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이광복 부위원장 등 잇따른 위원 해촉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장 류희림) 결원이 생기면서 소위원회 운영에 대한 절차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인원 미달 상황에선 소위원회 의결을 ‘전체합의’로 해야 한다는 쪽과 ‘다수결’도 괜찮다는 쪽이 대립한다. 일부 위원들은 ‘뉴스타파 인터뷰’ 긴급심의 상정 등 다수결로 처리한 의결 사항이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지난 13일 열린 방통심의위 통신심의 소위원회(통신소위)에서 “지난주 금요일 정민영 위원이 해촉돼서 현재 위원회 인원이 3명이다. 결원이 2명이기 때문에 운영규칙 4조 2항 ‘전원 찬성으로 의결한다’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위는 5인 이내로 구성된다.

통신심의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이 “5인 구성으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결원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다수결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맞서자 윤 위원은 “거기에 동의할 수 없고 규정 위반임을 명확히 밝히겠다”며 “이후에 혼란이나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위원장님이 책임을 지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 정족수를 둘러싼 갈등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긴급심의 안건이 상정된 지난 5일 방송심의 소위원회(방송소위)에서 불거졌다. 본래 5명으로 구성된 방송소위는 이광복 부위원장(국회의장 추천)이 해촉되고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이 개인 사유로 빠지면서 황성욱 당시 위원장 직무대행,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 등 3명만 참석한 채 열렸다.

▲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 화면 갈무리.

해당 소위에서 ‘뉴스타파 인터뷰’를 긴급심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김유진 위원은 “이태원 참사와 같이 피해자들의 인권 침해 우려 상황 등에 대해 극히 제한적으로 긴급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다른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긴급 심의를 하기 시작하면 방통심의위가 외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긴급 심의 기준에 대해선 다른 위원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논의해야 한다. 세 명이 있는 자리에서 다수로 밀어붙이는 게 말이 되냐”고 반대했다.

김 위원 반대에도 황성욱 당시 직무대행이 두 명 과반수로 긴급안건 상정을 강행하려 하자 김유진 위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하지만 김 위원의 표는 ‘기권’ 처리됐고 ‘뉴스타파 인터뷰’는 긴급심의 안건에 상정됐다.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방송사 5곳 전부 12일 방송소위에서 제작진 의견진술이 의결됐다. 의견진술은 방송사 제작진의 의견을 듣는 절차로, 법정제재(중징계)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윤성옥 위원은 지난 8일 열린 임시회에서 “저는 긴급심의 못한다고 본다. 위원회가 가진 합의제 정신에 어긋나고 운영규칙 4조 2항 위반이다. 국민들 혼란에 빠진 책임을 지고 황 직무대행은 사퇴하라”고 말했다.

▲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4조 갈무리.
▲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4조 갈무리.

현재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는 방통심의위 소위원회 의결이 절차적 문제로 정당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전원찬성’이 명시된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4조 2항에 따르면, 5인 미만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3분의2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전원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제기되자 방통심의위는 지난 12일 운영규칙 ‘4조 2항’이 아닌, ‘4조 1항’이 적용된다는 해석을 내놨다. ‘4조 1항’엔 “소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방통심의위는 “최초 5인으로 구성된 소위원회가 이후 일시적으로 소속 위원의 궐위가 발생하더라도, 소위원회 위원 정수를 변경하는 절차 등을 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면 위원회 구성은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므로 ‘4조 1항’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1년엔 지금처럼 결원이 발생했을 때 ‘전원찬성’으로 안건을 처리했다. 윤 위원은 지난 8일 임시회에서 “2021년 12월엔 이상휘 위원이 결원 되고 정민영 의원이 불출석했다. 이광복 소위원장, 황성욱 위원 그리고 저 3명이서 진행했다. 그때 회의록을 보시라. 그때는 세 명이서 전체합의해야 의결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 2021년 12월 28차 방송소위 회의록 갈무리.
▲ 2021년 12월 28차 방송소위 회의록 갈무리.
▲ 2021년 12월 27차 방송소위 회의록 갈무리.
▲ 2021년 12월 27차 방송소위 회의록 갈무리.

실제 27차, 28차 방송소위 회의록(2021년 12월)을 보면, 결원이 발생하자 MBC, TV조선 등 방송심의 안건이 모두 ‘전체합의’로 처리된다. 위원 간 의견이 다를 때도 마찬가지다.

28차 방송소위 <이데일리TV ‘부동산부자대세要’> 안건의 경우 황성욱 위원이 ‘권고’ 윤성옥 위원이 ‘주의’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광복 당시 소위원장이 “우리는 지금 전원 합의로 의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황 위원이 “그럼 ‘주의’로 해서 전체회의로”라고 한다. 27차 회의 다른 안건에서도 황 위원은 “지금 위원님들 다섯 분이 다 안 계신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겠다. 따라가겠다”며 의견을 조율해 전체합의를 따랐다.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을 놓고 방통심의위가 정권 ‘코드’를 맞췄다는 의혹이 나온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4일 뉴스타파에 관해 “수사와 별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모니터하고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유진 위원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방통심의위가 언제부터 방통위원장 말 한마디에 심의 안건을 결정했는지 묻고 싶다. 상정되지도 않은 특정 사안에 대해 방통위원장이 먼저 나서서 ‘엄중 제재’를 단언한다면, 방통심의위는 더더욱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규정과 절차에 따라 심의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며 “무엇이 그렇게 급해 규정도 무시한 채 ‘긴급심의’를 밀어붙였는지 의문이다. 자발적인 방통위원장 ‘코드맞추기’입니까? 아니면 밝힐 수 없는 압박이라도 받은 것인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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