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력에 취약한 지배구조의 KBS에서 탐사저널리즘 또한 정권에 따라 흔들렸고, 특히 권위적 보수 정권이 집권한 시기 탐사보도 위축이 극심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정연주 전 사장부터 박장범 현 사장까지 역대 KBS 사장의 탐사보도 입장을 분석해 공개했다. 취임 당시 정권 기준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이병순·김인규·길환영, 박근혜 정부 고대영, 윤석열 정부 박민·박장범 사장 체제에서 KBS 탐사보도 기능이 축소되고 관련 부서가 폐지됐다.
반면 노무현 정부 시절 취임해 이명박 정부가 해임한 정연주 전 사장 시절엔 탐사보도팀을 신설해 ‘탐사보도 명가’라는 평가를 얻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 들어 고대영 전 사장이 해임된 뒤 취임한 양승동 사장은 탐사보도부를 되살렸다. 양 사장 재임기 보도본부장이었던 후임 김의철 사장도 탐사보도를 장려했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에서 김 전 사장이 해임되며 취임한 박민 전 사장은 기존 시사·보도 프로그램 다수를 폐지한 뒤 임기 말 시사교양국을 해체하고 탐사보도부를 폐지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이 구상에 따른 조직개편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전에 임명한 박장범 현 사장 체제에서 시행됐다.
과방위 회의에 출석한 박장범 사장은 탐사보도부 폐지 등 박민 전 사장의 조직개편안을 시행한 이유로 “박민 사장이 통과시킨 조직개편안이 한두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 조직개편안을 이사회에 상정할 수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주희 의원이 “당시 이사들이 4명이나 ‘KBS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에 대해 충분한 대화와 토론 없이 표결이 강행됐다고 크게 반발했다. 구성원 절대 다수도 조직개편안에 대해서 반대했다”라고 지적하자, 박 사장은 “(기존 개편안에) 전체적으로 반대하는 건 아니고 미비점이 있어서 올 하반기에 새로운 조직개편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이 “탐사보도야말로 저널리스트의 핵심 소명이지 않나”라고 묻자 박 사장은 “여러 기능 중 하나”라며 “보도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뉴스가 있다. 탐사보도는 상당히 아웃풋(output)에 비해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간다. 한 언론사 역량을 전부 탐사보도에 쏟을 수 는 없고 가급적 큰 언론사라면 그래도 탐사보도 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를 들은 이 의원은 “KBS가 수신료를 받는 국가기간 방송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탐사보도 부침이 많았다. 보수정권 사장은 형식적으로는 공정성, 균형성, 중립성을 강조했는데 실제로는 보도 통제를 강화했고 탐사 보도와 정권 비판 보도가 축소됐다”며 “반면 민주 정부의 경우에는 저널리즘과 탐사 보도를 매우 강조하고 지원 정책을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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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KBS의 우수한 탐사보도 사례로 지난달 공개된 ‘다큐인사이트-인재전쟁’을 비롯해 지난 2023년 박민 전 사장 취임 전 보도된 ‘최초분석 176 빌라왕 네트워크’, ‘시사기획 창-코스닥 개미귀신’ 등이 제시됐다. 관련 보도들을 소개한 뒤 이 의원은 “지금이라도 탐사보도부를 부활시키고 조직개편을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원점에 재검토할 생각이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 사장은 “조직개편 안을 짤 때는 늘 기자, PD, 그리고 직원들 의견을 총합해서 하고 있다”면서 원론적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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