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자막 실수 등 단순 방송 사고가 있었던 YTN 제작진에 대해서도 의견진술을 듣자 과잉심의라는 비판이 나왔다. 의견진술은 중징계인 법정제재 의결 전 방송사의 소명을 듣기 위해 진행되는 절차인데, ‘궁금해 들어보고싶다’는 이유로 의견진술을 들어 방송사에 무리한 압박을 주고있다는 지적이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 위원장 류희림)는 17일 두 건의 방송사고 관련 YTN 제작진 의견진술 절차를 진행했다. 지난 회의에서 류희림 위원장은 △보도와 관련 없는 앵커 멘트를 내보낸 YTN <뉴스와이드>(6월18일 방송) △모스크바 시민 인터뷰를 자막 없이 내보낸 <굿모닝 와이티엔>(6월25일 방송)에 대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관련 YTN 방송사고를 언급하며 의견진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여권 위원들이 동의했다. 

지난 8월10일 YTN은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관련 보도를 하면서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 후보자 얼굴을 앵커 배경화면에 띄웠다. 당시 YTN은 방송사고를 인정하고 이 후보자에게 사과했지만, 이 후보자는 YTN에 3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형사고소에 나섰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관련해 YTN 구성원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서부지방검찰청은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 8월10일 YTN 방송화면.
▲ 8월10일 YTN 방송화면.

의견진술에 참석한 구수본 YTN 보도국 편집4부장은 “담당 PD가 업무에 미숙했던 측면이 있다”며 “편집부 전체에 아무리 작은 사고라도 바로 앵커 멘트로 사과하라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승민 편집CP도 “사전 준비가 철저했다면 막을 수 있었지만 불가피하게 발생했다. 앵커가 사과 멘트를 했으면 나았을텐데 그 부분도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제재 수위는 각각 경징계인 행정지도 ‘권고’, ‘의견제시’로 합의됐다. 

이날 최근 방통심의위가 제작진을 불러 자주 의견진술을 듣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의견진술은 법정제재를 의결하기 전 방송사에게 방어권을 주기 위해 마련한 절차인데, 취지에 맞지 않는 이유로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이 정도 사안은 제재로 개선된다기보단 방송사 스스로 부끄럽게 받아들이고 정정하거나 재발방지 조치를 마련하는 게 합당하다”며 “단지 궁금한 게 있어서라든지 문제 발생 사정을 알아보기 위함이라는 취지로 의견진술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의견진술을 남발하는 것 또한 과잉 심의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SBS <8뉴스>에 대해서도 타 방송사와 달리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도했다며 의견진술을 들어 ‘갑질’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김유진 위원은 “심의체제 근간을 흔드는 전례없는 절차”라며 “제작진들은 의견진술 한 번 나오기 위해 굉장한 부담 속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방송사에 대한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이날 회의에서도 여권 위원 만장일치로 제작진 의견진술 의결은 이어졌다. 여권 위원들은 여론조사 고지 관련 민원이 제기된 MBC <2시 뉴스 외전>, 과도한 간접광고로 지적된 SBS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에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 강경 대응을 비판한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과 서울시의 TBS 예산 삭감 조치를 비판한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에도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협찬주에 의한 건강식품 광고로 민원이 제기된 MBC <기분 좋은 날>에 의견진술이 의결되자 김유진 위원은 ‘이중잣대’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5월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이 특정 건강식품 협찬을 받아 방송한 TV조선 <알콩달콩>에 대해 경징계 수준의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는데, 거의 유사한 이번 안건에 대해선 ‘의견진술’을 의결했다는 문제제기다. 

김 위원은 “해당 TV조선 간접광고가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다. 마찬가지로 특정 건강식품 상품명이 그대로 나왔다. 이렇게 똑같은 사안에 대해 완전히 다른 의견을 내니 혼란스럽다. 나는 당시 혼자 의견진술 의견을 냈다”며 “이번 건도 의견진술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일관되게 심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유사한 사안에 다른 결정이 내려지면 나의 일관성과 방통심의위의 일관성이 상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황 위원은 “(김 위원은) 본인의 판단은 옳고 다른 위원의 판단은 이상하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다른 위원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에 있어 유감”이라며 “프레임 씌우지 말라. 여기가 무슨 정치싸움판이냐”라며 반발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