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으로부터 돈을 받고 청와대로부터 집회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던 어버이연합이 활동을 재개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야권이 어버이연합과 청와대의 커넥션 의혹 등을 밝히기 위해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합의하면서 사그라들었던 어버이연합 문제가 여론화될지도 주목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간사단-정책위의장단 간담회에서 "어버이연합이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그래서 청문회를 했어야 했다"며 "즉각 어버이연합 청문회를 통해 전모를 밝혀서 이런 단체들이 발 디딜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전경련 등 각종 여러 사회단체의 돈을 받아서 세월호 유가족을 음해하고 야당인사를 빨갱이로 매도한 어버이연합이 활동을 재개한다는데 이것을 묵과할 수 있겠나"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지난 3일 야3당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사드대책특위 구성을 포함해 어버이연합 국회 청문회 추진 등 8가지 사안에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신중론을 펴고 있고, 우병우 수석 사퇴 요구를 관철하지 못한 가운데 야3당이 현실적으로 강력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사안이 어버이연합 청문회 추진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야3당이 추경예산 편성과 연계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청문회 개최가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어버이연합은 이미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6월말 종로구 사무실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고 사무실을 비운 어버이연합은 최근 서울 이화동 근처에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홈페이지도 새로 단장해 오픈했다.
어버이연합은 자금의 투명성을 의식한 듯 홈페이지를 통해 심인섭 회장 명의의 통장 내역을 공개하고, 후원금을 통해 사무실을 이전했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추선희 사무총장은 지난 7월 보수성향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잠시 둥지를 잃고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지만, 어버이연합은 폐쇄된 것이 아니다"며 "지루한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면 어버이연합은 다시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최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어버이연합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보위단체’라고 말하자, ‘자유민주주의 수호 단체’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라는 반박이 나왔다고 한다"며 "그런데 셋 다 정답이다. ‘박근혜 대통령 보위단체’도 맞다. 더 정확하게 하자면 ‘박근혜 보위단체’다. 어버이연합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그녀의 보위단체였으며, 그녀가 대통령직을 떠나도 ‘박근혜 보위단체’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버이연합이 최근 활동하고 있는 내용은 사드 배치 반대에 대한 공세다.
어버이연합 관리자는 지난 7월부터 자유게시판에 사드 배치 반대를 비난하는 내용의 활동상을 올려놓고 있다. 어버이연합의 법률 고문을 맡고 있는 서석구 변호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판단 하에 한미 동맹의 미사일 방어 능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배치결단을 환영한다"는 글을 썼다.
홈페이지에는 어버이연합과 함께 활동했던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모임이 사드 배치를 반대했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와 민족화해위원장 이기헌 주교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집회 시위를 벌이겠다는 내용도 관리자 이름으로 올라와 있다.
어버이연합이 박근혜 정부가 명운을 걸고 있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활동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어버이연합이 활동을 재개했지만 함께 활동했던 인사 중 이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어버이연합 부회장이었던 이종문씨는 어버이연합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한 바 있다.
이씨는 5일 통화에서 "어르신들이 순수한 마음에서 고생하고 애국 헌신을 했는데 정말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누가 책임을 져야할 것 아니냐. 그래서 사퇴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추선희 사무총장과 결별했다. 결론은 우리도 돈 받은 것을 모르던 상황이었고, 허수아비로 있을 바에야 뭐 하러 있냐는 생각이다. 제2어버이연합 활동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어버이연합과는 또다른 보수단체를 만들 계획이다.
어버이연합은 언론 접촉을 경계하고 있다. 추선희 사무총장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버이연합의 활동을 기록하고 있는 정모씨는 소속 매체 이름을 밝히자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추 사무총장은 지난 6월 2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버이연합에 돈을 줬던 전경련도 입을 다물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달 29일 전경련 최고경영인 하계포럼에서 어버이연합 수사와 관련한 질문에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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