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에게 2장 이상의 법인카드를 건넸다는 정황에 대해 조사 중임을 검찰이 사실상 확인해 줬다고 경향신문이 23일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1면 기사에서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22일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조사 중인지에 대해 '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말하면 피의사실 공표가 문제된다. 그렇다고, 안 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은 태광그룹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과 계열사 티브로드홀딩스의 큐릭스홀딩스 인수 승인을 위해 방통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살펴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경향신문은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앞서 22일자 1면 기사에서 "태광그룹 측이 법인카드를 지급한 뒤 카드 사용액을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그러자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러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지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그런 설이 있어 확인해봤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편 서울서부지검은 과거에 검찰이 수사한 태광그룹의 다른 의혹들을 전면 재수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23일 조선일보 등이 보도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태광그룹 직원이 청와대 행정관 김아무개씨 등 2명과 방통위 과장 신아무개씨에게 '성접대' 한 사건과 태광그룹 계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티브로드가 경쟁사인 큐릭스를 편법 인수했다는 의혹 등도 포함된다.

특히 조선일보는 4면 기사에서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22일 진헌진(48) 전 흥국생명 사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호진(48) 회장과 고교·대학 동기동창인 진 사장은 티브로드와 흥국생명 대표이사를 지내는 등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활동했었다. 진씨는 지난해 7월 돌연 흥국생명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현재 벤처캐피탈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진씨가 이 회장의 무리한 로비와 편법 경영 등에 대해 쓴소리를 하다 이 회장측과 의견 충돌을 일으켜 자진해서 물러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진씨를 상대로 이 회장측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와 조성 경위 등을 알고 있는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티브로드의 큐릭스 편법 인수 의혹 등과 관련, 태광그룹이 방송사업 확장을 위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는지 여부를 집중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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