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백선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백선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잇따른 방송사 중징계로 심의가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이례적으로 한겨레의 회의 현장 취재를 거부했다. 이전에도 공개적인 회의 석상에서 위원장이 언론사의 취재 거부를 선언하는 등 전례 없는 언론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한겨레는 9차 선방심의위 회의가 있었던 지난 7일 오전 방심위에 현장 사진 촬영을 신청했다. 하지만 회의 시작하기 20분 전(오후 1시 40분경)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촬영 불가 소식을 들었다. 방심위와 선방심의위 회의는 모두 서울 목동 방송회관 19층에 진행되는데, 사전 신청 후 회의 현장 촬영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현장 촬영을 거부당한 김혜윤 한겨레 기자는 통화에서 “방심위도 현장 촬영을 많이 갔는데 거부당한 적이 없었다. 당연히 촬영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회의가 ‘비공개’됐다고 들었다”며 “취재기자는 회의를 방청하러 들어갔다. 알고보니 회의가 비공개된 것이 아니라 사진 촬영을 거부한 것이더라”고 말했다.

선방심의위를 향해 쏟아지는 언론의 비판을 고려한 백선기 선방심의위원장이 현장 촬영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 규칙에 따르면 회의장 촬영은 위원장의 허가를 얻도록 되어 있다. 방심위 홍보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회의의 공개, 비공개 여부와 별도로 현장 스케치 촬영은 위원장 허가를 필요로 한다”며 “위원장님이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허가를 안 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혜윤 기자는 “억지로 취재를 하려던 것도 아니고 공개적인 회의 사진 촬영을 하려던 것뿐이다. 이것마저 막으면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더 예민했던 방심위도 불허한 적이 없다. 왜 선방심의위가 불허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인 백선기 위원장은 이전부터 선방심의위를 향한 언론 취재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달 일부 선방심의위원들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의혹이 일자 “일부 위원들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오는데 선방심의위팀에서 그런 것 잘 보호해주시길 바란다”며 “주말에 기자가 연락해서 인터뷰를 거부했다. 제 전화번호가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조금 불쾌했다”고 말했다.

백선기 위원장은 당시 “선방심의위 하는 동안 거의 수도승처럼 지내고 있다. 여기저기 나가지 않는다”며 “위원님들도 언론사 접촉이 있을 수 있을텐데 조심하시면서 5월11일 임기 끝날 때까지 조심해달라”고 말했다. 백선기 위원장은 이후에도 거듭 위원들에게 “언론사 접촉 안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은 8일 오전 10시 백선기 위원장에 현장 촬영을 거부한 이유가 무엇인지, 앞으로도 모든 공개 회의 현장의 사진 촬영을 거부할 것인지 물었지만 현재까지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꾸려진 이번 선방심의위는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해 엄격한 심의를 계속하고 있다. 2개월 만에 MBC, YTN, CBS 등에 6건의 ‘관계자 징계’를 포함해 총 10건에 가까운 법정제재를 내렸는데 모두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 정부·여당 관련 내용이었다. 2008년 총선부터 2023년 재보궐 선거까지 선방심의위에서 ‘관계자 징계’는 두 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선방심의위는 선거 기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별 심의기구다. 통상 정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외의 추천단체는 여야 방심위원의 협의로 정하는데 이번 선방위는 이례적으로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논란이 됐다. 백선기 선방심의위원장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박사 학위 논문 지도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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