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생명연장이 결정된 TBS의 시련이 끝나지 않고 있다. TBS에 배정된 출연금 규모가 턱없이 부족해 백여 명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두 달 안에 112명의 노동자한테 회사를 떠나라는 무언의 압박”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22일 본회의를 열고 TBS 지원폐지 조례 시행을 5개월 유예하고, 출연금을 일부 편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TBS에 예산 지원이 종료되는 ‘운명의 날’은 1월1일에서 6월1일로 미뤄졌다.

문제는 출연금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TBS에 편성된 출연금 규모는 92억9769만7000원이다. 이 중 인건비는 72억9552만8000원이다. 여기에는 퇴직급여충당금, 조기희망퇴직수당 등이 포함됐다. 이 돈으로는 TBS 구성원 180명만 감당할 수 있다.

▲TBS 상암동 사옥.
▲TBS 상암동 사옥.

이에 따라 TBS 이사회는 최근 구성원 112명을 목표로 하는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TBS 재정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희망퇴직 모집인원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정리해고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TBS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구성원 38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TBS를 자신들과 분리시키려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행정안전부에 TBS 출연기관 지정해제 요청을 했다. 서울시가 TBS 해산, 혹은 민영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2일 성명을 내고 “제작비가 복구되어 정상적인 방송이 가능하리라는 희망은 사라졌다”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인건비로 당장 3월부터 112명 감축된 180명을 기준으로 편성했다. 두 달 안에 112명의 노동자한테 회사를 떠나라는 무언의 압박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TBS지부는 “서울시는 진정 정리해고를 종용하는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서울시 출자출연기관 중에 민영화 사례는 없다. 또한 대한민국 방송 역사상 공영방송을 민영화 하는 최초의 사례가 TBS가 될 수 있다. 불행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책임 있는 결단과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 4살이 채 되지 않은 TBS의 출자출연기관 해제 절차를 밟는다면, TBS 직원 모두 결속하여 규탄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태익 TBS 대표이사와 박노황 TBS 이사장은 추가 예산 지원이 들어간다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TBS 민영화가 순탄하게 흘러갈 가능성은 적다. 기업들이 한전KDN·한국마사회 보유 YTN 지분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YTN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있다. YTN은 남산타워와 사옥을 가지고 있다.

TBS는 가지고 있는 재산이 특별히 없다. TBS가 지난해 초 발표한 결산서를 보면, TBS가 보유한 유형자산은 차량, 방송장비, 비품 등이다. TBS의 방송사업 허가 유효기간은 올해 말까지이며, 방송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에 대해 TBS 전 이사장인 유선영 전 성공회대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TBS 민영화 주장에 어폐가 있다. 소유주가 달라지면 면허를 승계받는 게 아니다”라면서 “민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TBS 경영진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전 교수는 TBS가 과거처럼 서울시 산하 사업소 형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TBS에서 라디오프로그램을 진행중인 최일구 전 MBC앵커는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TBS가 해산하는 5월31일까지 방송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수백명의 생활인, 공무원도 민간기업 직원도 아닌 이들을 졸지에 낭인으로 만들면 어쩌자는 건가. 상업광고도 금지돼 서울시 지원금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구조인데 광고를 허용하든 자립 근거를 마련해줘야지, 그냥 독립하라면서 의족만 떼어내면 어떻게 걸을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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