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마을미디어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마을미디어가 시민을 설득하고 대중적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가 주관하고 서울시가 주최한 ‘마을미디어 10주년 기념 마을공동체미디어 포럼’이 지난 10일 열렸다.
예산 삭감으로 고사 위기, 시민 설득 필요
발제를 맡은 정은경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장은 “내년 마을미디어 사업에서 공모사업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며 “최근 마을미디어 관계자 대상 조사를 실시했는데 지난 10년간 쌓은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센터에서는 시 의회를 통해 최대한 사업 예산을 복구할 수있도록 설득하고 있는데, 녹록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마을미디어 관련 예산을 2021년 10억464만 원에서 2022년 5억3763만 원으로 삭감하는 안을 냈다. 마을미디어 단체지원 명목의 예산은 항목 자체가 사라졌다. 서울시의 마을미디어 정책은 민간기구인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위탁 받아 사업 전반을 운영하며 단체지원(공모) 사업을 통해 개별 마을미디어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번 예산 삭감은 오세훈 시장이 지난 9월 ‘서울시 바로세우기’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고 발언할 때 예견됐다.
향후 대응을 묻는 질문에 정은경 센터장은 “일차적으로 의회를 통해 최대한 시민의 요구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산 삭감은) 시민참여 전반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민사회 전체와 연대하는 활동이 필요하다”며 “시민을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우리 안에서는 공감대가 있지만 시민 전반에는 전달을 못 드린 것 같다”고 했다.
황혜원 용산FM 국장(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고사 위기라고 진단했다. 황혜원 국장은 “그간 우리가 자체적으로 공간을 마련하고, 활동을 해왔지만 보조금이 버팀목이 됐다. 예산이 삭감된다면 타격이 크다. 고사 위기에 놓일 것”이라며 “마을미디어 교육, 방송 체험, DJ양성 교육 등 모두 무료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료로 전환해야 하나 고민이 든다. 하지만 영리활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지역성 등 성과 마을미디어, “변화 위한 도전의 시기”
정은경 센터장은 마을미디어의 과제에 대해 “임팩트를 강화하고, 콘텐츠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구조적으로 마을 미디어 콘텐츠가 많이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마을미디어가 사회를, 사람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도전을 해왔다면, 지금은 마을미디어 자체적으로도 변화를 위한 도전의 시기”라며 “2030 청년 세대, 청소년 세대 등 새로운 세대를 만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하고, 뉴미디어 환경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은경 센터장은 제도적 과제로 △ 마을미디어의 활동을 알릴 수 있는 캠페인, 공익광고△ 관계법 제정 및 정비 △ 방송통신발전기금 배분 방식 개선 △무료보편적 공공 플랫폼 등을 제시했다.
그는 “결국 시민력의 확장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지원을 통해 시민의 역량이 강화되고, 역량이 강화된 시민이 많아지는 게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서울시 차원에서는 중기계획 수립, 마을미디어 조례 개정, 담당부서 조정, 사업성격 규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은경 센터장은 마을미디어의 성과로 “마을미디어 이전에도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언론이 제공해준 코너에 그쳤다”며 “마을미디어는 당사자가 직접 얘기하는 데 의미가 있다. 난민, 이주민, 성소수자, 장애인, 어르신 등 주류 매체에서는 잘 등장시켜주지 않는 시민 당사자들이 직접, 그리고 자신이 소유한 매체에서 주도권을 갖고 이웃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전에 없던 변화”라고 설명했다.
정은경 센터장은 “지역성 측면에도 의미가 있다. 자치구 단위, 동 단위는 정보가 적다”며 “동네에 친일 시인의 시비가 새겨질 조짐이 보일 때 대응하고, 우리 동네 기초 의원 출마자 소식을 마을미디어를 통해 찾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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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센터장은 “미디어 교육 측면에도 마을미디어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으로 영상 편집을 배우신다. 지역 학교와 연계해 청소년 미디어 교육을 하는 사례는 이제 일반적인 일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은경 센터장은 ‘지역 연계’ 성과도 강조했다. 그는 “마을 바자회를 열기도 하고 비대면 노래자랑을 열기도 한다”며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울 때 마을미디어는 장비와 역량을 갖추고 있어 발빠르게 지역 사회를 위한 역할을 했다. 이 외에도 지역사회에서 검정고시 동아리를 운영하거나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등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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