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국정 곳곳에 개입해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YTN 사장선임을 비롯, 각 방송사 사장 및 이사 선임에는 물론 지역민방 선정 과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실도 잇따라 폭로되고 있다. 이 정권의 도덕성은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문민정부’라는 말은 이제 입에 올리기에도 민망한 지경이다.

김현철씨가 방송사 주요 인사는 물론 지역민방 선정과정등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공적 지위를 가지지 못한 일개 자연인이 방송사 사장선임에 개입하고 방송사 선정까지도 좌지우지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 새삼 충격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동안 안개속에 감춰져 있던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가 드러난 것일 뿐이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방송에 대한 권력의 통제는 공공연한 것이었다. KBS, MBC 등 방송사 주요 경영진 선임은 사실상 권력의 낙점에 따라 결정됐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방송사 고위 인사들이 자리를 유지하거나 발탁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아들’에게 줄을 대야 한다는 것은 방송계에서는 비밀스런 일도 아니었다. 그같은 ‘김현철 커넥션’의 일각이 참으로 추잡한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다.

김현철 국정개입 의혹들은 한 점 남김없이 규명돼야 한다. 이 나라가 ‘민주국가’여야 한다면 그 누구로부터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의 아들이 국정 곳곳에 개입한 것은 엄단돼야 한다. 방송사 인사등에 개입한 것 역시 그 전말이 숨김없이 밝혀져야 한다.

김현철 국정개입 의혹 규명의 1차적인 책무는 말할 나위없이 검찰에 있다. 한보 비리사건 때 처럼 검찰이 또다시 권력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진상을 밝히기 보다는 여론의 화살을 피해가기 위한 겉치레 수사에 그치고 만다면 가뜩이나 실추될 대로 실추된 검찰의 공신력은 회복 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국가 사정기구의 중추인 검찰을 국민들이 더이상 믿지 못하게 된 것은 검찰로서도 견디기 힘든 수모이겠지만 국가의 기간 체계 자체가 뿌리부터 와해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도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신한국당 또한 김씨의 한보비리 국회 청문회 증인 채택을 더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아니면 ‘김현철 국정개입 청문회’를 따로 열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김현철씨가 주요 경영진 인사등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YTN과 KBS, MBC등 방송사들은 자체적인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 방송계 김현철 인맥의 실상이 어떤 것인지를 방송사들은 스스로 국민앞에 밝혀야 한다. 이들 김현철 인맥에 대해서는 방송을 김씨의 사유물로 전락시킨데 대해 마땅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현철 방송’이라는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 하나 생각할 점은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통합방송법안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전면 재논의돼야 한다. 권력의 입김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이번 김현철 사건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방송의 독립성이나 공공성 보장을 위한 방안은 외면한채 위성방송 도입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부 여당의 방송법 개정방향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 드러난 만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대통령의 아들이 방송사 인사에 까지 개입하는 이런 방송환경을 그대로 놔두고 선진방송 운운한다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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