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야권 추천 심의위원 3인이 가짜뉴스 심의 등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근간과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최근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국회에 기구 정상화를 촉구했다.

▲ 23일 국회 과방위에 제출된 방통심의위원 호소문.
▲ 23일 국회 과방위에 제출된 방통심의위원 호소문.

2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옥시찬·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과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8페이지 분량의 호소문을 냈다. 위원들은 △합의제 기구 정신에 맞지 않는 운영 △법적 근거 없는 가짜뉴스의 졸속심의 △줄세우기식 불공정한 정치심의 △자의적 유권해석과 무리한 의사진행 등을 지적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1일 사상 처음으로 인터넷언론사(뉴스타파)를 심의 대상으로 올렸다. 이를 놓고 위원들은 “류희림 위원장은 인터넷언론 가짜뉴스로 심의 대상을 확대하고 그 기준을 정하면서 전체회의에 단 한번도 관련 안건을 상정한 바 없다”며 “심의위원회의 직무는 방통위법 제21조 사항이고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제22조(회의 등)의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가 9월2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가 9월2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개소하면서 일부 위원들에게 공지도 하지 않았다. 김유진 위원이 지난 16일 전체회의에서 “현판식을 하는 줄도 몰랐다”고 밝히자 류 위원장은 “가짜뉴스 전담센터는 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그건 위원회 의결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위원들은 호소문에서 “(위원장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위원장은 직제규칙 상 임시기구의 설치 권한만 있을 뿐 위원회 직무와 관련된 결정 사항은 위원회의 회의와 의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위원장이 합의제 기구 정신에 맞게 정상적으로 위원회 운영을 하도록 국회가 촉구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법적 근거가 없어 가짜뉴스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위원들은 “류희림 위원장이 제시하는 가짜뉴스 규제법률은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과 ‘사회질서 저해’(정보통신심의규정상 유해정보)인데 명예훼손은 이미 언론중재법 상 언론중재위원회가 다루고 있다. 사회질서 저해 조항은 상위법에 근거가 없는 한 이를 기준으로 가짜뉴스를 규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 23일 국회 과방위에 제출된 방통심의위원 호소문 갈무리.
▲ 23일 국회 과방위에 제출된 방통심의위원 호소문 갈무리.

지난달 5일 긴급심의 안건 상정 이후 ‘김만배-신학림’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한 일부 방송사들은 연달아 ‘과징금’ 등 중징계를 방통심의위로부터 받고 있다. 위원들이 말하는 ‘불공정 정치심의’ 사례다.

위원들은 “1년 반 전의 선거방송을 ‘긴급하게’ 심의할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자의적 심의기준을 적용해 제재결정을 남발하고 있다”며 “녹취록을 동일하게 공개했음에도 KBS, MBC에게는 과징금을, TV조선에게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안건 상정된 방송들은 대부분 뉴스타파를 인용한 보도로서 출처를 밝혔고, ‘의혹제기’와 ‘여론조작’이라는 입장을 균형있게 제시했으며,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위원들은 “뉴스타파 인용보도라는 동일한 사안에 대한 불공정한 정치심의는 방송사 피해로 이어지고 심의위원회의 존립에도 큰 위험이 된다.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으로부터 현 정부도 자유롭기 어렵다”고 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9월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9월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족수 미달 등의 문제로 방통심의위가 향후 법정 공방을 펼칠 것이란 예상이 이어졌다. 현재 방통심의위는 인원 미달 상황에선 소위원회 의결을 ‘전체합의’로 해야 한다는 쪽과 ‘다수결’도 괜찮다는 쪽이 대립한다. 일부 위원들은 뉴스타파 인터뷰 긴급심의 상정 등 다수결로 처리한 의결 사항이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기사 : “뉴스타파 긴급심의 정당성 없어” 방통심의위 정족수 미달 논란]

위원들은 “현재 심의위원회는 자의적 유권해석과 무리한 의사진행으로 향후 수많은 제재결정 번복과 행정소송이 예견되고 있다”며 “3인 위원들은 의결절차 상 중대한 하자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한 바 있으나 류희림 위원장과 황성욱 통신소위원장은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들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가짜뉴스 규제가 그 동안 심의위원회의 심의원칙과 기준에 얼마나 위배되는지 깊이 이해해주시고 심의위원회가 본연의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상화하는 데 국회가 적극 나서주시기를 호소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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