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MBC ‘뉴스데스크’ 일기예보에 등장한 ‘파란색 1’이 법정 제재가 눈앞이다. 서울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이례적으로 1을 기록해 환경부 지정색에 맞춰 파란색 그래픽으로 숫자를 크게 보여준 것이 특정 정당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고, 해당 영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선거 관련성은 없다고 밝혔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일기예보가 국민들의 표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인가. TV조선이 추천한 심의위원은 “날씨까지 이용하는 MBC의 교묘한 정치 편파”를 주장했다.
농담이라면 듣는 사람이 웃을 수 있어야 한다. 농담의 발화자는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었다.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의 대리인이 굳이 “MBC는 잘 들어”라며 노태우정부 시절 군사문화를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육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에 의해 회칼 테러를 당한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기자의 이야기를 꺼냈다. MBC 보도가 국익에 반한다며 전용기 탑승까지 막았던 대통령실이다. 회칼 테러 이야기를 듣고 웃을 수 있는 MBC 기자가 있었을까. 군인이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기자를 살해하려던 사건을 왜 언급했을까. 발화자의 의도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김장겸 전 MBC 사장이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로 지원했다. “언론자유와 방송 정상화를 위해 앞장서 달라는 동료와 후배들의 당부 때문”이라고 한다. 2심 재판부는 “우리 사회의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할 언론사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대법 판결 4개월 만에 김 전 사장을 사면하며 범죄자에게 국회의원 출마 길을 열어줬다. 최승호 전 MBC 사장은 “대통령의 언론자
고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2017년 논문 에 따르면 제헌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은 모두 377명이었다. 21대 언론인 출신 의원 24명을 더하면 401명이다. 논문에 따르면 국회의원 가운데 언론인 출신 비율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한국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총선에 나가 낙선해도 다시 언론계로 돌아오는 사례가 눈에 보이니 출마자부터 많을 수밖에 없다. 21대 총선에서도 폴리널리스트 비판을 받는 언론인 출신 후보들이 등장했다. 선배의 직행에 후배들이 비판하는 성명
대통령 연설을 짜깁기한 권력 풍자 영상은 접속 차단된다. 일기예보에서 파란색 숫자 ‘1’ 이미지를 크게 키웠다가는 긴급 심의 요청이 이뤄진다. 김건희 특검법을 부를 때 ‘여사’를 안 붙이면 행정지도를 받는다. 똑같이 ‘바이든’으로 보도해도 머리 숙이고 사과하지 않으면 과징금을 받는다. 문재인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던 진중권씨까지 편향적이라며 중징계를 받는다. 대통령‧여당 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과 여권으로 분류되는 선거방송심의위원들은 자신들의 판단이 가져올 후폭풍이 두렵지 않나 보다.보수신문도 후폭풍을 감지했다. 동아일보는 5일 사설에서
보도국장을 임명동의제 없이 임명하고, 세월호 10주기 다큐 제작을 무산시키고, 대통령 대담에선 앵커가 명품백을 파우치라 부르던 KBS가 이젠 ‘공정방송=근로조건’을 없애버리는 단협안까지 내놨다. 노조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안이다. 박민 사장 임기가 끝나는 올 연말에는 초유의 무단협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노조를 무력화해 공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하지만 박민 사장은 무리수를 던질수록 임기를 채울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KBS는 정부 편향 보도를 고수하다 국민적
2014년 5월9일 길환영 KBS 사장은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이 아름다운 아들딸들의 희생이 앞으로 대한민국이 안전 사회가 될 계기가 된다면 KBS는 무엇이든지 여러분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리면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10년이 흐른 2024년 봄, KBS 사장의 약속은 거짓말이었다. KBS 사측이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를 4월이 아닌 6월에 하라고 했다.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란다. 세월호 참사가 특정 정당에 불리한 사건이라고 치자. 총선이 4월10일, 방송예정일은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부는…” 웃자고 만든 정치 풍자 영상에 죽자고 달려들고 있다. 제목도 ‘가상으로 꾸며본 양심 고백 연설’이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경찰 요청에 영상을 접속차단 했고, 경찰은 영상 게시자를 찾는다며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들을 압수수색 하더니 이번에도 대통령 명예훼손이 이유다. 제작자 스스로 가상으로 꾸몄다고 밝힌 영상인데도 대통령 명예가 훼손됐다며 긴급 심의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2021년 10월 ‘SNL코리아’에 출연해 “대통령이 되신다면 SNL이 자유롭게
사과가 없다. 대응은 조롱의 대상이 된다. 2022년 ‘바이든-날리면’ 사건과 2024년 ‘명품백-파우치’ 사건은 닮았다.대통령 발언을 “바이든은”으로 처음 보도한 MBC는 2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에서 법정 제재를 받았다. 음성 감정 결과는 ‘감정 불가’였지만 1심 법원은 정정보도 판결을 냈고, 방심위는 확정판결 전엔 심의 안건으로 올리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심의를 강행했다. 100여개가 넘는 언론사가 “바이든은”으로 보도하고,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바이든은”으로 들었다고 해도 모두 다 MBC의 편향된 첫 보도 때문이라는
보도전문채널 대주주가 공기업인 소유구조가 최선일 순 없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계속된 이 소유구조 속에서 YTN이 언론 신뢰도 1위에 설 수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공적 소유구조는 구성원들이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게 만든다. 나아가 언론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공정방송’을 구조적으로 지탱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심사 없이, 방송통신위원회가, 그것도 5명이 아닌 대통령 추천 단 2명이 쫓기듯 대주주 변경을 승인했다.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라는 정부 방침은 “언론장악 하청업자 선정”(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으로 끝났다
대법원이 지난해 10월12일 노조 탄압 등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된 안광한 전 MBC 사장의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김장겸 전 MBC 사장의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원심을 확정했다. 노조 탄압 혐의로 김재철 전 사장 또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형을 받으면서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공정방송을 탄압했던 MBC 전직 사장 3명이 모두 부당노동행위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공정방송’이라는 근로조건을 위한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안광한‧김장겸 두 전직 사장은 2014년 이후 신사업개발센터, 뉴미디어포멧개발센터
고발장을 받아 수사하는 검사가 누군가에게 고발을 사주했다면, 고발 사건의 수사 과정이 공정할 수 있을까. 2020년 총선 직전,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부서의 현직 검사가 검사 출신 야당 국회의원 후보에게 고발장을 건넸다. 당시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들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기자가 피고발인으로 등장했는데,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이었다.공수처가 이 사건을 ‘국기문란’으로 판단해 손준성 검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이유는 현직 검사가 정치적
10년 전, 2014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사전에 질문 내용을 취합해 청와대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질문할 기자와 질문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질문 중엔 ‘퇴근 후 뭐 하시나’도 있었다. 준비된 ‘각본’에 따른 약속 대련에 기자들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조율된 소통’에 저항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도 그때는 기자회견이라도 있었다. 10년 뒤, 지금은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자체가 없다. 작년에도 없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껏 유일한 기자회견은 취
‘극장식 수사’는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며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 한 사람의 ‘유죄’를 확정 짓는다. 그렇게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했고, 2023년 말에는 배우 이선균씨가 세상을 떠났다. “현 정부의 마약 범죄 강경 대응이라는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인권을 저버린 것”(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라는 비판 속 피의사실공표죄가 다시금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선균씨 사망 하루 전에도 그의 피의사실은 여과 없이 언론에 중계됐다.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이 담긴 통화 내용을 공영방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국금지 기간 연장통지서’를 공개했다. 봉 기자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경험한 다른 기자도 출국금지를 당했다. 검찰총장 출신 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검찰의 주장만으로 언론인의 출국을 금지하는 나라는 적어도 선진국에선 없다. 현직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를 수사하는 것부터 이미 후진국임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는 셈이다. 기자가 기사를 잘못 쓰면 당연히 상응하는 대가를 치
2024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과 기대를 담은 덕담이 오가지만, 새해맞이 표정은 결코 밝지 않다. 경제난과 안보위협, 인구소멸 위기에 이르기까지 미래를 위협하는 난제들이 산적해 있건만, 해법을 찾아야 할 정치권은 파당 싸움에만 골몰한다. 이대로 가면 100일이 채 남지 않은 22대 총선을 계기로 정치 쇄신은커녕 분열과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시민사회도 이념과 세대, 지역, 성별 등으로 갈라진 채 상대 진영 심판만 부르짖거나 정치혐오에 빠져 있다.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언론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병세가 위중해 입원했을 때 병원 앞은 기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현대사를 관통하던 김 전 대통령의 인생을 재조명하기 위해서였다.서거하기까지 병원 앞에서 최경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이 살아온 삶을 기자들에게 풀어놨다. 최 비서관은 박정희 정권에서 발생한 도쿄 납치사건부터 전두환 정권에서 내려진 내란음모죄 선고까지 ‘폭압’의 피해자가 대통령에 올랐던 역사를 기자들에게 친절히 설명했다.이 자리에서 한순간 정적을 흐르게 만든 질문이 나왔다. 최 비서관이 김 전 대통령이 신군부로부터 어떻게 탄압받았는지
사진 기자들이 취재하기 껄끄러운 대상은 1번 정치인, 2번 연예인, 3번 기업인, 4번 시민 중 누구일까. 불리한 처지에서 언론에 노출되길 꺼려하는 상황이 동일했을 때를 전제로 해서다. 최근 국회의원이 본회의장 등 공개된 자리에서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 휴대폰 창이 찍히는 경우가 많았다. 휴대폰 주인인 정치인은 종종 매체에 항의한다. 사생활 침해라고 둘러대지만 메시지 내용을 보면 혈세를 받는 의원이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한 일을 벌이거나 부적절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의가 거세지만 공적 보도의 가치가 크다고 판단해 사진
지난 2019년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자로 검증을 받은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한 게 들통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총장 후보로 지명된터라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에서 ‘거짓말한 총장 후보자는 사퇴하라’ ‘위증죄로 고발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녹취록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뇌물수수 의혹을 받자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청문회 내내 자신은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뉴스타파는 인사청문회 자정 무렵 윤 대통령이
“언론과 훌륭한 소통 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대통령실 신임 대변인에 임명된 김수경 통일비서관의 일성이다. 김 대변인은 “국민 여러분께 왜곡 없이 정확하게 국정을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 인사 흐름 속에 70년대생 여성 공직자의 출현은 반갑지만 기자와 최일선에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전임 이도운 대변인은 “제가 대답하지 않은 질문은 있지만 단 한 번도 거짓말하거나 미스 리딩한 적은 없다고 자부한다”고 했지만 훌륭한 소통 파트너가 되는 것에 대해선 한참 못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