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뉴스타파의 인터뷰 녹취록 보도 심의를 계기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인터넷 언론의 ‘가짜뉴스’를 심의하겠다고 나서자 학계와 법조계의 비판이 제기됐다.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는 방통심의위가 뉴스타파를 인터넷 언론으로 규정하고 심의하는 것은 조중동 온라인 뉴스도 심의해야 한다는 얘기라는 반론이 나왔다. 또 정보통신망법상 ‘정보’의 의미와 헌법상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의미의 ‘언론’은 층위가 다르며, 가짜뉴스는 허위정보 개념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도 모든 언론 보도까지 포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토론 참석자들은 이와 같은 과도한 가짜뉴스 규제는 양날의 칼이 된다며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언론 심의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통심의위 가짜뉴스 대책의 문제점 진단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자리에서 “윤석열 정권 2년차, 가짜뉴스 논의가 뜨겁다”며 “예로부터 권력이 자신에게 불리한 비판을 허위 비방, 거짓 선동으로 규정하고 탄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윤석열 정권이 정권 실정을 향한 국민의 비판과 저항을 가짜뉴스로 규정짓고 부정하고 싶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며 “특히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장이 이를 더욱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가 지난 11일 인터넷신문 ‘뉴스타파’ 심의 안건을 상정하고 의견 진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인터넷 언론을 심의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조 의원은 “인터넷 망을 통해 뉴스 콘텐츠를 유통하기 때문에 심의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같은 논리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같은 신문사의 온라인 기사도 심의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짜뉴스를 어떻게 정의하고, 누가 결정할 수 있느냐”며 “현행법은 가짜뉴스를 판단할 근거나 권한이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위기의 민주주의, 위험한 방심위의 인터넷언론 심의’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허위조작정보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협인 것도 맞지만, 반대로 과도한 내용 규제의 강화는 중요한 민주주의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정부 검열이나 공포정치 가능성을 높여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송 교수는 미국과 영국, 독일, EU 등 선진국의 경우 인터넷 정치정보 규제를 논의할 때 원칙이 분명하다며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이자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 침해 최소화 △콘텐츠 규제가 아닌 불법 정보의 사회적 합의와 명확화 △불법정보 규제도 절차적 보호 장치 강조 △언론사가 아닌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자인 플랫폼의 책임성과 투명성 강조 등을 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해외 사례에서 확인된 것은 허위조작정보와 불법정보 등의 명확화와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영역(나치즘, 인종차별, 테러, 증오 등)에서 규제가 논의”된다면서도 “한국에서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허위조작정보의 국가 주도 행정규제가 진행”된다고 비교했다.

송 교수는 “허위 조작정보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이를 빌미로 표현의 자유 위축 만이 아니라 법 질서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고, 법 적용 범위와 법적 근거가 혼란·위험스러운 상황을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가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X(옛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와 1인 미디어, 유튜브 채널 등이 허위조작정보가 생산·유통·확산되는 ‘산실’인데도 이곳을 제외한 채 정상적인 언론 활동을 하는 언론사만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도 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준현 민변 감사(변호사)는 사전 제출한 토론문에서 방통심의위가 정보통신망법상 ‘정보’ 개념에 인터넷언론 보도가 포함된다는 주장을 “잘못된 해석이자 월권적 행위”라며 법리적으로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 제2항이 ‘정보’의 정의를 ‘지능기본화기본법’의 규정을 그대로 준용하는데, 지능기본화기본법은 ‘정보’를 “광(光)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되는 부호, 문자, 음성, 음향 및 영상 등으로 표현된 모든 종류의 자료 또는 지식”이라고 규정한다며 “그러나 언론 본질은 보도 형식이나 수단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보도하는 내용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헌법이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취지를 두고 김 변호사는 “여론을 형성하고 다양한 의사를 반영하여 사회의 민주주의 형성에 기여하는 언론의 공익적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며 “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하는 외형적 형태의 ‘정보’와 헌법이 보장하는 실질적 기능으로서의 ‘언론’은 전혀 다른 층위에 있다.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한 정보통신망법 제5조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서 특별히 규정된 경우에는 그 법률에 따를 것을 정하고 있다”고 한 점을 두고 “언론보도는 언론중재법에서 별도로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 법률 규정 그 자체로도 인터넷 언론 보도는 방심위의 심의 대상이 아님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현행법상 방심위 업무와 권한에 포함되지 않는 인터넷언론 보도 심의는 방통심의위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가짜뉴스라는 프레임이 이 사회를 뒤덮고 있다”며 “위정자들은 이 해괴망칙한 용어를 무기로 언론을 검열하고,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짜뉴스’라는 용어의 의미를 두고 김 변호사는 “제1요건은 가짜 즉 허위의 내용을 말하고, 제2요건은 뉴스 형식, 즉 언론보도 형식”이라며 “실제 언론매체 보도가 아님에도 언론보도 형식을 갖추고, 그 내용이 허위일 것을 모두 요구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변호사는 “언론매체가 보도한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보(誤報)’”라며 “언론매체가 아닌 주체가 허위의 내용을 유포한다면 그것은 ‘허위정보, 헛소문, 헛소식’이라고 구별하면 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가짜뉴스 대책도 마찬가지라며 “모든 정보를 일단 가짜뉴스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며 “잘못된 출발점에 서있으니 목적지에 제대로 갈 수 없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언론보도와 기타 정보로 구분되는 대분류에서 이른바 가짜뉴스는 기타 정보의 한 유형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는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주류 매체 언론을 두고도 “지금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언론의 모습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며 “메이저언론은 인터넷 언론만의 문제라고 방치하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 편향에 따라 현 정부의 무도한 언론 심의를 눈감고 있는 모습”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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