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청자위원회에서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인용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의 과징금 제재 관련 SBS 보도가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SBS 보도는 당시 타 방송사와 달리 녹취록을 인용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도했다며 여권 추천 심의위원들이 올바른 사례로 꼽았다. SBS 시청자위원들은 방통심의위 결정의 정당성을 검증하는 SBS 보도를 찾기 어려웠다며 정부·권력에 대한 적극적 견제를 당부했다. 

SBS가 지난달 18일 홈페이지에 올린 9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영욱 위원(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은 방통심의위 제재를 언급하며 SBS에 ‘언론은 언론자유 침해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심의위는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KBS, JTBC, YTN, MBC에 총 1억4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민원에 상정된 SBS <8뉴스> 보도에 대해선 “다른 방송사와 달리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도했다”(류희림 위원장)며 의견진술 후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 SBS 2023년 9월19일 보도화면 갈무리.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김만배씨의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KBS, JTBC, YTN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들은 후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반면, SBS에 대해선 여권 위원 3인 만장일치로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 SBS 2023년 9월19일 보도화면 갈무리.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김만배씨의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KBS, JTBC, YTN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들은 후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반면, SBS에 대해선 여권 위원 3인 만장일치로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당시 의견진술에 참석한 손석민 SBS 보도본부 뉴스혁신부장은 “깨끗하지 않은 녹취록이라고 생각했고 그에 따라 취재기자를 통해 당사자 접촉을 시도했는데 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고 녹취록 내용 말고 뉴스타파 제목에 해당하는 부분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워딩 앞에 배치하는 식으로 했다”고 말했다.

김영욱 위원은 “한국 언론이 이 사건을 계기로 범죄 피의자의 주장을 추가 검증 없이 인용 보도하고, 방송이 육성을 그대로 내보내는 관행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검찰의 대응과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의 조치들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며 “언론자유를 침해하거나 위축할 위험이 매우 크다. 언론자유의 침해나 위축에 대해선 언론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1962년 국방 문제 관련 보도가 국가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함부르크(Hamburg) 본사와 본(Bonn) 지사가 압수수색을 당하고 언론인들이 체포됐을 때, 정치 지향성이 다른 우파 신문까지 합세해 정부 조치를 비판했다”며 “SBS가 앞으로도 언론자유를 위협할 수 있는 작은 변화도 세심하게 주목하고, 시청자가 그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보도해 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손지원 위원(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도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는) 언론 자유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에 대한 SBS 보도는 대부분 정부기관이나 방통위원장의 발표를 그대로 전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시민사회의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거나 정책이나 결정의 위헌성, 위법성, 정당성 등을 검증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손 위원은 “언론사로서 현 사안의 중대성을 모를 리 없는 SBS가 매우 소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시청자로서 위 기관들의 영향력 하에 있는 SBS가 ‘눈치보기’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강하게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며 “정부·정치 권력자들의 발표만 전달하며 정부의 스피커 역할만을 하는 보도는 공정한 보도라고 할 수 없으며,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전달해 국민의 진정한 알 권리를 실현시켜야 하는 언론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손 위원은 “부디 SBS가 언론사로서 정부,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감시·비판의 정신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시청자위원회에 참석한 손석민 뉴스혁신부장은 “SBS는 대선 이틀 전 SBS 취재로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의 뉴스타파 녹취파일에 대해 사내 보도준칙 등에 따라 육성없이 여야의 주장과 반론을 담아 처리했다. 이는 다른 매체들의 보도와 비교되면서 여권과 방통심의위 등 규제 당국에서 사례로 언급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며 “사내 보도준칙에 의거한 SBS 보도가 자칫 타 매체 보도의 문제점을 부각함과 동시에 정부와 여권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강화하는 근거로 쓰일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고, 이에 따라 해당 이슈에 대한 보도 톤을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손 부장은 “SBS는 팩트에 근거한 불편부당함과 객관성을 보도 판단에 최우선으로 두고, 그간 정부나 여당의 실책과 과오도 가감 없이 보도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대선 국면에서 여야 주요 대선후보 부인의 각각 주식거래 의혹과 사적 심부름 의혹을 둘러싼 단독보도 등”이라며 “최근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검증,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단독 보도를 이어왔다. 언론 자유의 심대한 침해 행위에 대한 관심과 견제는 언론 본연의 임무인 만큼 앞으로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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