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시민참여 및 위탁 사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간 가운데 일부 언론이 이를 적극 보도했다.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를 일종의 반동주의 경향으로 분석하며 “미디어 권력과 포퓰리스트 정치권력의 담합”이라고 해석했다. 

채영길 교수는 지난 28일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와 언론정보학회 등이 주최한 ‘후퇴하는 미디어시민권을 말하다! -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바로세우기 토론회’ 자리에서 오세훈 시장의 행보를 ‘리액션어리’(Reactionary, 반동주의) 담론으로 분석했다.

‘리액션어리’는 진보적 개혁에 대해 이성적이지 않고 감각적 반응을 유도해 반대하는 일종의 반동주의 운동을 말한다. ‘리액션어리 담론’은 특정 정책이 시행되면 위험하다는 내용의 ‘위혐명제’, 역효과가 크다는 내용의 ‘역효과 명제’, 정책의 효과가 없다는 내용의 ‘무용 명제’ 등을 통해 반대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 오세훈 시장의 시민사회 관련 사업에 대한 담론의 특성.(자료=채영길 교수)
▲ 오세훈 시장의 시민사회 관련 사업에 대한 담론의 특성.(자료=채영길 교수)

채영길 교수는 “오세훈 시장 담론의 특징이 리액션어리라고 본다. 서구에서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개인의 자유가 확장되는 시기, 그리고 복지사회가 확대될 때 등 개혁적 담론이 있을 때마다 보수측에선 리액션어리 담론이 나타났다. 혁명을 하면 위험하다는 ‘위혐명제’, 개인의 자유가 지나치게 보장되면 사회가 후퇴할거라는 ‘역효과 문제’, 개혁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무용 명제’ 등 경향이 나타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채영길 교수는 “오세훈 시장의 과거 무상급식 논란 때도 이 세가지 담론이 등장했고, 시민참여 예산 논란에서도 같은 명제가 등장했다”고 했다. 그는 “지출구조의 문제로 인해 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일회성, 소모성 예산지원으로 시민 세금이 낭비된다는 주장은 ‘역효과 명제’이고, 이 같은 사업이 회수 가능한 투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무용 명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영길 교수는 “또한 시민사회와 일반 시민 사이를 대립시키고, 사업 자체가 반사회적이고, 시민사회가 우리 사회를 위험하게 만든다는 것처럼 다루는 등 위혐명제를 강조한다”며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 서울시청에 입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노컷뉴스
▲ 서울시청에 입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노컷뉴스

오세훈 시장이 시민사회 관련 예산을 비판한 가운데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왔다.

‘[단독] 오세훈 “박원순 서울시, 시민단체 ATM 전락…운영비 쓰느라 시민지원 찔끔’”(매일경제) 
‘[사설] ‘박원순 시민단체 먹이사슬’ 되살리기 나선 서울시의회’(조선일보)
‘[단독] 서울시 ‘시민단체 공모 사업’ 3배 늘려…野 “親與단체 일감 몰아주기”’(조선일보)
 ‘오세훈 “일부 시민단체가 혈세 낭비”… 박원순표 지원사업 대수술 예고’(동아일보)

 
채영길 교수는 “언론이 오세훈 시장의 보수적 담론을 재생산하고 있다. 앞서 말한 명제들이 기사 헤드라인에 들어가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를 겨냥해 위험하다는 식의 내용이 많다”며 “시민과 반시민을 나눠 적대시키면서 위험한 상태라고 이해하게 만들고, (이를 타개할) 오세훈 시장을 영웅으로 만드는 듯한 요구다. 미디어 권력과 포퓰리스트 정치권력의 담합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영길 교수는 “오세훈 시장의 담론이 전체주의의 징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 그런 면에서 시민사회의 대응이 일시적인 연대에 그쳐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과 언론정보학회 등이 주최한 ‘후퇴하는 미디어시민권을 말하다! -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바로세우기 토론회’ 유튜브 중계
▲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과 언론정보학회 등이 주최한 ‘후퇴하는 미디어시민권을 말하다! -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바로세우기 토론회’ 유튜브 중계

이날 다른 발제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폭 삭감을 추진했던 마을미디어 사업의 성과와 과제를 설명했다.

김일웅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2019년 한국외대 산학협력단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작성한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운영 및 마을미디어사업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그동안 243개 단체가 활동지원 사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활동지원 사업’은 서울시가 예산안을 통해 전액 삭감안을 낸 일선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이다.

주목할 대목은 2017~2019년 동안 마을미디어활성화사업 참여단체 126곳 중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간 존속단체는 85곳으로 67%의 존속률을 나타나는 사실이다. 이들 가운데 40여개 단체는 5년 이상 안정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역연계형으로 유입된 단체들의 경우 높은 활동 지속률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도 나타났다. ‘단체 소멸’(활동중단) 사유 중 ‘심사탈락’(34개 단체)이 활동이 중단되는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일웅 위원장은 “결국 활동단체 지원 예산은 신규 단체 발굴 및 인큐베이팅은 물론 기존 단체들의 성장 및 확장을 위한 필수적인 예산이며 발굴 단계를 거쳐 안정적 활동으로 진입하는 주요한 정책방향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속 활동단체를 중심으로 보다 규모있고 안정적인 활동단체 지원예산이 필요한 시점에서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마을미디어 사업의 지속과 성장에 제동을 거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 서울 마을미디어 2차 중기발전방안 추진전략과 핵심과제.(자료=정은경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장)
▲ 서울 마을미디어 2차 중기발전방안 추진전략과 핵심과제.(자료=정은경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장)

정은경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장은 마을미디어의 현실을 진단하며 “마을미디어 관련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제도적 규정 및 사회적 합의가 부재하다”며 “마을미디어를 시혜적 차원이 아닌 주민자치와 시민권리로 지원하기 위한 조례 개정 및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정은경 센터장은 서울 마을미디어 2차 중기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발전방안은 ’시민 커뮤니케이션권‘을 강조하며 △ 마을미디어 참여자 확대 △마을미디어 매체 확대 △마을미디어 콘텐츠 임팩트 강화 △마을미디어 수혜자 확대 △마을미디어 연계협력 강화 등 다섯가지 전략으로 구성됐다.

정은경 센터장은 “마을미디어 사업에서는 지역 기반의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리며 “지역에는 다양한 계층과 주제의 모임이나 단체가 있을텐데 마을미디어는 이들에게 말할 수 있는 스피커가 되어주고 이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플랫폼’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마을미디어는 매체 자체로 생존하기보다는 지역 내 연계 협력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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