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졸업식에 축사하러온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외치다 입을 틀어막히고 강제로 끌려나간 신민기 졸업생은 “R&D 삭감에 대한 항의의 기회 없이 윤 대통령의 자화자찬만 들어야했다”며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꼭 말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한 것을 외쳤을 뿐이며 그렇다고 이렇게 제지를 받은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 지난 2월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월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민기 카이스트 졸업생은 1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라는 점과, 다른 졸업생에 불쾌감이나 피해를 준 게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이같이 답했다. 신민기씨는 “(애초 준비한) 피켓팅은 제가 있는 녹색정의당이나 다른 단체랑 전혀 계획한 바가 없다”며 “개인적인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신씨는 “졸업생의 입장에서 그 장소에서밖에 말할 수 없는, 꼭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 평소의 생각을 외쳤을 뿐”이라며 “아무리 졸업식이라고 해도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헌법이나 법에서 정한 시민의 권리”라고 밝혔다. 신씨는 “장내 질서를 위한 거라 해도 그런(목소리를 낼) 권리를 뛰어넘어서까지 제가 제지를 받아야 된다라는 건 인정할 수 없다”며 “카이스트가 예산 삭감의 피해자라서 카이스트에 굉장히 항의하고 싶으신 분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저희는 계속해서 R&D 예산 삭감에 대해 반대했고 항의할 기회는 전혀 얻지 못하고 졸업식에서까지 일방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자화자찬을 듣는 입장이어야 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졸업식이 축하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되려면 목소리를 내는 과정도 사실은 필요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계획을 한 경위를 두고 “처음에는 졸업식에 국무총리가 참석한다라는 안내가 졸업식 이틀 전에 나와서 ‘피켓팅을 하겠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부자감세 기조 철회’, ‘R&D 예산 삭감 복원하라’는 내용으로 피켓을 제작해 당일 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신체적 제압 전에 구두경고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신씨는 “아니요. 그런 구두 경고 같은 건 전혀 들은 게 없었다”며 “제가 일어나는 거의 동시에 피켓을 빼앗기고 입을 막으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졸업생 신민기씨가 지난 16일 졸업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삭감된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외치자 경호원들에게 입을 틀어 막히고 있다. 사진=CBS 김현정 뉴스쇼 JTBC 재인용 영상 갈무리
▲카이스트 졸업생 신민기씨가 지난 16일 졸업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삭감된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외치자 경호원들에게 입을 틀어 막히고 있다. 사진=CBS 김현정 뉴스쇼 JTBC 재인용 영상 갈무리

신씨는 입을 틀어막고 끌고 나간 대통령 경호처 행위를 두고 “피켓을 들고 항의한 것에 대해 행사장에서 분리 조치할 만큼의 위해를 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그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했어야 되는가. 이후에 저를 행사장 근처 별실로 옮겨 못 나가게 해 사실상 감금이나 다름없었다. 그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폭력이나 힘을 사용해 표현을 막는 것이 극단적인 정치 행위들을 부추기는 역할도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R&D 삭감 피해와 관련해 신씨는 “피해를 안 본 곳을 사실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연구 현장이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크게 입었다”며 “과제 예산이 20~30%에서 80%까지 삭감이 됐기 때문에 연구 과제를 진행하는 연구실에서는 재료비와 운영비를 줄여서 연구를 진행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인건비를 줄여서 학생의 시간을 뺏게 되는 그런 2지선다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대학 시절 사과탄 가방을 맨 백골단이 가장 공포스러운 장면이었다면서 “사과탄과 백골단이 등장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알고보니 정의당 대변인’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제목을 뽑은 언론을 두고 “입틀막 정권 입틀막 언론”이라고 질타했다. 정 의원은 중앙일보 MBN 세계일보 TV조선 등의 보도가 판박이 붕어빵 제목이라며 “언론사끼리 서로 짬짜미하거나 연락해서 알고보니라고 제목을 뽑자고 하지는 않았을텐데, 알고보니 싱크로율이 대단히 높다”며 “대통령실 경호처의 오버액션도 문제지만 언론들의 입틀막 제목과 기사들이 더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R&D 예산 삭감을 복원하라고 외쳤다가 입을 틀어막히고 끌려나간 한 졸업생을 두고 언론이 언론이 하나같이 알고보니 정의당 대변인이라고 제목을 뽑았다면서 입틀막 언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R&D 예산 삭감을 복원하라고 외쳤다가 입을 틀어막히고 끌려나간 한 졸업생을 두고 언론이 언론이 하나같이 알고보니 정의당 대변인이라고 제목을 뽑았다면서 입틀막 언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정 의원은 “카이스트 졸업생이 오죽하면 저런 행동을 했을까, R&D 대폭삭감으로 과학기술계가 고사상태 빠졌다는 심층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고, 그저 알고보니 녹색정의당 대변인이라는 제목으로 피맺힌 구호를 입틀막 해서야 되겠느냐”며 “알고보니 녹색정의당 대변인을 끌어내도 괜찮다는 뜻이냐. 정권의 심리보다 구독자 시청자 국민의 심리를 살피는 언론이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벌인 방해행위라고 반박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과 녹색정의당 입장을 두고 “강성희 의원 때와 똑같은 적반하장”이라며 “해당 행사 구성원이면서 대통령 행사를 망치는 것을 사전에 계획하고 실행했다.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사 방해행위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일반인도 아니고 특정 정당에 속한 정치인들이 정부의 정책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란행위를 벌이는 일이 허용된다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느냐”며 “유신정권, 백골단 비난을 퍼붓는 모습을 보면서 교통 사고를 유발하는 행태가 떠오른다는 국민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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