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이 이명박 정부의 ‘극진한 대응’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14일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사건으로 일본인 관광객 7명과 한국인 3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과 관련해 정부 대응은 신속하고 적극적이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15일 부산참사 시신이 안치된 경남 양산 부산대 병원을 찾아 일본 유족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일본 언론도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17일자 10면 <일 언론 “한국 정부 신속대체 이례적”>이라는 기사에서 “보수우익계인 산케이신문도 이날 ‘한국 정부의 신속하고 극진한 대응은 현 정부의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 정운찬 총리가 15일 부산 중구 실내실탄사격장의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된 양산 부산대병원 영안실을 찾아 일본인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총리가 무릎을 꿇고 사죄의 뜻을 밝힌 것은 이명박 대통령 인식과 맥이 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주말 APEC 정상회의가 열린 싱가포르에서 하토야마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5일 청와대에서 하토야마 당시 일본 민주당 대표단의 예방을 받은 일이 있다. 일본 중의원은 이 대통령 부친이 과거 일했던 일본 오사카 시마다 목장의 지금 남아 있는 생가 모습 사진과 과거 가족사진 등을 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이 대통령은 “옛날에 살던 집 뒤에 대나무 밭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대통령과 일본의 남다른 인연을 아는 누리꾼들은 정 총리가 무릎을 꿇은 행위를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더욱 논란은 이명박 정부의 ‘이중적 태도’이다. 정 총리가 무릎을 꿇은 날은 ‘용산참사 300일’을 맞아 원혼을 달래는 굿판이 벌어진 날이다.

경향신문은 16일자 1면에 <일 유가족에 무릎 꿇은 ‘위로’> <세종시 총리, 잊혀진 용산>이라는 사진과 기사를 나란히 내보냈다. 정 총리는 지난달 3일 추석날 아침 용산을 찾아 “저를  믿어 달라”면서 유가족에게 용산참사 해결을 약속했다.

정 총리가 약속을 지켜줄 것을 기다리던 유족들은 “추운 겨울을 길거리에서 맞게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법원은 용산 참사가 발생한 망루에 있었던 농성자 전원에게 지난달 28일 징역 5~6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 정운찬 국무총리가 추석인 3일 오전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해 조문한 뒤 유족들에게 미리 작성해 온 글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정 총리는 눈물까지 보이면서 용산참사 해결을 다짐했지만, 유족들은 거리에서 매서운 초겨울 한파를 맞고 있다. 정 총리가 용산 유족 앞에서 보인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라는 조롱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용산참사에 대한 이 대통령의 유감표명은 전혀 없었다. 대통령과 총리, 장관이 일본인 유가족에게 보여줬던 그 진정성을 우리나라 국민에게도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이 수많은 국민의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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