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이스트(KAIST) 졸업생으로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R&D(연구개발) 예산삭감에 항의하다 사지가 들린 채 끌려나가는 일이 발생하자 경향신문이 “강성희 진보당 의원을 강제로 끌어낸 뒤 불과 한 달만”이라며 “아무런 신체적 위협 상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잉 경호조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6일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KAIST)에서 윤석열 대통령 축사 도중 졸업생들이 앉은 쪽에서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마스크를 쓴 졸업생이 “R&D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외치자 대통령실 경호원이 입을 틀어막아 제지했다. 이후 경호원 여러 명이 합세해 졸업생 사지를 들고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지난달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다 끌려 나간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이후 졸업생이 녹색정의당 신민기 대변인인 것으로 밝혀지자 녹색정의당은 “대통령은 무슨 권리로 졸업식에 참석한 졸업생을 폭력적으로 졸업식장에서 쫓아내고 복귀도 못하게 감금한 것인지 대답하라”며 “과잉경호 논란에도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졸업생 목소리 진지하게 경청하는 게 마땅한 자세 아닌가”

경향신문은 16일 <이번엔 KAIST 학위수여식, 대통령에게 ‘R&D 예산’ 따졌다고 들어내다니> 사설을 내고 “윤 대통령으로부터 근접거리도 아닌 아주 먼 장소에서 벌어졌다. 아무런 신체적 위협 상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잉 경호조치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곳은 윤 대통령이 행사의 주최자가 아니라 엄연히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자리”라며 “이 무대의 주인공은 졸업생이다. 그렇다면 카이스트 졸업생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이 윤 대통령의 마땅한 자세 아닌가”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R&D 예산을 5조여 원(16.6%) 삭감한 정부 예산안을 내놓았다. 경향신문은 “1991년 이후 정부 R&D예산이 처음 격감한 돌변적 조치”라며 “그 후유증은 예산 집행이 시작된 지금 R&D 현장에서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과학기술 연구를 강조하기 위해 카이스트를 방문해 R&D 예산 삭감을 항의한 대학생의 입을 막은 것은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동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17일자 한겨레 10면 기사.
▲ 17일자 한겨레 10면 기사.
▲ 17일자 조선일보 5면 기사.
▲ 17일자 조선일보 5면 기사.

동아일보와 한겨레는 17일 지면에서 졸업생이 끌려 나간 소식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 내용을 앞에 놓고 졸업생 항의를 부분적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카이스트 학생들과 악수하는 사진을 배치했을 뿐 과잉경호 논란을 언급하지 않았다.

신민기 대변인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정당 차원에서 기획 하에 항의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혼자 계획하고 실행했다”며 “약 3년 전부터 해당 정당에서 활동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정당에서는 오로지 인권 증진을 위한 활동만을 해왔다”고 밝혔다.

“총선개입” 비판 나오는 KBS의 세월호 10주년 다큐멘터리 연기

KBS ‘다큐인사이트’ PD가 제작해온 4·16 세월호참사 10주기 다큐의 4월 방영이 ‘총선 영향’ 등의 이유로 무산되자 ‘KBS의 총선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KBS ‘다큐인사이트’ PD는 오는 4월18일 방영이 예정됐던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를 제작 중이었으나, 최근 임명된 이제원 제작본부장이 ‘총선 영향’ 등을 들어 4월이 아닌 6월경, 세월호 참사 외의 재난과 엮어 PTSD 시리즈를 제작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작이 결정돼 이미 40% 가량 촬영이 완료된 세월호 다큐를 방영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16일 <KBS ‘세월호 다큐 4월 불방’ 지시, ‘총선 개입’ 아닌가> 사설에서 “세월호 사건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한국사회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건이다. 언론이 그후 10년의 시간을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많은 언론들이 올해 4월16일을 앞두고 각자의 관점에서 세월호 사건 관련 특집을 준비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며 “그런 KBS에서 총선을 이유로 4월 불방 지시가 내려졌다니 황당할 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박민 사장 취임 후 KBS는 윤석열 정권의 뜻에 충실한 도구로 변해가고 있다. 박 사장은 취임 첫날 제작진 의견을 무시한 채 9시 뉴스 앵커 등 주요 보직을 교체하고 몇몇 프로그램을 없앴다”며 “그러면서 KBS가 그때까지 불공정하게 보도했다면서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어떤 점이 불공정했는지 조사하고 납득시키는 과정은 없었다. 신년 기자회견 대신 진행된 KBS의 윤석열 대통령 대담은 ‘땡윤 방송’ 소리가 커지는 기폭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강지원 이슈365팀장은 16일 <KBS, 국민 아닌 박민의 방송인가> 칼럼에서 “비난은 KBS가 자초했다.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의 공정성과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다. KBS는 박 사장 취임 당일 주요 진행자를 일방적으로 교체하고 일부 프로그램을 폐지했다”며 “그렇게 만든 뉴스에서 독도를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 안쪽에 그려 넣은 지도를 내보내고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다 숨진 배우 이선균에 대한 자극적 보도도 KBS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브레이크 없는 KBS의 추락을 막을 내부 감사마저 위태롭다. 박 사장은 감사실장을 교체하고, 특별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취임 당시 지적한 지난 정권 보도에 대해 징계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며 “정부가 언론을 장악해 입맛대로 여론을 통제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박민의 방송이 아닌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KBS가 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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