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일 공개한 총선 공천 신청자 명단에는 TV조선·동아일보·KBS·YTN·MBN 등에서 최근까지 활동한 언론인 출신들도 포함됐다. 

미디어오늘이 국민의힘 공천 신청자 849명을 분석한 결과 최금까지 방송을 진행한 언론인들이 대거 국민의힘에 공천 신청했다. 지난해 12월까지 방송을 진행한 신동욱 전 TV조선 ‘뉴스9’ 앵커는 서울 서초을에 공천 신청했다. 역시 지난해 12월까지 TV조선 ‘박정훈의 이것이 정치다’를 진행한 박정훈 전 TV조선 시사제작국장은 서울 송파갑에 공천 신청했다. 이들은 TV조선 앵커 이력을 자신의 대표 경력으로 썼다. 

▲ TV조선 메인뉴스 2021년 3월5일자 화면 갈무리
▲ TV조선 메인뉴스 2021년 3월5일자 화면 갈무리

지난해 12월까지 방송을 진행했던 호준석 전 YTN 앵커는 서울 구로구갑에 공천 신청했다. 정광재 전 MBN 앵커는 지난해 7월 퇴사한 뒤 의정부시을에 공천 신청했다. 

KBS 출신으로는 지난해 사표를 낸 이영풍 전 KBS 기자가 부산 서구·동구에 공천 신청했다. 사표 수리 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이충형 전 KBS 인재개발원장은 충북 제천시·단양군에 공천 신청했다. 그는 자신의 대표 경력을 ‘KBS 파리 특파원’이라고 썼다. 

지난해 12월까지 정치 칼럼을 써온 정연욱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부산진구을에 공천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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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욱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최근까지 정치 칼럼을 썼다.

최근까지 언론사 경영진으로 활동했던 인사들도 있다. 청주 흥덕구에 공천 신청한 동아일보 출신인 김동원 전 아시아투데이 부사장은 지난해 11월까지 부사장 직함을 갖고 활동했다. 대표 경력을 ‘채널A 쾌도난마 앵커’로 쓴 하종대 전 한국정책방송원장은 임기를 절반 이상 남기고 지난달 퇴임한 후 서울 영등포구갑에 공천 신청했다. 울산 남구갑에 공천 신청한 박기성 TBN울산교통방송 사장도 지난달 퇴임했다. 부산 서구·동구에 공천 신청한 유순희 전 부산여성신문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표 직함을 달고 출판기념회를 했다.

허인구 전 G1방송 사장은 지난해 8월 사장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에 직행했고,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에 공천 신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신청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 2일 민주당이 언론계 영입 인사로 발표한 노종면 전 YTN 기자는 지난해 스픽스에서 유튜브 콘텐츠 진행을 맡는 등 언론 활동을 했다. 노종면 전 기자는 스픽스 유튜브 활동은 언론 활동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스픽스는 인터넷언론사로 등록돼 있다.

선거 때마다 언론인이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충분한 유예 기간을 두지 않고 직행하는 데 비판이 이어진다.

한국기자협회 TV조선 기자협회는 지난달 26일 ‘언론 윤리 저버린 신동욱 박정훈, 부끄러움은 없는가’ 성명을 내어 “한 달 전까지 TV조선의 간판 앵커로서 언론인을 자임하며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이 쓴 소리를 내뱉던 모습이 무색해진다”며 “TV조선을 정치권 진출의 발판으로 삼은 두 사람의 행보로 언론계 안팎 뿐 아니라 시청자들로부터 쏟아지는 비판은 우리 기자들이 감당할 몫이 됐다”고 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YTN 기자협회는 지난해 12월12일 입장을 내고 “홍상표·윤두현·안귀령·이기정 씨에 이은 또 하나의 폴리널리스트 직행”이라며 “지난 9일까지 호준석 앵커가 진행했던 뉴스들은 이제 YTN 동료들에게는 흑역사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허인구 G1방송 사장이 국민의힘으로 직행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민영방송노조협의회는 “재직했던 방송사에 치명타를 날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언론사들의 윤리강령은 유명무실해졌다. TV조선은 시사보도프로그램 진행자의 출마를 직무가 끝난 뒤 3년 간 금지하고 있지만 신동욱, 박정훈 두 앵커가 출마했다. YTN은 퇴사 후 6개월 간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호준석 전 앵커가 출마했다.

고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017년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 논문을 통해 “(언론인의) 정치권 이동을 막을 수 없다면 실효성 있는 기준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적어도 현직에서 직행하는 것은 금지하고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두어 이를 반드시 준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으로 옮기는 것은 개인의 문제지만 그로 인한 타격은 언론계 전체의 몫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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