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법상 제 임기는 내년 8월 24일까지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지난 7월9일 대통령실이 자신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하자 밝힌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통위 개편법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이 통과되며 방통위는 1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방통위와 방미통위 차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소관 사무인 유료방송 업무를 전담한다는 점이다. 현재 방통위가 담당하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뿐 아니라 앞으로는 과기정통부 소관의 홈쇼핑,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 심사를 방미통위가 전담한다. 방송규제를 주로 담당해 온 방통위에 방송진흥 업무도 통합될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 때 설립된 초기 방통위와 유사한 구조다. 또 기존 상임위원 5인에서 7인(상임위원 3명·비상임위원 4명) 위원회 체제로 바뀌고, 직원도 30명 증원된다.

지난 26일 국회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찬성 174인으로 통과시켰다. 이날 무제한 토론에 나선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단 한 사람, 정무직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교체하기 위한 목적의 법안”이라고 주장하며 방미통위 설치법에 반대했다. 그리고 지난 27일 본회의에서 찬성 176명으로 방미통위 설치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설치법이 통과되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굿바이 방송장악”이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미통위 설치법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에 대한 투표를 하고 나와 활짝 웃고 있다. 무제한토론을 내내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던 이진숙 위원장의 표정과 대조적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미통위 설치법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에 대한 투표를 하고 나와 활짝 웃고 있다. 무제한토론을 내내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던 이진숙 위원장의 표정과 대조적이다. ⓒ연합뉴스

정부는 오는 30일 국무회의를 열어 방미통위 설치법을 공포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법안을 공포하면 이진숙 위원장은 법에 따라 10월1일 자로 1년 2개월 만에 임기가 종료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청문회 국면에서 대전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임명 당일 과방위원들에게 고발당했다. 대전유성경찰서는 지난 19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진숙 위원장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자신의 SNS와 보수 유튜브를 통해 한 발언 등으로 감사원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주의 처분을 내린 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진숙 위원장이 보유한 imbc 주식 적법 여부를 따지기 전에 MBC 재허가에 관여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점 등이 도마에 올랐다.

향후 법 통과에 따라 방미통위원장 등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4명을 추천·임명해야 한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지난 8월 국회가 의결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EBS법)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동력이 생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29일 “공표 뒤 통상적 스케줄에 맞춰 진행된다. 아직 구체적 계획 논의는 없다”며 “10월 안에는 (새 위원장) 인사청문회를 할 요인이 있을 거고, 12월 안에 방통위 정상화를 비롯해 방송3법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기 방미통위가 출범하면, 먼저 위원들은 새 KBS 이사회 구성을 위해 방송법 시행령·규칙 제·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26일 시행된 방송법 개정안에 따라 KBS는 새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개정 방송법 부칙 2조 1항은 ‘KBS의 이사회는 이 법 시행 이후 3개월 이내에 이 법의 개정 규정에 따라 구성되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이 법 시행에 따라 KBS 현 이사들의 임기는 11월 말에 종료된다.

KBS 이사 수는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4명 늘어나는데, 국회 교섭단체는 의석 비율을 반영해 6명만 추천하고 KBS 시청자위원회가 2명 추천, KBS의 보도·제작·기술 직종 대표성을 고려한 집단이 3명을 추천해야 한다. 또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3곳이 합의해 2명을 추천하고, 2개 변호사 단체가 각각 1명씩 2명을 추천하는데 학회와 변호사 단체 선정은 방미통위에서 규칙을 통해 명시해야 한다. 이렇게 추천된 15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새 이사회 구성으로 박장범 KBS 사장 임기도 끝날 가능성이 높다.

방미통위가 들어서면 윤석열 정부 방통위에 의해 유진그룹으로 대주주가 변경돼 민영화된 YTN과 지원 조례가 폐지되는 과정에서 방통위가 역할을 하지 않은 TBS 정상화도 주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법원에서 철퇴를 맞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둘러싼 진상 규명 요구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지난해 7월31일 임기 첫날 방통위로 출근해 당일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지원자 83명 관련 서류 1000장 가량을 검토해 13명의 이사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방문진 이사 지원자 3인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새 방문진 이사 6인에 대해 임명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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