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최근 KBS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 절차와 관련해 서기석 이사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KBS본부는 1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규칙과 합의를 깨고 졸속적으로 밀어붙인 이번 사장 선임 절차는 도덕적으로도 파탄났고 정당성도 상실했다”며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신속히 조사해 무엇이 잘못됐고 왜 그랬는지 명명백히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과 이호찬 MBC본부장, 고한석 YTN지부장, 송지연 TBS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KBS본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애초 이번 이사회는 10월4일 결선투표를 3차례까지 진행해 과반득표자를 최종 후보자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미 내정설이 파다했던 박민 씨의 과반 득표가 불확실해지자 서기석 이사장은 독단으로 이사회를 휴회했다”며 “그 사이 결선투표에 오른 나머지 후보 한 명이 사퇴했고 이사가 교체됐다”고 지적했다.

▲2023년 10월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서기석 KBS 이사장 고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2023년 10월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서기석 KBS 이사장 고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서 이사장이 4일 휴회에 이어 13일 이사회에서 재공모를 논의하지 않고 과반 표결로 사장후보 임명제청을 진행한 것을 두고는 “이렇게 이사장이 독단적으로 뒤집을 거라면 왜 이사회 합의로 사장 선임 규칙을 만들었단 말인가”라며 “결과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환경에서 사장 선임을 하려 한 소수 이사들의 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또한 “정권은 ‘국민신뢰 상실’이라는 프레임으로 수신료 분리고지를 강행해 공영방송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됨을 증명하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장 후보자를 선임해야 할 이사장이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뿐인 후보자를 공영방송 KBS의 사장 후보자로 만드는 참사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공영방송 50년 역사에서 이렇게 치졸하게 정실인사를 내리꽂기 위해 협잡을 일삼은 이사회가 있었나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절차와 합법, 방송의 독립성 이런 문제들이 아니다. 내년 총선이 오기 전에 어떻게든 공영방송을 권력의 나팔수로 만들고 낙하산 사장을 내리꽂아서 정부 비판 보도를 봉쇄하겠다는 일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BS 뿐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까지 총동원한 언론 말살 기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언론 탄압 책동, 방송독립 말살 책동을 지금이라도 중단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큰 국민의 심판에 직면할 것은 자명하다. 화를 피하는 길은 단 하나 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정실인사 낙하산 사장 박민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 하수인이 되어 KBS 독립성 따위 팔아먹고 낙하산 사장 내리꽂기에 혈안이 돼 있는 서기석 KBS 이사장이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것”이라 요구했다.

강성원 KBS본부장은 “서기석 이사장은 지금까지 이사회가 만든 규범을 스스로 파괴시킨 장본인이다. 평생 판사로 살면서 마지막에 헌법재판관까지 지냈다는 양반에게 법이 무엇이고 원칙이 무엇이고 규범이 무엇인가”라며 “서기석 이사장 고발 조치와는 별도로 이번 사장 선임 과정이 적합하지 않다는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 조치와 투쟁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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