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단체협약상 임명동의제 없이 주요 시사·보도 부서 국장을 임명했다. KBS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자체적인 임명동의 설문을 진행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KBS는 26일 최재현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 박진현 시사제작국장, 최성민 시사교양1국장, 이상헌 시사교양2국장, 이상호 라디오제작국장 등을 임명했다.

KBS 단체협약상 임명동의 대상인 5개 부서 국장은 소속 부서의 노조 조합원 과반이 참여한 투표에서 과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해당 절차 없이 인사가 단행됐다.

KBS 사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주요 국장 임명을 계기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와 영향력을 회복해 수신료 분리 고지 시행에 따른 회사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며 임명동의제를 시행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KBS는 “현재의 단체협약대로 임명 동의를 거쳐 5대 국장을 임명하면 인사규정에서 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직원을 임면하는 것으로서 이는 사장이 인사규정, 정관, 방송법을 순차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임명동의제는 지명된 국장이 노조 조합원의 재적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사장은 지명을 철회하도록 하고 있다. 사장의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만큼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KBS는 또 “임명동의제에 대해 다수의 노동법 · 방송법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교섭대표 노동조합에 단체협약 보충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제안해 두 차례의 보충교섭을 실시했다. 또, 5대 국장을 임명하기 전 사내 모든 노동조합에 임명예정자의 명단을 제시하고 의견을 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2024년 1월26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사 사옥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박민 사장 등 출근길에 주요 국장 임명동의제 시행을 요구하면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2024년 1월26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사 사옥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박민 사장 등 출근길에 주요 국장 임명동의제 시행을 요구하면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방송법, 정관, 이사회 등등 어디에도 단체협약을 심의 의결할 수 있는 규정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2019년 편성규약 개정 당시 회사 법무실에서는 (임명동의제가) 인사권 침해라는 판단을 내린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사측이 임명동의제가 정당하지 않다는 법무법인 해석을 받았다면서도 해당 법무법인이 어디인지, 법률검토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KBS본부는 보충협약을 통해 투표권자의 확대, 임명동의 대상의 조율 등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무작정 폐지만을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행태가 과연 성실한 교섭이었는지 의문”이라며 “임명 전 노사협력주간의 서신이라는 비정상적인 행태로 5국장의 명단을 제시하였는데 어느 노사관계에서도 공식 문서가 아닌 인사권자도 아닌자의 서신 형태로 의견을 구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KBS본부는 이날 별도 성명에서 “공영방송의 주요 뉴스와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국장이 되려면 그 구성원들에게 공정방송 실천에 대한 본인의 의지와 향후 비전을 제시해 검증받으라는 이 요구가 그렇게 과한 요구인가”라며 박민 사장 등에 대한 법률 대응을 예고했다.

아울러 “다음 주 중으로 자체 임명동의 설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KBS노동조합과 공영노조, 같이노조에도 제안한다. 공정방송과 임명동의제에 동의하는 조합이라면 이번 임명동의 설문에 함께 참여하라”고 제안했다.

▲2024년 1월26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사 사옥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박민 사장 등 출근길에 주요 국장 임명동의제 시행을 요구하면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2024년 1월26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사 사옥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박민 사장 등 출근길에 주요 국장 임명동의제 시행을 요구하면서 시위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한편 KBS 노사는 지난 22일 법원(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이 KBS본부가 제기한 단체협약 위반금지 가처분신청을 각하하면서 밝힌 판단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단체협약상 임명동의제에 대해서는 효력 유무에 대한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고 명시한 대목에 대해서다.

KBS 사측은 이를 두고 “법원은 특히 설령 KBS본부노조가 당사자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임명동의제에 대하여서는 그 효력 유무에 대한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임명동의제가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KBS본부는 25일 재판부가 “현재 해당 직위 등의 임명이 예정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본안소송 이전에 시급하게 동의 없는 임명의 금지를 구할 필요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들은 “결정문 어디에도 임명동의제 자체가 위법하다거나 사장의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임명이 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게 재판부가 내린 판단의 요지”라며 “헛소문을 퍼트리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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