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카이스트 졸업식 축사 도중 항의한 졸업생을 강제 퇴장 조치한 데 대해 “정당한 조치였다”고 하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궤변”, “경호처가 강한 정권의 말로가 어땠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자꾸 반복되면 경호가 과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지난 1일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행사장 앞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장이 행사장 입장을 요구하다 경호처 직원에게 입을 틀어막히는 사건이 발생해 이런 일이 반복되고 비판이 쏟아져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3일 오후 브리핑에서 ‘카이스트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과 경호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윤 대통령의 경우 동일하고 사건으로 재발 방지도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발생한 것은 부작위에 의한 방조라고 지적했는데 어떤 입장이냐’는 기자 질의에 “경호 안전 확보와 질서 유지를 위해서 법과 규정, 원칙에 따라서 이루어진 정당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게 무슨 궤변이냐”며 “아무리 현장에서 소리 높인 졸업생이 특정정당 관계자였다 해도 그가 이공계 예산삭감에 항의할 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반복되는 경호실의 과도한 대처에 유감표명이라도 한마디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국회의원에 이공계 학생에 의사까지, 이제 누구의 입을 더 틀어막으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신민기 카이스트 졸업생 등 카이스트 동문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카이스트 졸업식 축사 당시 항의하는 신민기 졸업생 강제 퇴장 조치를 인권침해행위라며 지난 2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혜민
▲신민기 카이스트 졸업생 등 카이스트 동문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카이스트 졸업식 축사 당시 항의하는 신민기 졸업생 강제 퇴장 조치를 인권침해행위라며 지난 2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혜민

이 대표는 “경호처가 대통령을 물리적으로 해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지 대통령 귀에 들어가는 시민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방식으로 대통령의 심기경호를 해서는 안 된다”며 “경호처가 과도한 힘을 발휘하는 정권들, 어떤 말로를 걸었는지 잘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22대 총선 도봉구갑 선거구에 단수공천된 김재섭 전 비상대책위원은 25일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강성희 의원도 그렇고 카이스트 때 졸업식 때도 그렇고 이번 간담회 때도 각각 이유는 있었던 거 같은데 이런 일이 자꾸 누적이 되면 정부에 대한 인상 자체가 과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 전 위원은 “경호처는 업무를 다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치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좀 과하다”며 “그걸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같은 방송에서 “권위주의적이고 예전으로 완전 정말 돌아간 거 아니냐. 독재 시대로”라고 우려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도 “경호처가 계속 지금 뭐 재발 방지나 사과조차 전혀 안 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대통령 본인도 어디 다니겠느냐”, “반대하는 여론이나 대통령에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을 텐데 어디 숨으실거냐. 뭔가 좀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진보 인사든 보수인사든 상관없이 대통령 행사에서 사전에 양해지 않은 발언권을 얻지 않은 발언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입을 막고 끌고 나가는게 프로토콜이구나라는 인상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MBN 영상 갈무리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MBN 영상 갈무리

앞서 ‘입틀막’ 피해당사자인 신민기 카이스트 졸업생을 비롯한 카이스트 동문 1136명은 지난 2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과 경호처를 상대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집단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경호처가 신민기씨의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 신체의 자유(헌법 제12조),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을 침해하였다”며 “피해자를 체포, 감금, 연행하는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조차 고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민기 졸업생은 진정서 제출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은 경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그 말 이후로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졸업식 복장을 한 경호원들을 수없이 대기시키고 평화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졸업식 참가자를 끌어내고 저항하지도 않는 저를 가둬서 저의 졸업식을 제가 볼 수 없게 하는 것이었단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5일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강성희 진보당 의원, 카이스트 졸업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에 대한 이른바 입틀막 경호를 벌인 경호처를 두고 과한 경호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MBC 정치인싸 영상 갈무리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5일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강성희 진보당 의원, 카이스트 졸업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에 대한 이른바 입틀막 경호를 벌인 경호처를 두고 과한 경호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MBC 정치인싸 영상 갈무리

공동 진정인으로 참가한 재학생 채동주(물리학과 21학번) 학생은 “R&D 예산 복원을 외친 졸업생의 입을 막은 것은 연구자에게 다음 기회를 박탈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2004년도 카이스트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더불어민주당 광명을 국회의원 김혜민(수리과학과 01학번) 예비후보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도 R&D 예산 삭감의 심각성을 알리는 글이 기고 되었다”며 “전 세계가 윤석열 윤석열 정부의 R&D예산 삭감과 카이스트 졸업식 만행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시형 전남대 교수(카이스트 동문)는 “기본권을 제한받는 국민은 어떤 법률과 규정에 근거해서 자신의 기본권이 제한되고 있는지 그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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