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과 통화를 마치고 한국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대통령실도 지난 21일 “미중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최대한 양국 정상회담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에 국내 언론도 APEC에서 미국과 중국 정상의 의미있는 접촉이 있을지 의구심을 보이다가 일제히 긍정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내고 있다. 한 주 전만 해도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7일 중국을 직접 방문해 시 주석의 APEC 참석을 조율했고 당시로선 국내 언론도 “다만 내년 APEC 의장국이 중국이기 때문에 시 주석의 참석이 유력하다는 게 중론”(매일경제, 15일자)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미중 양국 정상이 만나더라도 큰 의미가 없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민일보 15일자 <트럼프-시진핑, APEC서 ‘형식적 만남’ 그칠 수도>를 보면 외신 파이낸셜타임스를 인용하며 양국 정상이 APEC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먼저 만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과 함께 APEC 정상회의에서도 낮은 등급의 회담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당시로선 참석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고 무엇보다 무역 갈등 핵심 현안에 대한 견해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가능성은 지금도 상존하지만 양국 정상이 한국의 국제 행사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의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양국 정상 방한과 정상회담이 확정되자 국내 언론도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경제는 22일 1면에서 “(미중의) 이번 회담이 미중 관세전쟁의 분수령이 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트럼프 집권 2기 이후 처음이자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여 만이며 미중 정상의 동시 방한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사설을 통해서도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매일경제는 22일 사설 <경주 APEC서 만나는 트럼프·시진핑…韓 외교지평 넓힐 기회로>에서 “우리로서는 단순히 만남의 장소 제공만이 아니라 국제교역·안보에서 긴장 수위를 낮추고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다해야 한다”며 “북한도 주시할 두 정상 간 회동에서 대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남은 외교력을 발휘하는 것은 우리 몫”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미중 정상 ‘10월 APEC’ 방한, 한국 국격·국익 높일 무대로>에서 “한국은 ‘빛의 혁명’으로 윤석열의 내란을 질서있게 수습하며 K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줬고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다자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국제 외교 무대에 한국의 복귀를 알렸다”며 “경주 APEC은 이재명 정부가 주도하는 첫 다자 정상회의로 치밀한 준비를 통해 한국의 국격을 한 단계 올리고 국익도 높이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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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도 한국의 국익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사설 <APEC 미·중 정상 동시 방한, 한국 ‘가교’ 역할 시험대>에서 “무엇보다 한미 2차 정상회담과 한중 첫 정상회담을 통해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하고 동시에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있는 가교 역할은 보여줘야 한다”며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모두 총력을 다해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APEC이 열리는 경주 지역언론에서도 소위 ‘판이 커진’ APEC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북도민일보는 22일자 사설 <트럼프-시진핑, 경주 APEC 달군다>에서 “이제 경주는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떠올랐다”며 “그동안 APEC을 준비해 온 한국 정부는 물론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주낙영 경주시장에게도 큰 선물 보따리를 안게 됐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제 큰 판은 깔렸다”며 “남은 문제는 경주 APEC을 어떻게 성공시키느냐”라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경주에서 만나기로 한 만큼 경주 APEC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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