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장 류희림)가 김만배-신학림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KBS, JTBC, YTN에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부과’ 의결을 확정했다. 과징금 금액은 차후 전체회의에서 논의한다. ‘객관성’, ‘공정성’을 이유로 보도 프로그램에 무더기로 과징금 제재를 의결한 사례로 유례없는 수위의 조치다. 향후 방송사와의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방통심의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방송소위에서 제작진 의견진술 후 ‘과징금 부과’가 의결된 KBS <뉴스9>, JTBC <뉴스룸>, YTN <뉴스가 있는 저녁>(지난해 3월7일 방송분)에 대한 제재를 확정했다. 함께 심의에 상정된 SBS <8뉴스>는 녹취록은 직접 인용하지 않고 여야 공방식으로 보도했다는 이유로 ‘문제없음’이 의결됐고, MBC <뉴스데스크>는 제작진이 의견진술 연기를 요청해 다음 방송소위로 미뤄진 바 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머릿돌.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머릿돌.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과징금 제재 적용조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객관성’과 ‘공정성’이다. 해당 조항을 이유로 방송사 보도 프로그램에 과징금 제재를 의결한 것은 이례적이다. 방송사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과징금 부과 사례는 2019년 기자 본인의 변조된 음성을 익명 관계자 인터뷰인 것처럼 허위 방송한 KNN 경우가 유일하다. 당시 1500만 원의 과징금 징계가 결정됐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이날 “방송사가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경우가 아닌 보도 프로그램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KNN 인터뷰 조작과 이번 긴급 심의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가 행정소송 패소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2010년 KBS <추적60분>, 2012년 CBS <김미화의 여러분> 등 6건에 대해 객관성과 공정성 조항 위반으로 제재했지만, 이후 방송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방통심의위의 무더기 과징금 제재가 위험한 행보로 보이는 이유다. 이에 류희림 위원장(대통령 추천)은 이에 대해 “(방심위) 승소율로 따지면 70%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25일 미디어오늘에 “징계를 위해 심의하는 것 같다.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당시 언론사가 의미가 있다고 봐서 보도한 내용을 가짜뉴스로 규정해 최고 수준의 제재를 한다는 것은 방통심의위 전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방송사의 재심의 요청과 행정소송 절차도 남아있다. 추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6개월 이내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심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유진 위원은 “방송심의 규정과 방송법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인지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내 프로그램에 대해 심의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다만, 방송사가 허위 사실을 방송하거나, 사실을 명백히 왜곡한 경우에 대해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며 “뉴스타파 인용보도는 1년 6개월 전 방송이다. 아직 인터뷰 자체가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는 단계이고, 반론까지 담아 인터뷰를 인용한 방송사들이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심의대상이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우리가 지적하는 건 뉴스타파도 인정했고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한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사과문까지 냈던 조작 왜곡 부분”이라며 과징금 제재 의견을 유지했다. 이에 윤 위원은 “(보도대상이) 지금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며 “이러한 안건에 있어서 일 년 넘게 지난 이 시점에 문제 삼아 과징금 제재를 하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방통심의위를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치욕 속으로 몰아넣은 류 위원장의 반성과 각성을 요구한다”고 했다. 

해당 안건은 심의위원 총 7명 중 류희림, 김우석, 황성욱, 허연회(이하 국민의힘 추천) 등 여권 추천 위원 4인이 ‘과징금 부과’, 윤성옥 위원 ‘문제없음’, 옥시찬(문재인 대통령 추천), 김유진 위원의 심의 거부로 ‘과징금 부과’로 의결이 확정됐다. 

한편, 언론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인용보도’까지 중징계를 내린다면, 그 자체로 ‘정치심의’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며 “‘심의’는 언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심의 과정에서 심의위원들의 ‘권한 남용’은 개선돼야한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방통심의위에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 보도를 허위라고 판단한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라고 요구하며 “인용보도의 한계를 문제 삼아 심의해 제재해서는 안 된다. 심의 대상자들의 인용보도 시 검증 노력과 사후 조치도 심의에 반영돼야 한다. 무엇보다 방통심의위는 과거 심의 사례를 참고해 형평성에 맞는 심의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 언론 심의 ‘가짜뉴스 대응방안’엔 “검열” 비판까지 

이날 야권 위원들은 방통심의위가 지난 21일 발표한 ‘가짜뉴스 대응방안’ 계획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윤성옥 위원은 “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 하명대로 업무처리를 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다. 위원장이 발표한 가짜뉴스 근절 정책은 반드시 위원들과 합의해야 한다. 위원장이 정책을 단독으로 발표할 수 있다면 독임제 기구이지 합의제 기구가 아니다”라며 “(방심위는) 가짜뉴스 심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강제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고 강조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김유진 위원도 “사실상 인터넷 검열로 통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모든 분야에서 자유를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 아래서 유례없는 언론 탄압 조치가 추진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류 위원장에게 가짜뉴스 대응책 진행을 중단하고 위원들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위원은 류 위원장이 심의에 대한 기본적 업무부터 파악해야한다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위원장의 지시를 실무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사무처 직원들은 어떤 마음일까. 위원장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위치에 있을 뿐”이라며 “위원장이 직원들을 자괴감에 빠지게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나는 방통위와 교감이 있어서 정책을 발표하는 건 절대 없다. 민간독립기구로서 국장, 팀장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결정하고 있고, 운영 방향과 정책은 위원장의 권한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류 위원장은 김 위원의 ‘검열’ 표현에 대해 반발하며 “옛날 군사독재 시절 사전 검열하던 때 쓰는 용어를 지금 쓰는 건 유감이다. 방통심의위는 사후 심의 기관”이라고 말했다.

이에 옥시찬 위원은 “사후 심의가 모아지면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 입장에선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한다”며 “그게 변형된 보도 지침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