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시청자위원회가 사측이 이강택 전 대표이사와 방송인 김어준 씨에게 손해배상을 제기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소송 실효성이 없으며, TBS 시청자 입장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TBS가 지난 12일 공개한 9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송문식 위원(마을공동체연구협동조합 이사장)은 “(이강택·김어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실효성이 있을까”라면서 “TBS에 관심있는 시청자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결정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한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로 ‘꼭 그래야만 했을까’라고 하는데,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 위원은 “전 대표와 진행자에게 민사소송을 걸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TBS를 사랑하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 이 부분을 좀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TBS.
▲사진=TBS.

시청자위원회에 불참한 유한나 위원(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문화예술분과 분과장) 역시 서면을 통해 ‘TBS가 정치 논란에 편승해 있는 제대로 된 공영방송사가 아님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언론 탄압에 대한 책임을 TBS 내부로 돌리는 것은 방송사의 제작 자율성과 편성권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민석 TBS 전략기획실장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면서 “이 시기에서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생존에 대한 고민이 항상 결과적으로는 방송의 중립성이나 제작진에 대한 어떤 존엄, 언론사로서 가져야 되는 마지막 자존심 같은 부분들을 흔들어 놓은 것들이 사실”이라고 했다. TBS가 처한 경영적 어려움 때문에 이강택·김어준에 대한 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고민석 실장은 “특정 인물에게 화살표가 가긴 했어도, 이걸 통해서 물론 방송사 최초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의 DJ에게 소송을 하는 부분은 TBS가 이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내부적으로도 혁신을 해나가는 자세가 얼마나 강한 것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나름의 행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디 그날의 선택이 TBS를 정상화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제작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TBS는 이강택·김어준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면서 시청자위원회에 사전 고지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 실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 들으셔야 했던 부분은 너무 죄송하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보도자료가 나가는 직전까지도 기밀 사항이나 내부에서도 협의해야 하는 사항들이 많았다”고 했다.

정태익 대표는 “위원들이 신문이나 TV를 보고 TBS 소식을 접하는 것이 얼마나 감정적으로 속상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것 같다”며 앞으로는 보도자료 배포와 같은 시기 연락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형사소송은 가혹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좀 방향을 틀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TBS는 지난달 5일 뉴스공장 진행자였던 김어준씨와 당시 경영을 이끈 이강택 전 TBS 대표에게 경영 악화 등 책임을 물어 총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TBS는 김씨가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된 정보를 방송해 TBS가 법정제재를 받았고 편파방송 논란을 야기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로 인해 서울시에서 TBS 지원 조례가 폐지돼 현재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달 초 TBS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보직간부 2명은 회사를 상대로 재심을 청구했다. TBS는 이달 초 감사를 실시한 후 전 라디오제작본부장과 전 전략기획실장을 해고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강택 전 대표이사 체제에서 발탁된 인사다. TBS는 현재까지 구성원들에게도 정확한 해고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또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TBS는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공고했다. 희망퇴직 목표 인원은 40명으로, 전체 TBS 구성원(380여 명)의 10%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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