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장 류희림)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 위원장 류희림)가 19일 김만배씨의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KBS, JTBC, YTN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들은 후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야권 추천 옥시찬 위원은 “방통심의위는 류희림 위원장의 놀이터가 아니다”라며 심의를 거부하고 회의실을 퇴장했다. 긴급심의 안건에 대해서만 심의를 거부한 야권 추천 김유진 위원은 의견진술 과정이 끝난 후 “방송사를 혼내고 압박하는 자리였다”고 비판했다. 

이날 방송소위에선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보도해 지난주 긴급심의 안건으로 상정된 방송사 5곳(KBS·MBC·SBS·YTN·JTBC 지난해 3월7일 방송분) 제작진에 대한 의견진술 절차가 진행됐다. MBC는 진술 연기를 요청해 참석하지 않았다. 의견진술 과정은 1회 연기할 수 있다. 

뉴스타파 인용보도 방송사에 대한 긴급 안건 상정부터, 과징금 제재 의결까지의 절차는 단 2주만에 이뤄졌다. 총 5인의 심의위원 중 긴급 심의에 반발한 야권 추천 위원 2인의 퇴장으로 긴급심의 안건은 여권 추천 위원 3인만이 의결했다. 

KBS·JTBC·YTN에 최고수위 제재 과징금 의결

여권 위원 3인은 KBS, JTBC, YTN 등 방송사 세 곳의 제작진 의견진술을 들은 후 최고 수위의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타 언론보도와 달리 녹취록을 인용하지 않고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과 국민의힘의 반박을 통해 공방식으로만 보도한 SBS에는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류희림 위원장(대통령 추천)은 제작진에게 “녹취록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뉴스타파 녹취록 조작을 그대로 인용해 가장 피해본 사람은 누구인가”, “(방송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혼선을 드려 사과드립니다’라고 솔직하게 사과할 용의는 없나”, “뉴스 리포트 밑에 녹취록 전문을 확인한 결과 이 부분은 잘못됐다는 걸 병기해서 올릴 생각은 없나” 등을 물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앞서 의견진술에 참석한 송현정 KBS 통합뉴스룸 취재1주간은 “반론 내용에서의 구체성, 형식에서의 분량을 감안해 국민의힘 고발 과정에서도 KBS 기자는 제외했다”며 “KBS는 당시 뉴스타파측에 인터뷰 전문 공개 요청을 여러차례 했고, 경위 파악을 위해 (당사자들에 대한) 접촉 노력도 기울였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 주간은 “보도 시점에는 우리뿐 아니라 다른 언론도 예측할 수 없었던 사실관계다. 녹취록 보도에 있어서 어떤 기준을 갖춰야 하는지 숙제가 됐지만, 정치 공작이라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고의성이 있는 보도라는 판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심의에서 징계 대상이 된다면, 수사권을 갖지 않은 언론이 어떻게 의혹보도를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 2023년9월8일 KBS '뉴스9' 갈무리
▲ 2023년9월8일 KBS '뉴스9' 갈무리

조택수 JTBC 보도국 사회2부장은 “사실로 단정하거나 특정 후보를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쪽으로 기사를 작성하면 안된다는 원칙이 있었고, 바로 다음 보도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의혹 기사를 같이 배치했다”며 “앵커 멘트부터 중립적인 보도를 하려고 노력했다. 목적성을 가지고 기사를 다루려 하지 않았고, 취재한 내용을 참고해 최대한 팩트를 검증하려 했다. 통상 다른 기사들에 비해서도 반론을 훨씬 더 많이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진상위원회가 구성됐는지 묻는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의 질문엔 “구성돼서 조사하고 있다. 보도를 한 기자는 회사에 없어 조치를 취할 수 없고, 담당 부장과 보도국장이 바로 업무에서 배제됐다”며 “모든 조사 활동이 끝나 결과를 발표하게 되면, 첫 보도 포함 다른 일련의 보도 전반에 대해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이 “보도한 기자는 평상시에도 뉴스타파와 친분이 있었던거 아닌가. 취재 기자의 개인적 성향으로 JTBC가 보도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닌가”라고 묻자 “확인할 수 없고 검찰 수사 진행중이므로 답변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 JTBC 뉴스룸 9월6일 방송화면 갈무리.
▲ JTBC 뉴스룸 9월6일 방송화면 갈무리.

박순표 YTN 보도국 편집에디터는 “YTN은 뉴스타파측에 녹취 전문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녹취록 일부분이 편집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그럼에도 왜곡된 녹취록을 리포트에 활용한 점은 다시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황성욱, 허연회 위원이 패널의 편향성에 대해 문제삼자 “앵커가 나름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짜깁기된 녹취록을 보도에 활용했다는 점은 거듭 사과드린다. 출연자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특정 후보의 주장이 과도하게 노출된 점에 대해선 시청자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세 방송사에는 여권 위원 3인의 의견 일치로 최고 제재 수위인 ‘과징금 부과’가 결정됐다. 방통심의위가 지상파 보도에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는 2019년 KNN이 기자 본인의 변조된 음성을 익명 관계자 인터뷰인 것처럼 허위로 방송해 1500만원의 과징금을 부여한 사례가 유일하다. 류 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KNN 사안과) 비교되지 않을 엄청나게 충격을 준 중대한 사안으로 과징금 부과가 합당하다”고 말했다. 

해당 안건은 향후 전체회의에 상정돼 최종적으로 의결하게 된다. 전체회의에서도 과징금 부과 결정을 하게 되면 1회 더 과징금 의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과징금 금액 결정을 하게된다. 

“SBS는 타 방송사와 달리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도해” 의견진술 후 ‘문제없음’

반면, SBS <8뉴스>에 대해선 “제재를 가하기보단 긴급한 뉴스 이슈에 대해 유일하게 녹취를 쓰지 않았다는 경위를 알아보기 위한 의견진술”이라며 여권 위원 3인 모두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의견진술 절차는 본래 심의위원들이 중징계인 ‘법정제재’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사안에 대해 해당 방송사 소명을 듣기 위한 절차로 진행돼왔다. 

류 위원장이 “SBS는 다른 방송사와 달리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도해 배경을 듣기 위한 의견진술”이라며 따로 먼저 진술을 들으려하자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이 반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의견진술은 법정제재 전에 방송사들에게 방어권을 주는 것인데, 다른 방송사 제재를 위해 문제 없는 방송사 의견진술을 받는다는 건 전례에도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의견진술에 참석한 손석민 SBS 보도본부 뉴스혁신부장은 “녹취 내용에 보면 ‘통했지’ ‘그냥 봐줬지’ 부분을 들어봤을 때, 앞부분의 질문과 너무 바짝 붙어있었고 ‘그냥 봐줬지’ 부분은 ‘그냥’이 뭉개지는 느낌이었다”며 “깨끗하지 않은 녹취록이라고 생각했고 그에 따라 취재기자를 통해 당사자 접촉을 시도했는데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고 녹취록 내용 말고 뉴스타파 제목에 해당하는 부분을 이재명 후보의 워딩 앞에 배치하는 식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여권 위원 3인은 뉴스타파 인터뷰 인용보도 관련 추가 긴급심의 안건으로 상정된 안건 15개에 대해서도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안건으로는 MBC-TV <PD 수첩>, KBS-1AM <주진우 라이브>, <최경영의 최강시사>, MBC-AM <김종배의 시선집중>, TBS-FM <김어준의 뉴스공장>, <신장식의 신장개업>, YTN-FM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JTBC <JTBC 뉴스룸>, <썰전 라이브>, TV조선 <TV CHOSUN 뉴스9>, 채널A <뉴스 TOP10>, <뉴스A LIVE>, MBN <MBN 종합뉴스>, <굿모닝 MBN>,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 등의 방송이 상정됐다. 

가짜뉴스 대안방안에 옥시찬 위원 “방통심의위, 류희림 위원장 놀이터 아니다”

이런 가운데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회의를 개회한 직후 방통심의위의 ‘가짜뉴스 대응방안 마련’ 발표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이동관)가 발표한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에 따라 가짜뉴스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홈페이지 상의 ‘가짜뉴스’ 신고 전용배너를 마련하고 방송소위를 주 1회에서 주2회로 확대하는 등 방안을 예정하고 있다고 했다. 

옥 위원은 “방통심의위는 류희림 위원장의 놀이터가 아니다. 방통심의위는 토론하고 협의하는 합의제 기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은 위원들과의 어떠한 토론 과정 없이 ‘가짜뉴스 신고처’라는 이상한 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며 “이것이 위원들이 언론을 통해 알아야 하는 사안인가? 위원장의 불법적 권한 남용을 규탄하면서 신고서 설치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머릿돌.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머릿돌.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옥 위원은 “방통심의위는 수사기관에서 수사하고 법원이 가짜뉴스라고 판결한 경우가 아니라면 심의할 수 없다”며 “사법부의 판결을 통해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 심의를 보류하는 게 타당하다. 방통심의위의 가짜뉴스 심의는 법률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관련된 모든 심의를 일체 거부한다”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도 ‘가짜뉴스 대응방안’과 오는 21일 예정된 구체적 심의 대책 발표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김 위원은 “주2회로 소위가 늘었을 때 사무처 업무가 엄청 과중될 것이다. 안건이 늘어났을 때 심의 퀄리티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없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심의 기구가 공식적으로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쓰려면 적어도 가짜뉴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가짜뉴스 대응방안’이라고 해버리면, 권력에 불리한 보도를 통제하기 위해 졸속으로 조치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김 위원은 이날 긴급심의 안건에 대해서만 심의를 거부하고 회의장을 퇴장했다. 김 위원은 “오늘 출석한 제작진에게 이 자리가 의미있다고 한다면 딱 하나다. 윤석열 정부 안에서 벌어진 언론 탄압과 공영방송의 독립성 훼손을 현장에서 직접 목도하는 목격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의견진술 과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위원은 “의견진술 절차가 과연 방어권을 주는 자리였나. 방송사를 혼내고 추궁하고 압박하는 자리로 보였다. 방송사 기사를 데스킹하는 자리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과연 이런 의견진술을 거친 방송사들이 앞으로 정부 여당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의혹이나 비판적 내용을 보도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방송사들을 향해 “지금이야 여러 가지 정황상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방통심의위 심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너무 위축되지 말고 해야할 보도를 계속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무처에 그동안 방통심의위가 법정제재를 했을 때 이에 불복한 방송사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과 이유를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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