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AI에 필요한 에너지 조달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의에 “에너지 같은 경우는 현실이다. 전기를 확보해야 대한민국이 성장하고 생활할 수 있다. 그래서 에너지믹스라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에너지믹스에는 석탄도 있고, 대체에너지도 있고, 원전도 있고 LNG도 있다”며 “비율을 잘 관리하면서 대체 에너지가 늘어나는 만큼 원전 비중을 사회적 합의를 하면서 줄여 가는 게 큰 방향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재명 캠프 특보단장인 안규백 의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금 기후 위기와 AI를 기반으로 챗GPT나 로봇이 전기를 상당히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재생에너지로는 한계가 있다”며 “원전 세계 최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느냐. 원전도 혼용한 에너지믹스로 가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안 단장은 “당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많이 나왔던 건 사실인데 탈원전보다는 재생과 원전이 같이 가는 게 맞다고 방향을 잡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한 뒤 ‘안전성이 담보되면 수명 연장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나는 그 정책이 맞다고 본다”고 답했다. 안 단장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폐기냐는 질의에 “폐기는 아니고 보완하는 것”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 꼭 맞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국가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의 원전 정책이 너무 후퇴하는 것 아니냐, 윤석열 정부 원전 정책과 뭐가 다르냐는 시민사회와 환경단체 비판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안 단장은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도 맞는 것이면 수용해야 한다”며 “좋은 부분은 수용하는 것이 실용주의”라고 답했다.

당대표 비서실에 있었던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 입장을 두고 미디어오늘에 “선거 과정에서 추후 설명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산업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에너지전환 정책처럼 수명을 다한 원전의 연장 가동 금지 방향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안전성이 확인되면 수용성을 포함해서 열어두는 방향으로 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와 달랐다. 이 후보는 2022년 1월14일 감원전 정책 방향을 밝힌 KBS 인터뷰 영상을 통해 “이미 있는 원전은 가동 기한까지 쓴다, 짓고 있는 것은 마저 짓는다, 그 원전은 끝까지 쓴다, 새로 계획해서 짓지는 않는다. 그 사이에 50~60년 정도 여유가 있으니까, 그사이에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특히 “아무리 길어도 10년 이내에 원전 발전단가보다 재생에너지 단가가 더 떨어진다는 게 모두의 예측”이라며 “비싸고, 안전하지 않고, 수천수만 년의 관리 비용이 드는 원전을 지금부터 계속 지어야 하느냐, 10년 후에나 완공될 것을. 탈원전이라 하지 않고, 감원전정책이라고 하자”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그보다 몇 년 전엔 더욱 강경했다. 이 후보는 2014년 12월11일 X(구 트위터)에 “수만 년 보존비용에 위험비용 따지면 원전은 미친 짓”이라고 썼고, 2017년 1월9일과 6월29일 같은 계정에서 “비싸고 위험한 원전 제로화하고 대체에너지에 집중해야”라고 원전을 아예 없애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표가 과거 X(구 트위터)에서 원전은 미친짓이라는 등 비판해온 내용들. 사진=이재명 X 갈무리
▲이재명 대표가 과거 X(구 트위터)에서 원전은 미친짓이라는 등 비판해온 내용들. 사진=이재명 X 갈무리

이 후보는 2017년 2월8일 <‘원전 제로화’ 추진하겠습니다>라는 페이스북 글에서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을 취소하라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두고 “원전은 사고 위험과 사후 관리 비용을 고려하면 가장 비싼 에너지”라며 “모든 기계는 고장 나기 위해 태어난다는 말이 있듯이 이 세상에 안전한 원전이란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수명이 다된 원전은 폐로하고, 신규 원전 건설은 백지화하고, 가동 중인 원전도 단계적으로 폐쇄, 원전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0월26일엔 <탈원전은 가야 할 길..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 된다>는 페이스북 글에서 “원전을 경제 논리로만 따져 가동하는 일은 전기세 아끼자고 시한폭탄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며 “더 이상 물질적 풍요를 누리겠다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뒷전에 둘 순 없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태가 주는 교훈을 두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노후 원전은 폐쇄하고, 무리한 수명연장은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체 에너지로 단계적 전환을 해나가는 것만이 현재와 미래 세대가 안전하게 공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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