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순 상임위원은 방송위원의 품격에 스스로 난도질을 한 발언이 공개된 뒤에도 공직에서 버티는 추한 모습을 고집하고 있다. 수많은 언론시민단체들이 그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외치고 행동하고 있지만 쇠귀에 경 읽기와 같은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강 위원이 술자리에서 행한 부적절한 발언의 파문과, 그에 맞서 “사적인 발언을 공적으로 책임질 수 없다”고 버티는 그의 행태가 던진 악취와 소음은 인내의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

그의 부적절한 언행의 폐해는 이제 강 위원 개인의 범위를 넘어서 방송위 전체, 그리고 이 사회의 공적 시스템에 심각한 회의를 갖게 한다.

강 위원은 방송위원의 신분 보장 규정을 목숨줄로 삼아 버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고 그를 추천한 한나라당도 같은 생각인 듯하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방송위는 방송의 특성을 고려해 방송행정을 주관하지만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공적 기구다. 그래서 방송위원은 방송위의 규범과 함께 언론인의 품격을 지키는 철저한 윤리의식을 지녀야 한다. 강 위원은 이런 당위성에서 거리가 너무 먼 인물이다.

무릇 제도와 체계는 사회적 책임의식을 목표로 한 윤리의식을 그 바탕에 깔고 있다. 얼핏  보기에 강제적 규범이 지배하는 제도와 체계가 윤리보다 우선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윤리가 전제되지 않는 어떤 규범이나 조직체계도 그 생명이 길지 않다. 그만큼 윤리가 중요하다. 이런 점을 강 위원과 일부 정치세력은 간과하고 있다.

강 위원은 자신의 파괴적 발언이 윤리에 어긋나지만 방송법의 신분보장 규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확신을 갖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보통 착각이 아니다. 민주사회에서 방송과 신문이 포함된 언론의 윤리는 외적인 간섭이나 통제를 저지하는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언론의 윤리는 자율 규제의 형태를 취한다.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언론인의 사상과 양심에 따른 의무를 강조한 것이 자율적 규제다. 언론이 향유하는 자유에 상응하는 책임과 윤리의식을 확보, 유지하자는 취지다.

예를 들면 신문고시가 그런 예다. 신문사들이 자율규제의 형식으로 신문시장의 정상적인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 정부가 직접 나서는 식이다. 윤리에 바탕을 둔 언론의 자율 규제는 언론에 대한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을 대신해서 언론 스스로 윤리와 상식에 벗어나지 않는 언론을 하겠다는 자기 통제의 의미를 지녔다.

방송을 포함한 언론이 생명처럼 여기는 윤리는 정부나 언론의 외부 규제에 못지 않은 무게를 지니고 있다. 언론이 지닌 특수성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간과한 채 강제적 규범에만 매달리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는 것은 이미 방송인으로서의 자질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다. 그런 개인적인 착각을 한나라당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이 나라의 정치 수준을 가늠케 하는 부끄러운 사례다.

강 위원의 일탈적 행위는 개인의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물을 흐리는 식이라 해도 시간이 너무 흘렀다. 국민들이 주시하는 공인들의 집단인 방송위가 대외적으로 아무런 대책을 세우거나 행동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방송위의 대외적 위상을 끝없이 망가뜨리고 있다.

방송위 전체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다른 방송위원들이 침묵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방송위의 무덤을 공동으로 파는 것과 같다. 방송위가 최근 비정상적인 업무추진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상스런 일은 아니다. 방송위라는 공동체의 공감대나 구심점이 상실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병리현상의 하나로 판단된다.

강 위원의 해괴한 버티기 속에서 다른 위원들의 긴장감과 도덕적 해이가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강 위원은 자신이 어떤 과오를 계속 범하고 있는지를 맹성해서 적절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방송위도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직시하고 적절한 자위책을 강구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강 위원과 함께 방송위, 그리고 이 나라 공적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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