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현직 의원을 배제하고 전략공천한 권향엽 예비후보를 두고 이재명 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 여사의 ‘비서’(기사제목)라 표현하고 사천논란이 인다고 쓴 문화일보 기자를 형사고발했다.

민주당은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려 그에 맞는 조치를 했다는 입장이다. 언론에 공개적으로 반론하거나 오류를 지적해 바로잡는 것을 넘어 형사고발까지 한 것은 보도에 위축효과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수준에 맞게 조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과유불급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과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6일 오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문화일보 기자를 서울경찰청에 형사고발했다.

문제의 기사는 문화일보의 지난 4일자 6면 머리기사 <[단독] 친명도 고개 젓는데…‘김혜경 비서’ 꽂았다>다. 문화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 서동용 의원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에 권향엽 예비후보를 전략공천한 가운데, 권 후보가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서 부인 김혜경 여사를 보좌하는 부실장을 역임해 ‘사천’ 논란이 일고 있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일부 반대 의견이 있었으나 강행한 것으로, 이재명 대표 팬카페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 2024년 3월4일자 6면 기사
▲문화일보 2024년 3월4일자 6면 기사

문화일보는 “여론조사에서 서 의원이 권 후보와 3배 가까운 지지율 차이를 보였고 하위 20%에 속하지도 않아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하면서까지 권 후보를 공천한 것을 두고 당에서는 김 여사와의 인연 때문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도에 따르면, 권 후보는 대통령 후보 직속 기구인 배우자실 부실장으로 이해식 의원(배우자 실장), 정은혜 전 의원(부실장)과 함께 김 여사의 일정과 수행을 담당했다”고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김혜경 여사의 비서를 호남에 단수공천했던데, 어차피 다 들켰으니 사천에 끝판왕을 보여주겠다 이런 작정을 하시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당 대표와 공보국, 권향엽 후보까지 나서 해당 보도가 허위 왜곡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고발장 제출 관련 보도자료에서 “권 후보자가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의 배우자실 부실장으로 임명되어 공식적인 업무 활동을 했지만 이는 권 후보자의 전체 경력에 비추어 극히 짧은 기간일 뿐이며, 대선 후보자 배우자의 개인 비서로 활동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러한 사정과 후보 개인의 경력을 무시하고 합리적 근거 없이 이를 이재명 대표에 의한 사천으로 적시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폄훼하는 악의적이고 일방적인 사실 왜곡을 저질렀다”며 “함께 고발된 기자는 이와 동일한 내용의 허위사실을 적시한 기사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을 비방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에서 가진 공개 긴급기자회견에서 “권향엽 전 당직자를 단수 추천했다고, 그 사람이 제 아내의 비서라는 둥 사천을 했다는 둥 가짜뉴스를 보도”했다며 “(권향엽 후보가) 문재인 정부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비서관이기도 한데, 이재명의 아내와 아무런 사적 인연도 없는데, 어떻게 비서라고 아예 따옴표까지 쳐서 보도하고 이것을 근거로 사천이라고 공격할 수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영등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영등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예비후보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당대표 배우자의 비서를 ‘사천’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사실로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악의적 주장이자,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응당한 법적 조치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공보국도 이날 오전 출입기자 단체 SNS메신저에 올린 공지에서 “이재명 대표 배우자의 비서를 사천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사실로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악의적 주장이며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사실과 다른 보도를 정정하지 않을 경우 예외없이 엄정하게 법적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향엽 예비후보는 다만 5일 기자회견 말미에 돌연 자신에 대한 전략공천 지정을 철회하고 경선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저녁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선을 하기로 해 결정을 번복했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기사를 쓴 문화일보 기자에게 6일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이 같은 허위 왜곡보도 주장과 형사고발 조치에 어떤 견해냐고 질의했다. 그러나 문화일보 기자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이 기자는 6일자 속보를 통해 반박성 기사를 냈다. 문화일보는 이 기자가 쓴 <“권향엽 사천은 가짜뉴스”라더니…민주당 경선 선회 ‘자가당착’ 논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권향엽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예비후보 ‘사천’ 논란을 ‘가짜뉴스’라며 일축했으나 권 후보의 전략공천을 철회하고 ‘컷오프’(공천배제)됐던 서동용 의원과 2인 경선을 붙이기로 하면서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애초 비명(비이재명)계 송갑석 의원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을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해 ‘컷오프’하려 했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나면서 ‘원칙 없는 공천’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예비후보가 지난 5일 김혜경 여사 배우자실 부실장 한 것을 근거로 사천이 된 것처럼 문화일보가 보도한 것과 관련해 반박 기자회견을 하던 중 전략공천 철회하고 경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권향엽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예비후보가 지난 5일 김혜경 여사 배우자실 부실장 한 것을 근거로 사천이 된 것처럼 문화일보가 보도한 것과 관련해 반박 기자회견을 하던 중 전략공천을 철회하고 경선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권향엽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이를 두고 김상일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MBN ‘프레스룸LIVE-이슈ZIP’에 출연해 “과유불급일 수 있다고 본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배우자를 향해 이런 모습을 보여서 국민한테 좋게 판단되지 않았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좀더 춘풍추상처럼 더 엄격한 모습을 보이고 잘 설명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부대변인은 “차분하게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 대표 비서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SNS메신저 답변에서 “확인 안 되는데 (언론중재 신청은) 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 고발을 바로 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고 밝혔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언론중재위 조정신청을 안 거쳤나는 질의에 “그러지 않았겠느냐”고 답변했다.

한 대변인은 ‘바로잡는게 목적이면 중재위 신청이 먼저 아니냐’는 질의에 “필요에 따라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과유불급이라는 지적에 일일이 코멘트하기 그렇다고 했고, ‘민주당 고발로 보도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우리당 법률위 판단에 따라서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허위사실 유포하고 왜곡된 내용으로 가짜뉴스 만들고 퍼뜨렸다는 판단을 했다”고 답했다.

‘꼭 형사고발을 할 수밖에 없었느냐’, ‘기자에게 정정요구를 통해 해결노력을 하는게 순서가 아니냐’는 잇단 질의에 한 대변인은 “후보 개인도 그렇고 민주당도 그렇고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가짜뉴스로 유권자들에게 왜곡된 표심을 주면 안 된다”며 “그 수준에 따라 조치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답변했다.

한편 전주혜 국민의힘 법률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의 적반하장 고발에 대하여 ‘무고 및 공직선거법위반죄’로 고발할 예정”이라며 그 대상을 이재명 대표, 권칠승 수석대변인, 김승원 법률위원장, 서영교 의원으로 지목했다. 전 위원장은 “배우자실 부실장으로서 김혜경씨 일정에 동행하여 사진을 찍고 SNS에 글을 올리는 일을 한 권향엽 후보가 ‘비서’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해야 비서인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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