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에 전례없는 고강도 제재를 연달아 결정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언론노동자의 심의 거부를 선언했다.

언론노조는 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틀막 심의를 심의한다’ 프로젝트(입심심 프로젝트) 출범을 선언했다. 오는 5일부터 언론노조 페이스북에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회의 과정과 제재 대상 뉴스를 보여주면 시민들이 참여해 의견을 내는 프로젝트다.

언론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입틀막’ 심의가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대통령 경호처가 수시로 자행했던 ‘입틀막’을 이어받기라도 하듯 심의를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백선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백선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언론노조는 MBC, YTN, CBS 등 일부 방송을 대상으로 한 표적 심의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특히 심의가 집중된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 ‘김종배의 시선집중’, CBS의 ‘박재홍의 한판 승부’와 ‘김현정의 뉴스쇼’, YTN 라디오의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의 경우 “스토킹 수준의 민원과 심의”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김건희 특검법’이 언급된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는 “대통령 부인에게 ‘여사'도 안 붙이고, ‘씨’도 안 붙였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행정지도를 내리기도 했다”고 했다.

이번 22대 총선 선방위는 54건의 안건을 심의한 결과 법정제재 9건을 의결했다. 이는 21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2020년 2월 말까지 법정제재 1건만 의결한 것과 대조적이다. 

언론노조는 “우리 언론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윤석열 정권 하수인들의 정치심의에 대해 전면 불복을 선언한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청부 심의로 조사 대상인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임명한 위원들 중 권재홍, 최철호 두 명은 자신들과 연관된 공정언론국면연대의 심의 민원을 회피하지도 않고 소리 높여 ‘무조건 법정제재'를 외치고 있다”며 “명백한 이해충돌 당사자가 의결한 결과를 우리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정치심의로 부당 제재 대상이 된 방송사들은 그 처분 이행을 거부하라”며 “내부 구성원과 시청자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선방심의위에 고개를 숙이는 방송 책임자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방송 노동자를 위축시키고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위협할 뿐”이라고 했다.

선방심의위는 선거 기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별 심의기구다. 통상 정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외의 추천단체는 여야 방심위원의 협의로 정하는데 이번 선방위는 이례적으로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논란이 됐다. 백선기 선방심의위 위원장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박사 학위 논문 지도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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