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미디어 학회들이 정기학술행사에 잇따라 유진이엔티 후원 세미나를 개설하면서 YTN 구성원과 언론 시민사회단체, 학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주도의 불법·강압 지분매각 민영화 의혹에 법적 다툼과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 학계가 “내란결탁 자본 유진이엔티를 YTN의 새 주인으로 공인”한다는 우려다. 언론정보학회는 회원들과 언론노조 YTN지부 측 비판을 접한 뒤 유진 측 후원세션을 취소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에 따르면 한국방송학회와 한국언론학회, 언론정보학회는 최근 잇따라 정기학술대회에 유진이엔티 후원세션을 개설했다. 한국방송학회는 오는 11월 8일 가을 정기학술대회에서 유진이엔티 후원으로 ‘민영방송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역할 제고를 위한 규제 개선 방향’을 주제로 특별세션을 연다고 공지했다. 국내 최대 언론 학술단체인 한국언론학회는 지난 5월 봄철 정기학술대회에 유진이엔티 후원으로 ‘OTT 미디어 시대, 실시간 방송 서비스의 전략과 방향’이라는 특별세션을 열었다. 한국언론정보학회는 다음달 29일 열리는 가을 정기학술대회에서 유진이엔티 후원으로 ‘방송 저널리즘의 역할 재구성: 사회적 제도와 공공 인프라로서의 언론’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연다고 공지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언론학자들도 내란 세력에 동조해 YTN을 자본에 팔아먹으려 하는가”라며 “후원사와 세션 주제 모두 두 눈을 의심할 만큼 충격적이고 분노가 치민다”고 개탄했다. YTN지부는 “유진이엔티는 강압적 지분 매각과 졸속심사로 YTN 최대주주 자리를 꿰찬 내란 결탁 자본이다. YTN을 장악한 뒤 기계적 중립을 핑계로 내란세력 따옴표 받아쓰기 보도를 일삼았다”고 했다.
YTN지부는 “(유진그룹은) 보도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제도들은 모조리 폐기하고, 오직 돈벌이를 위한 조직 개편과 인사 발령, 대규모 징계 등을 감행해 YTN의 보도전문채널 기능을 황폐화시켰다”며 “YTN 구성원들은 유진이엔티에 맞서 언론인으로서 정체성과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다섯 달째 생존권을 걸고 파업 등 쟁의행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회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과 귀를 가린 채 YTN을 유진이엔티 소유의 민영방송으로 규정하고, 규제 개선 따위를 논하는 토론회를 열겠다고 한다”며 “언론의 본연적 역할이나 방송의 자유와 독립 따위는 이제 언론학자들에겐 관심도 없고 내 알 바도 아니라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정보학회는 이날 회원들 항의와 언론노조 YTN지부의 비판 성명이 나온 뒤 학술대회 조직위원장과 총무단 임시 회의를 거쳐 유진이엔티 후원 세미나를 취소했다. 박진우 언론정보학회 가을정기학술대회 조직위원장과 이상길 언론정보학회장은 학회 홈페이지 공지에서 “YTN 민영화 과정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정보학회가 유진이엔티 후원의 세션을 구성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학계 내외부의 우려가 제기됐다”며 “학회원들의 우려를 겸허히 수용해 세미나 계획을 취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학회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국방송학회와 한국언론학회의 경우 학계와 YTN지부 우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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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는 통화에서 “유진이엔티 후원세션 공고를 확인하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학회 기조가 연속돼야 함에도, 해당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세션 주제마저 기업 이미지를 세탁하는 내용으로 보여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조직위는) 후원세션을 철회했다 하더라도 이를 마련한 경위와 이유를 회원들에게 소명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오는 학술대회를 보이콧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최선영 객원교수는 지난해 언론정보학회 부회장으로서 ‘방통위의 탈법적 YTN 매각 즉각 취소’를 요구하는 성명서 발행과 관련 세미나 개최를 주도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YTN을 정상화시키고자 구성원들이 다섯 달째 쟁의를 벌이고, 언론·시민사회·국회까지 나서 진상 규명 움직임에 나선 상황이다. 학계의 방조와 침묵도 부역이 되는데 유진이엔티 후원을 받아 그들의 명분을 다져주고 스피커 노릇을 한다면 역사적 과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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