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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은 9일자 21면 <전 경제부총리 사외이사 영입 붐>에서 "전직 경제부총리들이 상장회사에서 잇따라 사외이사를 맡아 달라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면서 "경제정책을 총괄했던 경륜과 폭 넓은 인맥으로 회사의 든든한 방패가 돼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반영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주인공은 조순·진념·한승수 전 경제부총리들이다. 한승수 전 경제부총리는 운송장비 부품업체인 효성기계의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도 최근 건설ㆍ운송장비 제조업체인 수산중공업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진 전 경제부총리는 올해 초까지 LG전자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SK(주)도 사외이사로 활동중인 조순 전 경제부총리를 재선임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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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경제 3월9일자 21면 | ||
지난 2월12일자 서울신문의 보도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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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2월12일자 1면. | ||
'방패막이'로 기능하고 있는 사외이사 제도…언론도 이미 짚어
또 대주주와 관계가 있는 사외이사는 24명으로 나타났다. 계열사나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은 회사 임원 출신인 사외이사는 17명으로 전체 사외이사의 6.1%를 차지했다. 사외이사로 선호되는 직업군 중 하나인 법조 출신 사외이사는 39명인데, 이중 10명(25.6%)이 대주주나 기업의 법률관련 소송을 맡았던 법무법인 소속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은 "아직도 지연·학연 등 친분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있다"면서 "이들의 역할 또한 기업 경영보다는 로비 등 외부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사외이사 문제는 며칠 뒤에도 언론을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월19일 증권선물거래소는 "주요 상장사들이 고위관료 출신이나 법조계 혹은 감독기관의 전직 유력 인사들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당시 연합뉴스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들의 면면이 매우 화려하다.
우선 오늘자(9일) 매일경제의 보도에서도 언급된 건설·운송장비 제조업체인 수산중공업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진념 삼정 KPMG 고문을 각각 새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SBS는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친 정해창 송설당교육재단 이사장을, 일신방직은 송자 전 교육부장관을, 계룡건설은 법무부 차관과 검찰총장을 거친 김각영 변호사를 새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웠다. 신세계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이주석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황병기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제시했으며, SK텔레콤은 심달섭 전 재정경제부 관세국장을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했다.
사외이사…기업경영보다는 로비 고려한 측면 높아
현대차는 새 사외이사 후보로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장과 하도급 국장을 지낸 임영철 변호사와 강일형 전 대전지방국세청 청장을 추천했다. 제약업체인 LG생명과학은 식품의약품안정청 청장을 역임한 심창구 서울대 교수를, 농기계 전문업체인 동양물산은 박상우 전 농림수산부 차관을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들의 면면을 통해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사외이사 제도가 기업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로 기능하기보다는 오히려 로비를 고려한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 경제부총리의 사외이사 영입붐이 일고 있다고 오늘자(9일)에서 보도한 매일경제도 지난달 25일자 사설에서 바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매경은 이날 사설 <사외이사가 기업 방패막이인가>에서 "요즈음 많은 민간기업과 공기업들이 사외이사를 새로 선출하고 있다. 그런데 사외이사들 면면을 보면 소위 힘있는 정부부처 관료 출신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어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외부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외이사가 기업 방패막이냐고 비판한 매경…갑자기 부총리 영입 붐?

▲ 매일경제 2월26일자 사설.
매경은 "최근 사외이사를 선출한 기업들에는 재경부와 공정위 금감위 등 정부부처 전직 장ㆍ차관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면서 "연령이 많은 고위 관료 출신도 많아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경영진과 이사회에 대한 견제와 감시보다는 과거 직책을 이용한 로비스트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더 많지 않나 여겨질 정도"라고 우려했다.
'이랬던' 매경이 갑자기 오늘(9일) 전 경제부총리들의 사외이사 영입 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경은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 "전직 부총리나 장관 등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면 시장 참여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증권업계 관계자 말을 인용했는데, 대체 매경의 '진심'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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