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와 TV조선에서 장기간 메인뉴스 앵커를 해온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으로 직행해 논란이다. 간판급 인사의 정치권행이어서 언론윤리와 독립성 훼손 우려가 크게 제기된다.

TV조선 기자들은 언론 윤리를 저버렸다며 부끄러움이 없느냐고 성토했다. 특히 과거 신 앵커가 언론의 사명을 권력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놓고 그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유권자들과 국민에게 무슨 약속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신 전 앵커는 미디어오늘에 구성원들의 비판이 있다면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공동위원장: 한동훈‧이철규)는 26일 제10차 회의에서 의결한 국민인재 6인을 국방‧안보 분야 및 방송‧언론 분야 전문가라고 밝혔다. 언론분야에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와 진양혜 전 KBS 아나운서가 포함됐다. 조정훈 인재영입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동욱 전 앵커를 두고 “30년 간 언론계 종사하며 현장을 발로 누비고 시청자들에게 친근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뉴스 진행 능력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며 “오랜 시간 메인뉴스 앵커를 하면서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세상과 시청자를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에 앞장서 왔다”고 소개했다.

조 위원은 “당과 협의해서 (영입된 인사들의)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며 “신동욱 앵커는 현재 당과 긴밀히 협력해 지역 출마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험지출마와 관련해 조 위원은 “호준석 전 앵커(국민의힘 비대위 대변인)가 구로갑에 출마하는 등 소위 경합지에 많이 출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가 지난해 12월29일 마지막 앵커의 시선을 방송하며 과거 가장 많은 조회수가 나온 윤석열이 왜 두려운가 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가 지난해 12월29일 마지막 앵커의 시선을 방송하며 과거 가장 많은 조회수가 나온 윤석열이 왜 두려운가 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신동욱 전 앵커는 지난해 12월29일 마지막 방송을 하고 퇴사했다. 시청자와 국민에게 방송에서 인사한지 채 한달도 되지 않고 곧바로 특정 정당(국민의힘)의 인재로 총선 출마를 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에서 언론의 독립성 훼손과 권언유착의 우려를 스스로 입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TV조선 기자들이 곧바로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기자협회 TV조선 기자협회는 이날 ‘언론 윤리 저버린 신동욱 박정훈, 부끄러움은 없는가’라는 성명을 내어 “불과 한 달 전까지 TV조선의 간판 앵커로서 언론인을 자임하며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이 쓴 소리를 내뱉던 모습이 무색해진다”고 비판했다. 신 전 앵커는 2017년 12월부터 6년 넘게 TV조선의 메인뉴스 ‘뉴스9’의 앵커를 맡아 왔고, 보도본부장, 뉴스총괄 상무를 거치며 TV조선의 보도부문을 총괄 지휘했다. 사실상 TV조선 보도부문의 최고 수뇌부였다.

TV조선 기자협회는 신 전 앵커의 사표 수리도 얼마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사표가 수리된 지 10여 일 만에 정치권으로 직행하면서 그를 향한 우리의 믿음은 부정당했다”며 “그의 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던 우리의 기사 한 줄 한 줄, 우리의 땀과 노력이 희석될 처지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신 전 앵커가 앵커의 시선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 하나만 꼽으라면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고 말하겠다. 온갖 거친 손가락질이 난무하는 지금, 그 사명은 더욱 무겁고 절실하다”라고 밝힌 내용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TV조선 기자협회는 “당시엔 무겁던 사명이 지금은 가벼워졌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TV조선 윤리강령에 ‘시사보도프로그램 진행자의 출마를 직무가 끝난 뒤 3년 간 금지하고 있다’는 규정을 들어 “보도본부 책임자였던 신 전 앵커가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강조했던 언론인의 사명과 책무, 스스로 약속한 윤리강령 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유권자와 국민들에게 어떤 약속을 할 수 있는가”고 성토했다.

TV조선 기자협회는 퇴사 전부터 출판기념회를 열어 공공연히 출마에 나선 박정훈 전 시사제작국장에 대해서도 “내부의 비판은 더 거세다”라고 비판했다. TV조선 기자협회는 “정치부장과 주말뉴스 앵커를 맡은 박 전 국장이 정치 시사프로그램 ‘이것이 정치다’를 ‘박정훈의 정치다’로 타이틀까지 바꿔 진행하다 신동욱 전 앵커의 정계 진출설이 나돌자마자 경쟁하듯 사표를 냈다”며 “자신의 이름까지 걸어 놓은 방송을 팽개치고 출마를 위해 퇴사했다. 평소 후배들에게 강조하던 기자로서의 ‘자부심’은 다 거짓이었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TV조선 기자협회는 “TV조선을 정치권 진출의 발판으로 삼은 두 사람의 행보로 언론계 안팎 뿐 아니라 시청자들로부터 쏟아지는 비판은 우리 기자들이 감당할 몫이 됐다”며 “TV조선의 앵커로서 얻은 신뢰와 유명세가 정치권 진출의 발판이 됐다면 그 과실은 그들 혼자 쌓은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선택에 따른 책임, 그에 대한 비판도 마땅히 감수하라고 촉구했다. TV조선 기자협회는 “TV조선 기자들은 누구보다 두 사람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가 지난해 12월29일 마지막 앵커의 시선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가 지난해 12월29일 마지막 앵커의 시선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TV조선 기자협회는 사측에도 “더 이상 TV조선 보도시사프로그램 앵커가 정치권 진출의 발판이 돼서는 안 된다는 우리 구성원들의 공감대는 뚜렷하다”며 “이런 사태가 또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채현식 TV조선 기자협회 지회장은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 기자들은 중립적인 보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신 전 앵커 등이) 특정 정당에 소속이 돼서 특정 정당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하고 있다”며 “(퇴사후) 충분한 기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충분히 준비된 것처럼 바로 정치권으로 직행한 것에 대해 기자들 내에서 비판이 나와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SBS 보도본부장 출신의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퇴사 후) 이렇게 짧은 텀을 두고 가는 것은 반대”라며 “적어도 언론 현업을 하던 사람은 6개월 정도는 두고 옮기는 것이 조직과 동료 뿐 아니라 시청자에 대한 예의”라고 지적했다.

이에 신동욱 전 앵커는 이날 오후 ‘언론윤리 위반이자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 ‘앵커의 시선 보도 등 윤석열 정부에 유리한 방송을 하고 정당에 영입된 것은 심각한 권언유착 아니냐’, ‘본인의 정치적 출세를 위해 그동안 쌓아온 언론 이력을 활용한 것 아니냐’, ‘SBS와 TV조선 등 본인이 몸담았던 방송사 기자들과 시청자에 미안하지는 않느냐’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간략한 입장을 밝혔다.

신 전 앵커는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SNS메신저 답변에서 “과거의 기사를 대상으로 일일이 논쟁하고 싶진 않다”며 “저의 결정에 대해 제가 몸 담았던 조직이나 구성원들이 비판하는 지점이 있다면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을 정치적 출세의 도구로 삼은 것 아니냐’는 등의 추가 질의에도 이 답변으로 갈음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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