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이 떨고 있다. 지난 22일 포털 다음이 검색에서 CP사(콘텐츠 제휴사) 기사만 보여주는 정렬 방식을 ‘기본값’으로 도입해 1000여곳의 검색제휴 매체 기사가 배제되자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진보언론 탄압’ 조치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데 의도를 떠나 언론의 다양성이 침해되는 문제가 있다. 특히 언론은 이번 개편이 네이버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다음뉴스 검색 기본값 개편 후 이동관 키워드를 검색하면 뉴스제휴 언론사들 기사만 보인다. 사진=다음뉴스 페이지화면 갈무리.
▲다음뉴스 검색 기본값 개편 후 이동관 키워드를 검색하면 뉴스제휴 언론사들 기사만 보인다. 사진=다음뉴스 페이지화면 갈무리.

검색제휴는 포털이 전재료를 지급하지 않고 검색 결과에만 노출되는 낮은 단계의 제휴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다. CP는 포털이 언론사의 기사를 구매하는 최상위 제휴다. 포털 검색시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되지 않고 포털 사이트 내 뉴스 페이지에서 기사가 보이면 콘텐츠제휴 매체다. 이번 개편으로 다음 기본값으로 뉴스를 검색하면 100여곳에 달하는 콘텐츠 제휴 언론사만 뜨고 1000여곳의 검색제휴 언론사 기사는 배제된다.

다음 일방개편에 당황스러운 언론, “설마 네이버도?”

언론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A인터넷매체의 기자는 “내가 쓴 기사를 그대로 블로그에 긁은 건 오히려 검색에 걸려서 보이고 정작 내 기사는 검색에 걸리지 않아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B인터넷매체의 기자는 “너무 갑작스럽다. 사전에 어떤 말도 없었다. 왜 이러는지도 정확히 모른다”며 “다음은 검색 점유율이 얼마 안 되지만, 네이버가 시행하면 정말 재앙이다. 우린 뭘 해야 하나. 힘 있는 거대 언론들만 더 강해질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판에 지역신문, 풀뿌리 매체, 전문지 등이 다 죽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아지트. ⓒ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아지트. ⓒ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연합뉴스

검색제휴 언론사 가운데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곳도 많다. 장애를 다루는 비마이너를 비롯해 전국의 지역신문들도 대부분 검색제휴 매체다. 경인일보는 SPC 계열 공장의 산재 사고를 단독 보도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기존에는 단독 보도를 포털에서 검색해야만 보였는데, 앞으로는 검색 자체도 걸리지 않게 됐다.

지난 27일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는 “CP사 대부분은 서울에 소재한 중앙언론인 상황에서 CP사를 검색 기본값으로 노출하도록 뉴스검색 기능을 변경함으로써, 다수의 지역 언론은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됐다”며 “서울 바깥에 거주하는 전국 지역 주민들은 포털에서 '우리 지역, 우리 동네 목소리'를 실은 뉴스를 점점 더 접하기 어렵도록 다음이 언론시장을 부익부 빈익빈의 기형적 구조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편 과정에 대한 지적도 있다. C언론사 기자는 “지난 5월 제평위 사실상 해체 당시와 마찬가지로 전날 밤 각 언론사에 일방 통보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포털이 언론사를 동반자적 관계, 최소한 비지니스적인 제휴관계로 보지 않고 (스스로를) 우월적인 갑의 위치로 봤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뉴스 서비스 접근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사과가 있어야 한다. 이런 논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채 마음대로 결정한 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적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닌 사기업으로 가겠다는 마인드”라고 했다.

▲지난 24일 발표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성명서.
▲지난 24일 발표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성명서.

 

개편 이유는? 정치적 압박에 ‘뉴스 축소’ 가능성

포털 다음이 밝힌 개편의 표면적인 이유는 ‘이용자 선호도 고려’이다. 지난 22일 다음은 “이용자의 선호도를 충분히 고려하고 양질의 뉴스 소비 환경 마련을 위해 뉴스검색 설정 기능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다음에 따르면 CP 언론사의 기사 소비량이 전체 언론사 대비 22%p 더 많았고 ‘다음뉴스(CP) 보기’를 클릭한 이용자의 비율이 ‘전체뉴스 보기’ 대비 95.6%의 비율로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CP 언론사 기사는 포털 내의 페이지인 인링크 방식으로 서비스되기에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과 언론 일각에선 ‘정치적 의도’에 무게를 싣는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다음이 창업자에 대한 수사에 압박을 느끼고, 정부의 의향에 맞춰 바꾼 것이냐”며 “윤석열 정부와 이동관 방통위에 휘둘리는 것이라면 국민의 질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언론계에 확산된 지라시에는 ‘조중동 등 CP를 위한 개편’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그러나 검색제휴 언론 배제가 진보언론 탄압을 위한 조치라고 보기는 모호한 면이 있다. 검색제휴 언론사 가운데는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진보성향 매체도 있지만 보수성향 언론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등 보수성향 단체도 “저널리즘 다양성을 손상시키는 조치”라며 비판 입장을 냈다.

다만 포털이 정치적 압박을 받아온 상황에서 내린 ‘방어적 조치’라는 해석은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포털이 ‘가짜뉴스를 방치한다’는 정부여당의 비판이 연일 이어졌다. 포털 입장에선 서비스하는 언론사의 수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위험 요인도 줄어들게 된다. 즉, 정치적 이해를 반영해 특정 성향의 매체를 우대하거나 배제하는 개편을 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압박의 결과 뉴스 서비스를 줄이는 방식의 개편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포털이 정치적 압박을 받은 가운데 지난 5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다음은 지난 6월 뉴스 댓글을 24시간 뒤 삭제하는 방식으로 개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앞서 네이버와 다음이 사람 뉴스배열을 포기하고 뉴스 알고리즘 전면 도입을 했는데 이 역시 정치적 압박에 따른 개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2015년 9월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규정 설명회에서 심재철 한국언론학회 위원장(오른쪽 네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규정합의안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5년 9월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규정 설명회에서 심재철 한국언론학회 위원장(오른쪽 네 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규정합의안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경재 교수는 “이번 사태 책임은 1차적으로는 포털에 있다”며 “정치권도 책임이 있다. 여야가 막론하고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포털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래 싸움에 이용자인 새우들만 피해를 보게 된 최악의 상황이 됐다”고 했다.

다음 스텝은 뉴스 서비스 중단?

언론계 안팎에선 포털 다음이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전면 아웃링크로 전환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특히 포털 다음이 주력 서비스가 아닌 카카오 입장에선 뉴스 서비스를 폐지했을 때 피해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전직 제평위원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포털사 입장에서는 궁여지책”이라며 “콘텐츠제휴 매체들도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 아웃링크로 전환할 수도 있다. 어차피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4%대”라고 지적했다.

송경재 교수는 “기본적으로 뉴스 서비스에 대한 발을 빼기 위한 분위기는 계속 감지되고 있다. 수익은 안 되고 논란은 많다”며 “자꾸 논란이 되니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다가 아예 발을 빼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 같다. 총선 때까지는 최대한 몸을 웅크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 CP사와의 관계도 연장계약을 안 할 가능성이 있다”며 “CP사 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언론사를 제거하면 메이저 언론만 남을 수 있다. 다음이 개편하게 되면 네이버도 언제든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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