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구성원들이 사내 폭언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사내 언어폭력 실태조사를 벌이고 폭언·막말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지난달 23일 발행한 조선노보 1면 <당신의 한마디, 누군가에겐 ‘평생 상처’>에서 사내 언어폭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노보는 “폭언·막말 얘기가 나오면 간부들이나 고연차 기자들 사이에선 ‘요즘엔 그런 선배·데스크 잘 없지 않느냐’ ‘예전보다는 훨씬 살 만하지 않으냐’등의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며 “그 말을 듣는 후배들은 또 한 번 벽 앞에서 숨이 턱 막히는 경험을 한다고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조선노보는 “편집국에선 ‘너 그 대학 나온 거 맞느냐’ ‘나가 죽어라’ 류의 폭언·막말도 여전하다”며 “1년 365일 상시 제보를 받는 ‘언어폭력 신고센터’를 개설한데 이어 다음주 부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언어폭력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매 분기마다 언어폭력 실태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조합원 A씨는 조선노보와 인터뷰에서 “욕설·고성이 들리는 횟수만 놓고 따지면 10년 전보단 줄었겠지만, 후배들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언어폭력’ 문화 전반이 결코 그때보다 나아졌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조합원 B씨는 “기사 고치면서 들릴 듯 말 듯 혼잣말처럼 욕설을 하거나, 과거에 했던 사소한 실수를 동료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언급하며 웃음거리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내 외모 품평을 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조합원 C씨는 “왜 내 외모 평가를 소개팅 자리도 아니고 회사에서 들어야 하느냐. 친하지도 않으면서 ‘너는 왜 결혼 안하느냐’ ‘애 안 낳느냐’고 묻는 것, 아무렇지 않게 우스꽝스러운 연예인 등을 닮았다고 하는 것도 듣는 사람에겐 큰 상처가 된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최근 언론계에선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폭언 등 부서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뉴시스 A 기자가 지난해 12월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연합뉴스의 4년차 기자는 퇴사 후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연합뉴스에 폭언, 욕설, 인격모독 등 전근대적 문화가 만연하다고 비판했다. 사건이 벌어진 후 뉴시스와 연합뉴스는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조선노보는 “타사의 이 같은 사례를 접한 조합원들 사이에선 ‘언론사 이름만 조선일보로 바꿔 넣어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했다.

안준용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당선 인사에서 폭언·막말을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안 위원장은 “조직 내부에 서로 존중하는 문화는 부족하고, 이것이 불화와 불필요한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며 “조합원들이 이런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노조는 울타리가 되겠다. 조합원들이 폭언이나 막말로 동료로부터 상처받고 일터를 등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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