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메인뉴스 2021년 3월5일자 화면 갈무리.
▲TV조선 메인뉴스 2021년 3월5일자 화면 갈무리.

2017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6년간 TV조선 메인뉴스 ‘뉴스9’ 앵커였던 신동욱 전 TV조선 보도본부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당장 그가 정치권 직행을 위해 뉴스를 이용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총장직을 사퇴한 2021년 3월5일, TV조선 메인뉴스 ‘앵커의 시선’ 코너 제목은 <범이 내려온다>였다. 이날 신동욱 앵커는 윤 총장을 ‘범’(호랑이)으로 묘사한 가운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풍운아 윤석열이 비바람 몰아치는 광야로 나섰습니다”라며 그를 한껏 띄웠다. 신동욱 앵커는 “조국 사태 이후 1년 반, 그에게 몰아닥친 수난은 차라리 인간적 모독에 가까웠습니다”라고 말하며 “그는 고난의 겨울나무였습니다”라고 묘사했다. 

신동욱 앵커는 “정치가 그를 정치판으로 불러들였으니 이제 결자해지 할 일만 남았습니다. 다만 그가 다음 발을 어디로 내디디든, 검사로서 보여줬던 기개와 용기가 빛을 발할 곳을 찾아가길 바랍니다”라고 말한 뒤 “이 정권 들어 더 커진, 정의와 공정에 대한 국민의 목마름을 풀어준다면 더 좋겠습니다. 겨울나무가 끝끝내 꽃 피는 봄나무로 서듯 말입니다”라며 응원에 가까운 메시지를 던졌다. 

신동욱 앵커는 윤석열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2022년 3월10일 <앞서간 수레바퀴 자국>이란 제목의 ‘앵커의 시선’에서도 윤 당선자를 향한 기대와 응원의 마음을 아래와 같이 드러냈다. “저는 대통령 윤석열의 행로를 이렇게 그려 봅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지지층이 싫어할 일도 밀어붙입니다. 고통이 따르거나 생색이 나지 않는 일을 다음 정부로 떠넘기지 않습니다. 공은 아랫사람에게 돌리고 책임은 스스로 떠안습니다. 전문적인 국정 분야는 이념과 정치색을 빼고 전문가에게 맡깁니다. 불리한 일이 터져도 침묵의 장막 뒤에 숨지 않습니다.” 

뒤이어 신 앵커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길을 갈 수 있도록 저희는 비판과 권력 감시의 망루를 높이겠습니다. 국민을 배신해 실패한 정권이 되지 않도록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습니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지 않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망루를 높이겠다던 신 앵커는 정작 퇴사한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국민의힘 ‘영입 인재’로 등장, 총선 출마를 예고했다. 

2022년 5월10일, 윤 대통령 취임 당일 ‘앵커의 시선’ 제목은 <첫 마음>이었다. 신 앵커는 이날도 대통령을 향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는 담백했습니다. ‘나라 안팎에 닥친 위기를 자유라는 가치로 극복하자’고 했습니다. 현란한 수사, 언어의 유희보다는 직설적이고 건조한 어휘로, 군더더기 없이 국정 철학과 비전을 말했습니다. 타고난 성품과 지나온 내력이 그렇겠지만, 앞에 놓인 역경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습니다.”

TV조선 기자협회는 26일 성명을 내고 “그의 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던 우리의 기사 한 줄 한 줄, 이를 위한 우리의 땀과 노력이 그의 정치적인 선택으로 희석될 처지에 놓였다”면서 신 앵커를 비판했다. TV조선 기자협회는 “TV조선 윤리강령은 시사 보도 프로그램 진행자의 출마를 직무가 끝난 뒤 3년간 금지하고 있다”며 “스스로 강조했던 언론인의 사명과 책무, 스스로 약속한 윤리강령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유권자와 국민들에게 어떤 약속을 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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