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사가 보도제작 실무자 권한을 보장하고 공영방송 가치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방송강령과 각종 보도·제작 지침을 전면 개정했다고 밝혔다. 실무자의 부당 지시 거부권을 명시하는 한편, 스포츠제작 가이드라인을 신설했으며 윤리강령엔 비정규직·프리랜서에 대한 괴롭힘 금지를 명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지난 8일 노사 윤리위원회를 열어 “공정방송을 구현하기 위한 방송강령과 윤리강령, 가이드라인 등 전면 개정안”에 합의했다고 19일 노보를 통해 밝혔다.

▲서울 상암 MBC 사옥. ⓒ연합뉴스
▲서울 상암 MBC 사옥. ⓒ연합뉴스

MBC는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준칙’에 실무 담당 기자와 PD가 부당 지시에 거부할 권리를 명시했다. 해당 조항은 “실무자는 사회적 정의, 직업적 신념과 양심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취재 및 제작을 강요받거나, 취재한 사실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은폐나 삭제를 요구받았을 때 해당 보도·제작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보도의 경우 국장의 조정을 납득하지 못하면 편집회의에서 의견을 밝힐 정식 단계를 마련하고 기록하도록 했다. 제작 부문은 이견 조정 절차를 적용할 프로그램 범위를 ‘모든 프로그램’으로 넓혔다.

강연섭 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은 “노조가 역점을 두고 개정한 사항으로, 복원된 단협과 편성규약상 국장책임제와 임명동의제, 중간평가제가 있지만 실질로 공정방송을 실현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KBS의 편성규약상 ‘양심·진실에 반하는 제작지시 거부권’ 조항을 참고했다”고 했다.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준칙상 거부권 신설 조항 설명. MBC 노보 갈무리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준칙상 거부권 신설 조항 설명. MBC 노보 갈무리

MBC는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준칙’에 위장·잠입 취재와 관련 항목도 신설했다. 개정 항목은 위장 취재를 △공익 탐사·고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대체 수단이 없고 △취재로 인한 사생활 침해보다 공익 가치가 현저히 크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만 △사전 보고와 책임자 승인을 거쳐야만 할 수 있도록 했다. 책임자는 그 판단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도록 했다.

윤리강령에선 비정규직·프리랜서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했다. “MBC 임직원이 다른 임직원이나 자사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외주·도급·파견·용역 등 외부 근로자에게 직장 내 지위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MBC 보도국 방송작가가 MBC 직원인 팀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MBC가 불인정을 결정한 바 있다.

‘스포츠프로그램 제작준칙’을 신설했다. 지난해 사장 사과와 책임자 징계로 이어졌던 도쿄하계올림픽 자막 논란에 대한 재발 방지 차원이다.

MBC는 준칙에 △문화 다양성 존중 △모든 방송 참여자의 충분한 소통 △사전심의가 어려운 중계 도중 부적절한 해설·자막 경계 △성 역할과 성 정체성, 성적 지향에 대한 편견이 반영된 표현 금지 △청소년 선수에 대한 비판 신중 등을 명시했다. 프로그램 일반준칙에선 △인권 존중 △차별 금지와 소수자 보호 △혐오표현 금지 △디지털콘텐츠 제작 관련 가이드라인 등 조항을 추가했다.

▲MBC 윤리강령 신설조항 갈무리. MBC노보 갈무리
▲MBC 윤리강령 신설조항 갈무리. MBC노보 갈무리

MBC의 공정방송 관련 사규 전면 개정은 지난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2019년 단협을 복원했지만, 지난해 7월 MBC 정상화위원회가 활동을 마치면서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규정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직후 ‘올림픽 중계 사고’가 일어나며 MBC는 방송 관련 강령과 지침 전반으로 개정 폭을 넓혔다.

언론노조 MBC본부 측은 방송강령과 윤리강령은 MBC 사규에 속하지만, 노조와 합의를 거쳐 개정했다는 점에서 한층 강력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MBC본부는 이번 개정안을 서울 본사에 우선 적용한 뒤 각 지역지부와 협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