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카이스트 졸업식 축사 도중 R&D(연구개발비) 예산 삭감 복원하라고 외치다 입을 틀어막히고 사지가 붙들린채 끌려나간 신민기 카이스트 졸업생(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특히 경찰이 끌려나간 자신을 업무방해로 체포한다고 고지했다는 점을 들어 신씨는 누구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대통령 경호처의 과잉경호와 강제진압의 부당함을 밝혀나가겠다고 했다.

신민기씨는 19일 오후 국회 본관 정의당 대표 회의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자 카이스트 졸업생이기도 한 신씨는 지난 16일 졸업식에서 ‘부자감세 중단하고 R&D 예산 복원하라’는 팻말을 내걸었다가 빼앗기자 큰 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에 항의하자 입을 막히고 사지가 붙들려 졸업식장에서 끌려 나왔다. 이후 그는 경호처가 자신을 방으로 데려가 ‘소란을 일으켜 다른 학생들을 선동할 수 있는 행동을 했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대기시켰고, 경찰이 오자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한다’고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석방절차를 밟고 석방됐고, 그날 신원확인 외에 별도의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고 했다.

경찰의 업무방해 혐의 체포 고지를 두고 신씨는 “업무방해를 했으면 누구의 업무를 방해했으며, 피켓을 들어올리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 정말 법으로 처벌이 되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업무 방해였는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로 용인돼야 하는 영역이었던 것인지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반박했다. 신씨는 오는 3월 첫째주 쯤 출석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R&D 예산 삭감 복원하라고 외쳤다가 끌려나온 졸업생 신민기씨(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19일 국회 본관 223호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제진압의 부당함을 역설한 뒤 김준우 당 상임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R&D 예산 삭감 복원하라고 외쳤다가 끌려나온 졸업생 신민기씨(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19일 국회 본관 223호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제진압의 부당함을 역설한 뒤 김준우 당 상임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신씨는 특히 이 기자회견장에 나오기로 결심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목소리를 낸 것이 저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까봐 청년의 마음에서 걱정이 앞섰고, 어린 시절부터 이공계인을 꿈꿨던 노력이 헛된 것으로 치부될까봐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신씨는 “하지만 그날 피켓은 제 안위나 저만을 위해서 들었던 것도, 특정 연구자 이익집단만을 살려달라고 들었던 것도 아니었다”며 “정부의 부자감세 예산삭감으로 피해를 본 모든 분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의 생색내기식 이공계 지원책에도 삭감된 예산의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그곳에서 알리고 싶었다”며 “그날 있었던 과잉경호, 강제진압, 연행과정에 대해 부당함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행위이자,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시가 아니라는 국민의힘 입장에 어떤 견해냐는 MBC 기자 질의에 신씨는 “정당 당적 있으니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이 아니라는 말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카이스트 졸업생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연설과 자화자찬을 들어야 했는데, 그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용인되고, 정권의 근원이 되는 시민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여러 언론의 ‘알고보니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었다’는 제목의 기사가 낙인찍기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는지, ‘그날의 행위는 카이스트 졸업생의 정체성으로 한 것인지,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 정체성으로 한 것이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신씨는 “저의 개인적인 의사로, 졸업생으로서의 의지로 한 것이며 녹색정의당을 포함해 다른 단체와 사전에 계획한 것이 없었다”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으로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제 의견을 낙인찍을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씨는 “대전에서 예산삭감의 피해자가 된 분들의 현실을 보고, 목소리를 낸 것이고. 그 뜻을 함께 한 정당이 녹색정의당인 것”이라며 “그 외에 다른 이유나 변명을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R&D 예산 삭감 복원하라고 외쳤다가 끌려나온 졸업생 신민기씨(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19일 국회 본관 223호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R&D 예산 삭감 복원하라고 외쳤다가 끌려나온 졸업생 신민기씨(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19일 국회 본관 223호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입을 막히고 퇴장당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느냐는 질의에 신씨는 “피켓을 뺐기고 입을 막히고 사지가 붙들리는 그 순식간 동안 어떤 제지의 목소리도 들은 적이 없고,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끌려가는 것이 확정된 것처럼 끌려가게 되었다”며 “그때 심정은 제가 피켓을 들고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피켓을 뺐겼더라도 입을 막혔더라도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을 최대한 하자는 생각이 크게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이것은 단순한 신민기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녹색정의당만의 문제도 아니고, 카이스트 학생, 이공계 학생들의 문제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동시에 대통령에게 시민으로서 발언할 자유를 박탈당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와 대통령 경호처의 불법적 성격의 감금 행위를 규탄하기 위해서라도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신민기)이 축사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R&D 예산삭감을 복원하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를 하자 곧바로 제지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신민기)이 축사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R&D 예산삭감을 복원하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를 하자 곧바로 제지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상임대표는 “대통령경호법에 보면 경호의 개념은 경호 대상자의 생명이나 안전을 위해한 이들에게만 경호 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이 되어 있다”며 “신민기 당원은 대통령과 먼 거리에 떨어져 있었고 대통령의 신체나 생명에 위해를 가할 의사가 전혀 없었던 상황임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로 연행되는 과정에서 불법적 구금 행위가 확인된 만큼 대통령 경호실에 분명한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가 있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까지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지난 16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오후 참석한 카이스트(KAIST) 학위 수여식에서 소란이 있었다”며 “대통령경호처는 경호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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