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측이 단체협약상 국장 임명동의제를 무시하고 주요 국장 인사를 단행해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신임 통합뉴스룸국장도 ‘인사권은 경영권 핵심’이라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에 따르면 29일 KBS 통합뉴스룸(보도국) 취재제작회의에서 국장 임명동의제가 시행되지 않은 데 대한 KBS 기자협회 차원의 유감 표명이 이뤄졌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관련 회의 내용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지형철 KBS 기자협회장은 신임 최재현 통합뉴스룸 국장에게 “협회로서는 임명동의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냈는데 이번에 그 절차가 없어 매우 유감이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며, 기자협회의 문제제기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최재현 국장은 본인의 개인적 생각이라는 전제를 달며 “인사권은 경영권의 핵심”이고 “이 권한을 직원들에게 주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임명동의제는 사장의 인사권 침해라는 사측과 같은 논리를 펼친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 사옥. 사진=KBS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 사옥. 사진=KBS

KBS는 편성규약, 단체협약 등을 근거로 보도 기능이 있는 5개 부서 국장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시행해왔다. 해당 부서에 소속된 노조 조합원 과반이 참여한 투표에서 과반 동의를 얻어야 국장을 임명할 수 있는 제도이다. KBS 외에도 MBC, SBS, YTN, MBN 등 주요 방송사나 상당수 신문사에서도 편집권 독립성 및 보도 공정성을 보장하는 장치로서 보도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 또는 이에 준하는 평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KBS는 박민 사장 취임 후 국장 임명동의제 폐지를 추진하다 지난 26일 임명동의 대상 국장에 대한 인사를 강행했다. 이날부터 KBS 통합뉴스룸, 시사제작국 소속을 비롯한 KBS 기자협회 구성원들은 이번 인사를 비판하면서 임명동의제 시행을 요구하는 성명을 연달아 내고 있다. 지난달 3~5일 KBS 기자협회가 진행한 긴급 설문조사(설문 대상 499명 중 338명 참여)에선 응답자 88%가 새로 임명되는 국장단이 임명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별개로 KBS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KBS노동조합, 공영노조, 같이노조 등 사내 노동조합들에게 자체적인 임명동의 설문을 시행하자고 26일 제안한 바 있다.

최 국장은 임명동의제 없는 인사를 둘러싼 비판, 향후 본인 임명에 대한 설문 등이 이뤄질 경우 수용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29일 현재까지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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